산업일반
SK vs 롯데…박 터지는 ‘동박전쟁’ 온다 [비즈360]
뉴스종합| 2022-10-05 17:07
SK넥실리스 정읍공장(좌)과 일진머티리얼즈 말레이시아 공장. 최태원(좌) SK그룹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롯데케미칼이 조만간 동박 제조기업 일진머티리얼즈에 대한 인수 계약서에 사인할 전망이다. 이르면 금주 중 주식매매계약 체결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데, 이렇게 되면 재계 5위인 롯데 그룹이 2위인 SK 그룹과 이차전지 핵심소재인 동박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된다. 일진머티리얼즈는 롯데 편입시 보다 확충된 자금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설비 증설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번 인수 성사시 국내 5대 그룹(삼성·SK·현대차·LG·롯데)이 모두 이차전지 산업에 공식 뛰어들게 되는 셈이다.

일진머티리얼즈는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의 차남 허재명 사장이 운영하는 동박 제조업체다. 전량 수입에 의존해왔던 PCB(인쇄회로기판)용 동박(銅箔·copper foil)을 국내 최초 개발하는 등 이 분야에 있어서 우리나라의 원조 기업이다. 동박은 고도의 공정기술로 만든 두께 10㎛(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이하의 얇은 구리 막으로 배터리의 음극집전체에 사용된다. 얇으면 얇을수록 많은 음극 활물질을 담을 수 있어 배터리의 고용량화·경량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롯데케미칼은 허 사장이 보유한 지분 53.3%에 대한 매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인수금액은 2조원 중후반대로 현재 최종 가격이 조율 중이다.

현재 세계 1위 동박업체는 SK넥실리스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SK넥실리스는 글로벌 동박 생산량의 22%(작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다. SK넥실리스 역시 SK 그룹이 창업한 회사는 아니다. SK넥실리스는 2020년 SKC가 인수한 KCFT가 전신이다. 이로써 SK넥실리스는 세계에서 가장 얇은 4㎛ 두께의 초극박 동박을 1.4m 광폭으로 세계 최장인 30㎞ 길이 롤로 양산하는 기술력을 보유하게 됐다.

SK넥실리스는 지난 7월 폴란드에 동박 생산공장 착공에 들어갔다. 총 9000억원을 투입, 연 생산능력 5만t 규모의 생산시설을 2024년 상반기까지 짓는다. 이는 현재 운영 중이거나 건설 계획 중인 현지 동박 공장 중 최대 규모다. 2024년 하반기에 본격적인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SK넥실리스는 폴란드 공장을 포함해 2025년까지 한국과 말레이시아, 유럽, 북미 등에서 연산 25만t 규모의 생산체제를 구축한다.

일진머티리얼즈는 13%의 동박 점유율로 세계 4위다. 2위인 중국의 왓슨(19%)과 3위인 대만의 창춘(18%)과 5~6%포인트 가량의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롯데케미칼로 흡수될 경우 1차 목표가 3위권 진입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도 말레이시아와 유럽 공장에 대규모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일질머티리얼즈는 말레이시아 3,4 공장의 풀가동이 기대되고 있는 가운데 스페인 2.5만t과 말레이시아 추가 5만t 캐파 증설을 통해 2024년말까지 13만t 증설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주 잔고도 충분한 상태다. 회사에 따르면 2030년까지의 수주잔고는 10조원 이상으로 작년 매출액의 14배 이상의 수준이다. 연구·개발도 지속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초고강도 동박(ISS-T9)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업계 최초로 90kgf/㎟ 인장강도를 갖췄으며 일반 동박 인장강도의 3배 수준이다. 고강도 동박은 이차전지의 고용량화를 위한 솔루션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얇은 동박을 적용하면 음극물질 코팅양을 늘려 배터리 용량을 키울 수 있지만 공정상 불량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때 고강도 동박을 사용하면 불량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한편, 중국 동박 업체들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ICC 통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중국 배터리용 동박 생산량은 3만1200t으로 작년 8월보다 125% 가량 증가했다. 여기에 항디안, 지아위안, 하이량 등의 중국 공장들이 신규 가동 및 대규모 증설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중국 업체들과의 격차 확대를 위해서라도 SK와 롯데의 건전한 경쟁구도가 필요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이차전지용 동박 시장 규모는 2018년 대비 6배 이상 늘어난 10조5000억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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