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단독] ‘중대재해법 시행 9개월’ 올해 사망 노동자 206명…작년 추월
뉴스종합| 2022-10-25 10:08
20일 오후 서울 양재동 SPC 본사 앞에서 열린 평택 SPC 계열사 SPL의 제빵공장 사망 사고 희생자 서울 추모행사에서 참가자들이 헌화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최근 노동자 사망 사고가 연이어 발생한 가운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올해 오히려 지난해에 비해 노동자 사망 사고가 더 많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대재해법 실효성에 대한 회의론과 함께 규제 강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5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 20일까지 중대재해법 처벌 대상 사고 건수는 190건이며, 사망자는 206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전체 중대재해법 처벌 대상 전체 사고 건수 187건, 사망자 195명을 넘어선 수치다.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올해 1월 27일부터 발생한 중대재해법 처벌 대상 사고 건수만 170건이며, 사망자는 181명에 달했다. 중대재해법 처벌 대상을 포함한 올해 1월부터 10월 20일까지 전체 노동자 사고 건수는 513건에 사망자는 534명이다.

지난 24일에는 서울 영등포구 월드컵대교 남단 IC 안양천 횡단 가설 교량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2명이 물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1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지난 23일에는 SPC그룹 계열사 샤니 성남공장에서 일하던 40대 노동자가 기계에 손가락이 껴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지난 15일에도 역시 SPC 계열인 SPL 평택공장에서 노동자 A(23·여) 씨가 샌드위치 소스를 만드는 배합기 기계에 상반신이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SPC는 사망 사고 이후에도 사고 현장을 목격한 노동자들을 다음날 출근하게 하는 등 미흡한 대응으로 공분을 샀다.

전문가들은 중대재해법 실효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대재해법 준비 단계에서부터 정부가 기업의 눈치를 보고 상시근로자 50인 이상으로 설정하는 등 규제를 완화한 측면이 분명히 있다”며 “때문에 계획된 목적을 달성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중대재해법 강화 등 보다 강한 규제가 있어야 한다”며 “아울러 지자체에 일부 산업 분야에 대한 안전 관리 권한을 부여하는 한편 중소기업에 안전 장치를 마련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과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해법을 제안했다.

정부도 중대재해법 실효성 문제를 인정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근로자가 일하다가 죽거나 다치지 않도록 하는 것은 고용부의 가장 중요한 정책 과제인데 중대재해가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는 측면도 있어 정말 안타깝다”며 “조만간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한 획기적인 로드맵과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법에 따르면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서 사고 발생 시 경영주·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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