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신한지주 진옥동 체제로...금융지주 세대교체 문 열었다
뉴스종합| 2022-12-09 11:06

“100년 신한을 위한 지속가능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재무 이익의 크기보다는 이 사회에 꼭 필요한 존재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차기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내정된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100년 신한’의 방향타를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조용병 현 신한지주 회장이 3연임을 할 것이라는 세간의 예상을 깨고 신한이 세대교체를 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진 행장이 신한금융지주의 차기 회장에 내정되면서 신한금융지주 내 지배구조 또한 새롭게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이어 조용병 회장까지 연임에 실패하면서 금융권에 세대교체 바람도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진옥동 시대 열렸다...‘안정성·주주친화’ 속도 낼 듯= 1961년생인 진 행장은 덕수상고를 졸업한 뒤 1980년 기업은행을 시작으로 은행권에 발을 담았으며, 1986년 신한은행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신한은행 내에서는 근무 기간의 절반 가량을 일본에서 보내 ‘일본통’으로 꼽힌다. 신한은행의 첫 해외법인인 SBJ(Shinhan Bank Japan)은행 출범에 주도적 역할을 했고 이후 2011년 일본 SH캐피탈 사장을 거쳐 SBJ은행 부사장, 법인장을 역임했다. 신한금융의 핵심 축이 일본계 주주인만큼 그의 경력이 ‘신한정신’과 맞닿아 있다는 평이 나온다.

신한은행을 이끌며 보여준 리더십을 고려할 때, 신한금융은 보다 안정성을 갖추고 주주친화 정책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조용병 회장이 오렌지라이프·카디프손보·아시아신탁 등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키웠다면 진 행장은 신한금융을 ‘안정성’에 초점을 두고 이끌 것으로 보인다.

진 행장은 지난 8일 신한금융지주 회장 최종 후보로 선정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100년 신한을 위해 바닥을 다지라는 조용병 회장과 사외이사들의 뜻으로, 큰 사명을 준 것 같아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00년 신한’의 방향타와 관련, “시대적으로 요구되고 있는 내부통제, 소비자보호 등이 가장 크게 중점을 둬야 할 부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실제 진 행장은 라임펀드 등 각종 사모펀드 사태를 벗어나기 위해 핵심성과지표(KPI) 개선을 꾀하는 등 ‘리스크관리를 통한 안정적 성장’을 도모해왔다. 이번 회추위 사외이사들 또한 유례없는 코로나19 사태를 지나며 신한은행을 리딩뱅크로 이끈 진 행장의 성과를 높게 판단했다는 후문이다. 여기에 배달앱 ‘땡겨요’를 통해 혁신과 따뜻한 금융의 포문을 열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

아울러 일본계 주주들과의 소통 능력을 토대로 주주친화정책도 적극적으로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진 행장은 무리한 M&A 보다는 안정적인 관리, 주주친화 정책을 통해 시장 및 주주와 소통을 꾀해온 인물”이라면서도 “그간 주가부진 등으로 불만이 있던 주주들과의 소통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진 행장의 회장 선출에 따라 신한금융과 신한은행 내에는 조직개편과 인사태풍이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부회장직 신설은 물론이고 차기 신한은행장을 포함해 계열사 사장단 인사도 줄줄이 바뀔 전망이다. 차기 신한은행장 후보로는 전필환 부행장, 박성현 부행장, 이영종 부행장, 정운진 신한캐피탈 사장 등이 거론되는 중이다.

▶세대교체 바람 못 피한 조용병...손태승 회장 거취도 곧 나올 듯= 신한금융에서 급작스러운 회장 교체가 이뤄지자 다른 금융지주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조 회장은 이날 프레젠테이션(PT) 방식의 개인 면접을 마친 뒤 “후배들에게 세대교체를 위해 투표에서 나를 제외해달라”는 뜻을 밝혔다. 표면상 용퇴지만, 금융당국이 회장들 임기 종료를 앞두고 차기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도덕성 등 몇몇 기준을 내세운만큼 사실상 인사 교체에 대한 압박이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BNK금융지주는 이미 김지완 전 회장이 임기를 남기고 스스로 물러나 차기 회장 선임작업이 진행 중이다. IBK기업은행 또한 윤종원 행장 후임으로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을 포함해 도규상 전 금융위원장, 이찬우 전 금감원 수석부원장 등 당국 출신 인사들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NH농협금융 또한 연임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았던 손병환 회장이 아닌,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사실상 내정된 분위기다.

특히 우리금융에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중징계를 받았고, 최근 우리은행의 700억원대 횡령 사고까지 터진 상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까지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에게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압박에 나섰다. 시장에서는 이명박 정부 시절 기업은행장을 지낸 조준희 전 YTN 사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여기에 전직 우리은행 및 지주 출신 임원들까지 차기 회장 자리를 노리고 있다.

손 회장의 경우 아직까지 뚜렷한 입장을 내진 않았으나, 조만간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손 회장은 지난달 말 열린 이사회에서 관계자들이 거취에 대한 입장을 달라고 하자 “금융위원회 중징계 결정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답변한 상태다. 사외이사들 또한 손 회장을 채근하기보다 스스로 입장을 정리하길 기다리는 중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손 회장이 일부에 명예회복을 하고 싶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안다”며 “당국에서도 손 회장의 내부통제 위법성을 놓고 심각하게 보는 만큼 거취에 대한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은 기자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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