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가부장적일수록 여성 우대 주장"… 의외의 설문 결과 이유는?
뉴스종합| 2022-12-09 11:47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시민들이 일자리 정보 게시판을 살피는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가부장주의자가 남녀차별적일 것이라는 통념과는 반대로 오히려 가부장적일수록 여성 우대 정책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능력을 가진 주체로 보지 않고 보호와 배려가 필요한 '약자'로 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적극적 조치(affirmative action)'에 대한 국민 인식을 파악하기 위해 전국 만 18∼69세 성인남녀 182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9일 공개했다. 적극적 조치란 특정 영역에서 낮은 비율을 보이는 집단이 일정 비율 이상이 되도록 할당하는 등 정책적으로 개입하는 제도다.

조사 결과 가부장적 인식이 높을수록 여성 대상 적극적 조치의 필요성 인식이 높았다. 가부장적 인식은 '아내 소득이 남편보다 많으면 기가 죽는다', '남성이 여성 밑에서 일하면 불편하다', '힘들고 위험한 일은 여성보다 남성이 하는 것이 좋다', '남성은 여성을 보호해야 한다' 등의 문항으로 측정했다.

여성정책연구원은 "가부장적 인식이 높을수록 온정주의적 시각에서 여성을 배려와 보호의 대상으로 보기 때문에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성역할 고정관념이 낮을수록 여성 대상 적극적 조치의 필요성 인식이 높았다.

응답자들은 장애인, 저소득층, 지방인재 등 다른 사회적 약자보다 여성 대상 적극적 조치 필요성이 더 낮다고 보는 것으로 드러났다.

장애인, 저소득층 등에 대한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항목별로 최소 45.5%에서 71.4%까지로 나타났지만, 여성 대상 적극적 조치에 대해서는 동의율이 33.4%∼44.7%에 그쳤다.

여성 대상 적극적 조치 동의율은 성별 격차가 크게 나타났다. 비례대표 공천 시 여성 50% 이상 추천 의무화 조치에 대해서는 응답자 전체의 33.4%가 동의했으나, 20대 여성은 54.2%가, 20대 남성은 13.9%가 동의했다.

여성정책연구원은 이를 바탕으로 우리 국민은 적극적 조치 제도 자체를 반대한다기보다는 여성 대상 적극적 조치의 필요성에 대한 견해 차이를 보인다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청년세대 남성이 여성에 대한 적극적 조치의 필요성에 동의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에서 여성은 더 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니며 오히려 남성에게 불평등한 사회이기 때문에 여성에 대한 적극적 조치가 불필요하다는 인식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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