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40년 만에 밝혀진 진실…머리 길다고 삼청교육대에 옥살이까지
뉴스종합| 2022-12-09 14:57
삼청교육대 이미지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1980년 계엄 포고로 삼청교육대에 끌려가 보호감호 중 탈출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60대가 재심을 통해 40여 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춘천지법 형사2부(이영진 부장판사)는 9일 사회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 4개월을 선고받은 A(69)씨의 재심 사건 항소심에서 원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1982년 4월 형이 확정된 이후 40년이라는 억겁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A씨는 재심 청구 끝에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1980년 8월 계엄 포고 제13호 발령에 따라 이른바 삼청교육대에 끌려간 A씨는 사회보호위원회로부터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며 5년간의 보호감호 처분을 받았다.

A씨는 머리가 길고 해병대에서 생긴 팔뚝의 흉터를 이유로 흉악범으로 몰려 다짜고짜 삼청교육대로 끌려갔고, 그곳에서 순화 교육으로 둔갑한 모진 매질과 온갖 폭력, 얼차려를 견뎌야 했다.

보호감호 처분을 받은 뒤 경기도 고양군 송포면 대화리의 한 군부대에 수용돼 감호 생활을 하던 A씨는 1981년 8월 17일 오후 8시 35분께 동료 B씨와 함께 감호시설 철조망을 넘어 탈출했다가 붙잡혀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그해 12월 1심에서 징역 4개월을 선고받았고, 이듬해인 1982년 4월 이 판결이 확정됐다.

A씨를 군사시설에 가두고 보호감호 처분한 근거는 계엄 포고 제13호(불량배 일제 검거)와 구 사회보호법이다.

폭력 사범, 공갈 및 사기사범, 사회풍토 문란사범을 검거한 후 일정 기준에 따라 분류·수용하고, 순화교육과 근로봉사 등으로 순화시켜 사회에 복귀하게 한다는 게 당시 포고문 내용이다.

수용시설을 무단이탈하거나 난동·소요 등 불법 행동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때는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수색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18년 12월 삼청교육의 법적 근거였던 계엄 포고 제13호가 해제 또는 실효되기 전부터 위헌·무효라고 결정하면서, 삼청교육은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인한 인권침해 사건이라는 점이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이에 불법 구금됐다가 수용시설을 탈출한 혐의로 1심 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아 억울한 옥살이를 한 A씨는 지난 4월 20일 재심을 청구했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 원주지원은 "이 사건 계엄 포고는 애초 위헌이고 위법해 무효"라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검찰의 항소로 사건을 다시 살핀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보고 항소를 기각했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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