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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물 아껴주세요” ‘호소 방송’까지…폭설에도 쩍쩍 갈라진 남부
뉴스종합| 2023-01-26 09:59
지난해 11월 광주광역시 식수원 동복댐의 모습. 저수율이 낮아지면서 댐바닥이 드러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지영·김빛나 기자] “매일 가뭄 때문에 ‘재난 문자’가 울려요. 건물 엘리베이터에 물 절약 호소 공고문이 붙어있고, 버스 안에서는 물 아끼자는 캠페인 영상이 재생되고…이러다 진짜 물이 마를까 봐 무서워요.” 광주광역시 거주 김민(26)씨

“12월부터 하루에 한 번씩 물 아껴 써달라고 방송을 하고 있죠. 동사무소에서 방송을 대대적으로 하라고 지시가 왔어요. 목욕은 짧게, 빨래도 아껴서, 양치컵에 물 받아서 쓰고…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있죠.” 광주광역시 북구 아파트 관리사무소 경비원 A씨

지난해부터 지속된 남부지역 가뭄이 해를 넘기고도 이어지고 있다. 설 연휴 마지막 날 내린 ‘폭설’도 가뭄을 해결하지 못했다. 최악의 경우 오는 6월 남부지역의 수원이 메마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남부 지방의 가뭄이 기후 위기 시대의 본격적인 ‘경고장’이라고 지적한다.

댐에 물이 없다…시민들 변기물까지 아낀다
지난해 7월 저수율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주암댐[연합]

26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7월 25일부터 올해 1월 24일까지 6개월 기준 남부 지방의 평년비는 83.3%로, 12월 말 기준 73.6%에서 10% 포인트 가량 상승했다. 평년비는 1991년부터 2020년까지의 평균 강수량과 비교해 특정 기간 내린 비의 양을 의미한다.

연휴 마지막 날 내린 폭설로 ‘강수량’은 증가했지만 가뭄 해소에는 역부족이다. 눈은 실제 사용 가능한 물로 저수지에 저장되지 못해 사실상 가뭄에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광주·전남 지역 식수 공급의 3분의 2를 담당하는 주암댐의 저수율은 25일 기준 27.3%로, 예년(1991~2022년) 저수율의 절반 수준이다. 주암댐은 지난해 8월부터 가뭄 ‘심각’ 단계에 진입했다. 2015년 관심·주의·경계·심각 총 4단계 기준이 마련된 이후 심각 단계가 선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광주광역시 식수원 동복댐 또한 마찬가지다. 광주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동복댐의 공급 가능일수는 138일이다. 이대로라면 6월 초에는 동복댐 물이 메마른다는 의미다.

시민들은 불안에 떨며 물 절약에 들어갔다. 광주광역시 거주 중인 이모(27)씨는 “집에 있을 때는 소변을 여러 번 본 뒤에 화장실 물을 내린다. 일주일에 2~3번 하던 빨래는 1번으로 줄였고, 세탁기 물 높이도 낮춰서 쓴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 서구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김모(51)씨는 “빨래, 샤워, 설거지 등 생활 속에서 절약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노력 중이다. 시원하게 비 한 번 쏟아지라고 기도도 드린다”며 “물이 부족하면 격일로 급수가 될 수도 있다고 하니 무섭다. 식당 운영에 타격이 클 것”이라고 걱정했다.

한반도 해수면 온도 상승 여파…“가뭄 장기화 우려도”

전문가들은 남부 지방 가뭄이 기후 위기에 따른 이상기후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이례적인 ‘라니냐’의 장기화를 남부 지방 가뭄 원인으로 지적했다. 라니냐는 강한 무역풍 영향으로 서태평양 해수 온도가 상승하는 자연현상이다. 반 센터장은 “라니냐가 발생하면 국내 장마전선이 중부지방으로 몰린다. 장마 기간에 남부 지방에 비가 내리지 않은 이유”라며 “2020년부터 3년째 라니냐가 이어지면서 전라남도 지역 가뭄 현상이 극심해졌다”고 설명했다.

라니냐와 별개로 남부 지방 가뭄이 상시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백민 부경대학교 대기환경학과 교수는 “지구온난화로 한반도 주변 수온이 뜨거워지고 있다. 남부 지방 가뭄은 해수면 온도 급상승에 따른 기류 변화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동해안의 해수면 온도가 빠르게 높아지면서 동해안 중심으로 저기압이 발달, 상대적으로 남부 지방에는 비가 내리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김 교수는 이어 “라니냐가 해소되도 한반도의 전반적인 해수온도가 상승하는만큼 가뭄이 상시화될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최근 강원도와 전남지역의 강수량 편차는 심각한 수준이다. 기상청 가뭄 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전남 지역 연간 누적 강수량은 896.3㎜로, 평년(1390.3㎜)의 64% 수준에 그쳤다. 같은 기간 강원 지역 강수량은 1559.9㎜로 평년(1377.1㎜)을 크게 웃돌았다.

park.jiyeong@heraldcorp.com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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