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현대차 ‘자사주 소각’ 삼성·SK 이을까
뉴스종합| 2023-01-30 11:13

국내 주식 시장에 초강력 ‘주주환원’ 바람이 불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의 공개 압박으로 수면 위에 떠오른 배당성향 확대 요구에 은행주(株)가 호응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다. 이 흐름은 금융권을 넘어 일반 기업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재계를 중심으로 속도를 내고 있는 주주 친화 정책이 ‘주주환원의 꽃’이라 불리는 ‘자사주 소각’이란 점은 주목할 지점이다. 그동안 자사주를 주로 지배주주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사용해왔던 기업이 주주 권리 강화를 통한 기업 가치 부양이란 새 길을 걸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총대 멘 ‘재계 3위’...1위 삼성·2위 SK도 자사주 소각 동참?=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적극적인 주주 친화 정책을 표방하며 자사주 소각에 앞장서고 있는 곳은 현대자동차그룹이다. 이 회사는 지난 26일 컨퍼런스콜에서 보유 중인 자사주 중 발행주식수의 1%에 해당하는 3154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한다고 밝혔다. 소각 예정일은 다음 달 3일이다. 기아도 향후 5년간 연간 5000억원씩, 최대 2조5000억원 규모의 중장기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자사주 매입분의 50%를 소각한다는 방침을 27일 밝혔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자사주 소각 소식이 양사 주가에 긍정적”이라며 “구체적인 소각 일자가 임박한 현대차 주가의 경우 보다 직접적인 상승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재계 3위’ 현대차그룹의 이 같은 움직임 이후 시장이 주목하고 있는 곳은 재계 1위 삼성그룹과 2위 SK그룹이다. 특히, 전체 주식의 24.3%를 자사주로 보유 중인 SK그룹은 다음 달 2일까지 총 2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할 예정이며, 지난 14일 기준 예정 규모의 88%가량을 이미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취득한 자사주는 전량 소각될 예정이며,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 24.3% 중 일부에 대한 추가 소각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흐름 속에 행동주의 펀드들은 자사주 소각을 요구하는 주주 서한을 보내며 기업에 대한 압박에 나서는 모양새다. 언제든 대량 매각에 나설 수 있는 ‘자사주 매입’에 그치지 말고 소각까지 나서란 것이다.

▶애플, 11년간 자사주 매입·소각에 약 717조원 투입=자사주 소각은 주주 권리 강화 효과 이외에도 기업 가치를 높이는 주요 방법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미국 시총 1위 애플이다.

미 온라인매체 ‘더 허슬(The Hustle)’에 따르면 2012년 이후 작년까지 애플이 자사주 매입·소각에 들인 돈은 5820억달러(약 717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벨기에의 연간 국내총생산(GDP) 규모에 맞먹는 수준이다. 이 방법으로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로부터 시총 3700억달러짜리 기업을 물려받은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애플을 시총 3조달러 기업으로 키워냈다. 다만, 국내 기업은 여전히 자사주 소각에 소극적이다. KB증권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국가별 총 주주환원율은 미국이 89%인 것에 비해 한국은 28%에 그쳤다. 다른 개발도상국(38%)이나 중국(3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한국거래소 집계에서도 지난해 자사주(신탁 포함) 취득·처분 공시 중 자사주 소각 공시 비중은 4.6%에 불과하다. 자사주 소각 비중이 미미하다 보니 주가 부양 효과는 거의 없었다. 지난해 코스피는 24.9%나 하락했다.

▶당국, 자사주 의무 소각 카드 만지작...“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최근 금융당국은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 현상)’를 해소하고 소액주주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 중 하나로 ‘자사주 의무 소각’ 카드를 만지작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자사주 신주 배정 금지’ 조항도 함께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조항을 국내 증시 저평가 문제를 해결할 주요 과제로 오랫동안 꼽아왔던 증권가에선 기대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이 소각으로 이어질 때 지배주주의 자사주 남용 가능성을 줄이면서 주가의 저평가를 탈피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동윤 기자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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