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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들, 규제 풀리자 매물 거둔다
부동산| 2023-01-30 11:14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매물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연합]

정부가 이달초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을 막기 위해 파격적인 규제 완화책을 내놓자 전국적으로 매물 감소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매도자들이 기대감을 가지고 시세보다 싸게 내놓은 매물을 회수하면서 매물량이 감소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전히 아직은 시장의 본격적인 회복을 논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지만, 저가 급매물의 소진을 통한 거래량 증가와 매도 호가의 상승 흐름 속에 시황의 바닥이 근접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30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한 달 전 대비 아파트 매매 매물은 전국 시도에서 모두 감소했다. 세종시는 4899건에서 4379건으로 가장 큰 감소폭(-10.7%)을 기록했고, 대전(-10.3%), 경기(-10.0%) 등이 10% 이상씩 매물이 빠졌다. 서울도 5만4733건에서 5만553건으로 한 달 전보다 매물이 7.7%나 쪼그라들었다.

서울 아파트 매물을 자치구별로 들여다보면 해마다 만 건 안팎의 거래량을 기록하는 강남구, 노원구, 송파구 중 송파구를 제외하고 매물이 크게 줄었다. 지난달 28일부터 최근 한달 기록을 봤을 때 강남구는 4381건에서 3886건으로 매물이 11.3% 감소했고, 노원구도 4048건에서 3702건으로 8.6% 급감했다. 송파구(-1.7%)는 앞선 두 자치구보다 매매 매물 감소가 눈에 띄지는 않았다.

같은 기간 서울시내 개별 단지 매물 감소폭은 더 두드러진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동부센트레빌은 매물이 42건에서 21건으로 절반 줄었고, 강남 재건축 대표 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183건에서 110건으로 매도 매물이 급격히 감소했다. 강남구 개포동은 경남아파트와 디에이치아너힐즈 매물이 각각 40% 넘게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송파구는 대단지 위주로 매물 감소가 눈에 띄었다. 4500가구 대단지인 문정동 올림픽훼밀리타운은 같은 기간 61건에서 30건으로 50.9% 급감했고 2600가구가 넘는 잠실동 레이크팰리스는 173건에서 121건으로 매물이 한달 만에 52건 줄었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규제완화 기대감으로 급매물, 급급매물을 거둬들이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매도자들은 둔촌주공 계약률이나 다른 단지에 붙는 프리미엄 등을 살피면서 시장 상황을 좀더 관망하겠다는 눈치”라고 분석했다.

매도 매물의 감소세 속에 서울의 주택 거래량은 3개월 연속 미미하게나마 증가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신고일 기준)은 733건으로 전월(559건)에 비해 31% 늘었고, 12월 들어 다시 828건으로 전월 대비 13%가량 증가했다. 두달 연속 증가에 이어 이달도 거래량이 늘어날 조짐이다.

1월 현재 서울 아파트 매매 신고건수는 총 428건으로 12월 거래량의 절반을 넘었다. 1월 거래의 신고 기한이 다음달 말까지인 점을 고려하면 이달 거래량도 12월 거래량을 다소 웃돌 것으로 점쳐진다.

이런 흐름은 이달 3일 정부가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 지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하고, 2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중과 배제 등 세제 감면안을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규제완화책을 내놓은 데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더불어 이날부터 서민·실수요자의 금리변동 위험을 덜어주기 위해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정책금융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이 신청을 받으면서 구매력의 추가적인 확대도 기대되고 있다. 박자연 기자

nature6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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