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野 ‘팬덤정치’ 체크리스트?…부글부글 비명계 [이런정치]
뉴스종합| 2023-02-04 07:5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4일 대규모 장외투쟁을 열고 대정부 투쟁 기조를 끌어올리고 있는 가운데, ‘이재명 사법리스크’와 당의 분리 대응을 주장해 온 비명(비이재명)계 민주당 의원들의 불만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지도부가 강경 대응 기조를 강화할수록 이른바 ‘개딸(개혁의딸)’로 불리는 강성 지지층들의 ‘갈라치기’가 극심해진다는 데 따른 우려에서다.

이 대표 검찰 출석 전후로 이에 동행하거나 검찰 비판 메시지를 낸 의원들을 조사해 ‘방탄 출석부’를 만들어 돌리는 등 개딸 활동이 활발해지자 이에 대한 걱정도 커지고 있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까지도 민주당 비명계 의원들은 당이 서울 숭례문 앞에서 진행하는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 검찰독재 규탄대회’ 참석 여부를 놓고 고심을 이어갔다. 이재명 대표도 이날 마이크를 잡는다. 이 대표를 둘러싼 검찰 수사가 정점에 도달하면서 당 차원의 장외투쟁으로 정권 규탄 목소리를 결집해 내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이날 규탄대회에는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을 포함해 각 지역위원회 관계자와 당직자, 당원들에게 ‘총동원령’이 내려졌다. 당일에 지역별로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백여 명 까지 당원을 동원하라는 ‘숙제’도 떨어져 있는 상태다.

비명계에선 “정말 내키지 않지만, 당이 부르니 가야 한다”는 성토가 많다. 한 의원은 본지에 “계속해서 이재명 대표 이슈에 대응하게 되면 민생과 경제 등 정말 중요한 이야기가 모두 묻히고 만다. 난방비나 경제위기 등 뚜렷한 주제를 갖고 하는 집회도 아니고, 169석이나 갖고 있는 원내 제1당이 책임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지 않다”며 규탄대회에 비판적인 시각을 피력했지만 “당의 방침이니 따르려고는 한다”고 말했다.

또 “당내 의견 수렴 절차 없이 지도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각 ‘지역구 관리’에 여념없는 의원들이 주말 거리로 나가야 하는 데 불만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위례·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검찰에 출석한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서문에서 이 대표 지지자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건너편에는 이 대표를 규탄하는 집회가 벌어지고 있다. [연합]

다만 이들이 발걸음을 하려는 배경에는 강성 지지층의 ‘위력’ 영향도 크다. 올들어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빨라지면서 이들 지지층들의 ‘낙인찍기’가 더욱 심해지는 상황에서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자칫 강성 지지층에 ‘찍힐’ 경우, 올해 하반기 본격화될 총선 공천에서 불리한 판단을 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실제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이 대표가 지난달 28일 이 대표가 ‘위례·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1차 조사를 받고 하루 뒤진보 성향 ‘딴지일보’ 게시판에는 ‘민주당 의원들 검찰 방문 및 발언 SNS 전수조사’란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여기엔 민주당 의원 169명을 가나다순으로 나열한 명단에 서울중앙지검 출석 당시 동행 여부와 검찰 관련 비판 발언 여부를 항목별로 ‘O 또는 X’ 표시한 표를 올렸다.

둘 중 ‘아무것도 하지 않은 의원 85인’은 따로 표를 만들어 강조하기도 했다. 검찰 수사에 침묵하는 것은 “당원에 대한 배반”이고, “경선과 총선 때 평가해 위선자들이 걸러지기를 바란다”고 강성 지지층 본인들의 위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들 의원실에는 전화와 팩스, 의원 개인 휴대폰에 ‘문자 폭탄’ 등이 쏟아지며 강성 지지층의 ‘실력 행사’도 이어졌다.

한 민주당 의원 보좌진은 “이 대표가 검찰에 처음 출석할 때 부터도 그 자리에 참석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의원실 보좌진들 간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졌다”며 “이렇게 낙인찍기가 시작되면 감당이 안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당내 ‘민주주의의 길’ 등 비명계 모임이 활성화되고 있는 가운데, 토론회에 참석한 의원들에게도 “토론회에 간 것이 사실이냐”는 문의 전화와 문자가 빗발쳤다고도 한다.

국민의힘은 이 같은 민주당 팬덤정치에 비판 목소리를 키웠다.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은 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말만 국민보고대회지 민주당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 보고대회’가 될 것이 뻔한 상황”이라며 “국민 수호가 아닌 오로지 재명 수호를 위해 거리로 나서는 민주당은 과거 조국 수호 집회의 끝이 얼마나 초라했는지 돌아보라”고 비꼬았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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