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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수준 외환시장 개방…MSCI 편입 기대감 상승, 최대 360억불 들어온다
뉴스종합| 2023-02-07 10:14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외환위기 트라우마로 20여년이 넘도록 아무도 손대지 못했던 외환시장 제도가 선진국 수준으로 개방되고 거래가 자유화된다. 외국 금융기관이 국내 은행간 시장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되고, 시장 개장시간도 새벽 2시까지 연장한다. 세계시장에 우리 외환시장을 내놓아도 당하지 않을 만큼 커졌다는 자신감이 기반이 됐다. 외환시장 선진화에 첫발을 내디딘 셈이다.

일말의 위기 가능성을 감수하면서 우리 경제는 한 단계 도약할 발판을 가지게 됐다. 당장 눈 앞에 보이는 단계는 우리 주식시장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추진했으나, 국내 외환시장이 후진적인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해 편입에 실패했다. MSCI 추종자금과 편입효과 분석은 기관 별로 천차만별이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최대 360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이 유입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 바 있다. 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김성욱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은 7일 서울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서울외환시장 운영협의회 세미나에서 외환시장 개혁 배경을 “이제 바꿀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우리 외환시장은 과거 외환위기에 대한 트라우마로 인해 시장안정을 정책의 최우선에 두면서, 수십년 동안 폐쇄적이고 제한적인 구조, 즉, 낡고 좁은 도로체제를 계속 유지해왔다”는 것이다.

그는 “나라밖과 연결되는 수십년된 낡은 2차선의 비포장 도로를 4차선의 매끄러운 포장 도로로 확장하고 정비하고자 한다”며 “이것이 오늘 발표드릴 외환시장 구조 개선방안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1990년대 외환위기를 겪은 뒤, 우리나라 경제관료는 사실상 외환시장 개혁을 입에 올리지도 못했다. ‘개방은 위기’라는 발작적 공포감이 전문가 집단을 제외한 국민 전반에 각인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원화는 아직도 역외 외환시장에서 거래가 불가능하다. 때문에 국내에서 거래해야 하지만, 해외 소재 외국 금융기관은 국내 은행간 외환시장에 직접 참여할 수도 없다. 거래시간도 한정돼 있다.

반면, 달러·유로·엔 등 선진통화는 역외에서 24시간 자유롭게 거래된다. 금융기관의 국적·법적 지위와 상관없이 시장 참여도 가능하다.

이번 외환시장 개혁 방안이 현실화되면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외국 금융기관이 국내 은행간 외환시장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외환시장 개장시간은 일단 새벽 2시로 연장하고 단계적으로 24시간으로 확대한다.

국내 금융기관 입장에서도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 현재는 시간·장소적으로 비거주자의 우리 외환시장 접근성이 낮아, 주로 국내 고객만을 대상으로 영업하고 있다. 수익모델 창출에 한계가 있는 셈이다. 이번 개혁으로 제3자 외환거래, 대(對)고객 전자거래가 본격화하면 버거주자인 역외 고객과의 접점이 넓어지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도 얻을 수 있다.

지난 2일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들이 증시 및 환율을 모니터 하고 있다. [연합]

국내 주식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가능성도 생긴다. 정부는 앞서 MSCI 선진지수 편입에 도전했다가 실패했다. 후진적 외환시장 실태가 영향을 미쳤다. 역외 외환시장 부재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번 개혁이 성공적으로 완수되면 이같은 우려는 상당부분 사라질 수 있다.

MSCI에 편입 효과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연구기관 별로 추정치는 가지고 있다. 지난해 6월 발표돼 비교적 최근 연구인 자본시장연구원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의 효과, 선결과제 및 시사점’에 따르면 선진국 지수 편입으로 우리나라로 50억~360억달러 범위의 자금순유입이 예상된다.

한국경제연구원도 지난 2021년 5월 4일 선진국지수 편입시 우리나라로 17조8000억원~61조1000억원(159억~547억달러) 규모의 자금이 유입되면서 주가상승을 가져온다고 봤다. KB증권은 지난해 2월 글로벌 패시브자금을 중심으로 20조~65조원이 순유입 된다고 분석했다. 글로벌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도 지난해 2월 선진국지수 편입시 440억달러의 자금순유입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완화된다고 설명했다.

MSCI 지수를 추종하는 글로벌 자금규모는 2021년 6월말 기준 16조3000억달러에 달한다. 액티브자금이 11조8000억원, 패시브자금이 4조6000억달러다. 이중 대부분이 선진국지수 추종자금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속한 신흥국지수 추종자금의 5~6배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액티브자금을 예측하긴 어렵다고 지적할 수 있으나, 패시브자금은 선진국지수 편입 후 포트폴리오 비중이 정해지면 자연적으로 들어온다.

MSCI는 매년 6월 마다 국가분류체계 조정한다. 이때 연간 리뷰에서 와치리스트(관찰대상국)에 편입되면 1년 뒤 편입이 결정된다. 이후 실제 포트폴리오 편입은 또다시 1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실질적인 주가 상방압력은 그 전에 미리 선반영 될 가능성이 있다.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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