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밀폐된 공간에 1000여명이 우르르…마스크 벗을까, 말까?
라이프| 2023-02-07 15:45
지난달 30일 중앙방역대책본부 지침에 따라 공연장, 영화관, 실내체육시설 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이후 다수 공연장은 마스크 착용을 관객 자율에 맡기고 있다. ‘노 마스크’ 시대가 완전히 오진 않았으나 ‘착용 의무’ 해제를 ‘훈풍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예술의전당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고 맞은 첫 주말인 지난 4~5일 서울 예술의전당. 박효신·옥주현 등 인기 스타들이 총출동하는 뮤지컬 ‘베토벤’과 배우 김유정·이상이가 출연하는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 공연이 한창인 이곳에 생기가 감돌았다. 여전히 마스크를 착용한 관객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했지만 공연장 로비에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관객들이 간간이 눈에 띄었다.

뮤지컬 ‘베토벤’ 관람차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을 찾은 자칭 ‘뮤덕(뮤지컬 덕후)’ 이지민(35) 씨는 “마스크 의무 착용이 해제되며 사람들이 정말 마스크를 벗을지 궁금했는데 생각보다 벗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띄어 놀랐다”며 “공연장을 자주 다니다보니 바로 벗는 것이 아직 어색하기도 하고, 불안한 마음이 있다. 관객들의 분위기를 살핀 뒤 벗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내 공연장 “마스크 착용은 관객 자율”

7일 공연계에 따르면, 서울시 내 다수 공연장은 마스크 착용에 대해 관객들의 자율에 맡기고 있었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지난달 30일 공연장, 영화관, 실내체육시설 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지침을 내렸기 때문이다.

대극장 곳곳에서 달라진 분위기가 포착됐다. 로비에선 오랜만에 마스크를 벗고 돌아다니는 관객들이 종종 눈에 들어왔다. 대부분 관객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로비, 화장실을 오갔으나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을 때만큼은 자연스럽게 마스크를 벗었다. 티켓을 수령하는 판매처나 굿즈숍 등 공연장 관계자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공연장 안에도 마스크를 벗은 관객들이 일부 있긴 했지만 대다수 관객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노 마스크’가 완전히 자리 잡기까지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관객들의 생각은 보수적이었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 관람을 위해 20대 딸과 함께 CJ토월극장을 찾은 김병은(56) 씨는 “의무 착용은 해제됐지만 아무래도 밀폐된 공간이다 보니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다”고 말했다.

공연계도 아직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대극장 기준 2500명까지 다수의 사람이 밀집하는 공연장특성상 업계에선 마스크 착용 권고 안내문 배치도 고려하고 있다. 한 공연제작사 관계자는 “밀폐된 공간에 사람들이 모인다는 점에서 대부분 관객이 조심하는 분위기”라며 “당분간은 예방 차원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는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뮤지컬 '베토벤'에서 베토벤 역을 맡은 카이가 1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베토벤' 프레스콜에서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연합]
어린이 공연·중소 극장은 “환기 어려워 마스크 착용 권고”

어린이 공연이나 중소극장 위주의 대학로 인근 공연장은 이미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는 안내문이 등장했다.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공연 중인 어린이뮤지컬 ‘스노우데이’에선 이전처럼 공연 시작 전 관객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안내했다.

중소극장이 밀집한 대학로에서도 비슷한 분위기다. 뮤지컬 ‘로빈’이 공연 중인 대학로 티오엠(TOM), 뮤지컬 ‘웨이스티드’가 공연 중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도 ‘자발적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다. ‘웨이스티드’ 제작사 연극열전 측은 “공연장 환경이 마스크 착용을 강력 권고하는 상황에 해당한다”며 “특히 객석은 환기가 어려운 밀집된 공간이니 공연 관람 시에는 다소 불편하더라도 마스크 착용을 부탁드린다”고 안내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 지침에선 ▷환기가 어려운 3밀(밀폐, 밀집, 밀접) 실내환경에 있는 경우 ▷다수가 밀집한 상황에서 함성·합창·대화 등 비말 생성행위가 많은 경우 등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적극 권고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대학로 중소극장과 제작사에선 “마스크 미착용 상태에선 일행과의 대화 자제” “로비 이용 및 공연 관람 시에 마스크 착용 권고”를 당부 중이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지금은 공연장 내에서도 마스크를 벗는 관객에 대해 불편하게 바라보는 쪽이 더 많은 분위기다. 앞으로의 변화와 관객 반응들을 확인하며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록밴드 ‘시가렛 애프터 섹스’의 공연에서도 관객 대부분은 마스크를 착용했고, 공연장 안전요원들은 공연 전후로 마스크 착용을 당부했다.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함성·떼창 많은 콘서트장도 “마스크 쓰는 게 안전”

대중음악계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3년여 만에 팬과 아티스트가 마스크 없이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지만 정작 가요기획사로서는 조심스럽다. 업계에선 관객 자율에 맡기되 “함성과 떼창으로 인해 비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밀폐된 환경인 만큼 가급적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특히나 지금은 ‘눈치보기’ 상황이다. 아직 대중음악 공연장에서 코로나19 확산 등의 문제는 발생한 적이 없지만 사회적 영향력과 팬덤이 있는 가수들의 소속사는 시간을 두고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2월 중 소속 가수의 콘서트가 예정돼 있는 한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티켓 예매 오픈 당시 마스크 상시 착용을 공지한 이후 지침이 달라진 상황”이라며 “같은 시기의 다른 공연의 분위기를 살핀 뒤 결정을 내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게티이미지]

현재로선 대부분 ‘마스크 권고’로 기울고 있다. 지난 5일 서울 강서구 KBS아레나에서 열린 록밴드 ‘시가렛 애프터 섹스’의 공연에서도 관객 대부분은 마스크를 착용했고, 공연장 안전요원들은 공연 전후로 마스크 착용을 당부했다.

다만 공연장 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는 팬데믹 이전으로 회복의 신호탄이 되고 있다. ‘노 마스크’ 시대가 완전히 오진 않았으나 ‘착용 의무’ 해제를 ‘훈풍의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한 공연제작사 관계자는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는 공연장 내에서 마스크 착용과는 별개로 공연장을 찾는 관객들에게 조금이라도 남아 있던 심리적 위축감을 덜어주는 계기가 되리라고 본다”며 “이러한 지침으로 관객 수가 급격히 늘어나진 않겠지만 경직된 분위기가 완화되고 팬데믹 이전처럼 아무 걱정 없이 공연장을 찾아도 된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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