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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최고 ‘청정 피난처’ 울진 금강송면, 왕피천 생태
라이프| 2023-02-14 11:59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울진 북부 금강송면 일대는 백두대간이 지리산 방향, 영남알프스 방향, 두 갈래로 갈라지는 분기점 바로 아래에 있다.

요즘 세계 최고 한국예능 ‘피지컬 100’의 윤성빈 선수 두 말벅지 같은 지형을 끼고 있는 지대인 것이다.

이곳엔 금강송 군락지, 왕피천 생태탐방로 등 한국의 가장 건강하고 청정한 생태가 밀집돼 있다.

울진 금강송 군락지의 일출

▶금강송= 경북 울진군 서면 소광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멋스런 소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여의도보다 8배나 큰 1800ha의 면적에 수령 200년이 넘은 8만 그루의 금강송이 기운차게 하늘로 솟아올라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소광천이 흘러내리는 백병산과 삿갓재 기슭에 자리한 울진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는 ‘22세기를 위해 보존해야 할 아름다운 숲’과 ‘생태관광자원 분야의 2012 한국관광의 별’ 등에 선정되었다. 이 아름다운 숲이 오랜 기간 제대로 보존될 수 있었던 이유는 오지 중의 오지에 자리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국가에서 철저하게 관리를 했기 때문이다.

큰 길에서도 한참 들어가는, 오지 중 오지인 이곳을 선조들은 일찌기 알아봤다. 조선 숙종6년(1680)부터 이 숲을 관리하기 시작했으니 햇수만 따져도 300년이 훌쩍 넘었다.

36번 국도에서 917번 지방도를 타고 7km쯤 들어가면 길 왼쪽으로 ‘울진 소광리 황장봉계표석(경북 문화재자료 제300호)’이 보인다. 소광천 변 바위에 23자로 된 한문이 새겨진 것이 황장봉계표석이다. 한문을 해석하면 “황장목의 봉계지역은 생달현, 안일왕산, 대리, 당성의 네 지역이며, 관리책임자는 산지기 명길”이라는 내용이다. 6세기 중엽까지 침략군에 저항하던 실직국 안일왕이 왕피(王避)했던 궁성도 이곳에 있었다. 황장목이란 금강송의 다른 이름으로, 조선 왕실에서 사용하는 황장목이 있는 산을 지정해 일반인의 벌채를 금지했다.

울진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 트레킹

이 숲에서 가장 좋은 구간은 임도의 끝자락에서 숲으로 돌아 나오는 길이다. 능선의 길을 따라 양 옆으로 솟은 금강송들의 사열을 받는 듯한 느낌이 들어 특별대우를 받는 기분이다. 성인 둘이 껴안아도 손끝이 닿지 않는 거목들이 즐비하다.

금강송 군락지 입구에서 임도를 따라 오른 후 숲으로 내려오는 길은 빠르게 걷는다면 1시간30분 정도, 금강송이 어우러진 풍경을 감상하며 쉬엄쉬엄 걸으면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이곳은 인터넷을 통해 사전예약을 해야 출입이 가능하다. 예약은 사단법인 금강소나무숲길(uljintrail) 홈페이지에서 가능하고, 구간별로 하루에 80명까지 신청을 받는다.

금강송 군락지에 자리한 금강송 에코리움은 울진 금강송을 테마로 한 체류형 산림휴양시설로 금강송 테마 전시관, 금강송 치유센터, 숲 체험길, 찜질방, 유르트, 특산품 전시장 등을 갖췄다. 금강소나무 숲을 통한 쉼과 여유 그리고 치유라는 콘셉트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다.

불영사와 계곡 [지엔씨21, 드론촬영]

▶불영사= 불영사는 울진에서 봉화 방향으로 국도 36호선을 따라 태백산맥을 넘기 전 불영사계곡이 시작하는 곳에 있다. 불영사로 가는 1㎞ 남짓한 흙길은 불영사계곡의 비경과 울창한 금강송림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 이 길은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관광지 99곳’에 포함되었다. 여성스님들만 있는 비구니 사찰로 뒷산 부처 형상의 바위 그림자가 연못에 비친다하여 불영사라 불리게 되었다.

불영사에 들어서면 두 마리의 돌 거북이가 대웅보전을 힘겹게 떠받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는 불영사가 있는 자리가 화산(火山)이어서 그 불기운을 누르기 위해서라고 한다.

불영사는 스님이 직접 농사를 짓고 음식을 만들어 내는 사찰 음식으로도 유명하다. 사찰음식은 파, 마늘 등 오신채(五辛菜)가 안 들어가고 무공해 채소로 만들어 마음과 몸을 편안하게 해준다.

불영사에는 오랜 역사만큼이나 문화재가 많다. 지정된 문화재로 불영사 응진전(보물 제730호), 불영사 대웅보전(보물 제1201호), 「불영사 영산회상도」(1735년, 보물 제1272호), 불영사 삼층석탑(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135호), 양성당 부도(1696년, 문화재자료 제162호), 불영사 불연(佛輦,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397호), 불영사 불패(佛牌, 1678년,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398호)가 있다.

불영계곡

불영사 옆 불영사 계곡은 근남면 행곡리에서 금강송면 하원리까지 15km에 이르며 기암괴석과 깊은 계곡, 푸른 물이 가히 절경이다. 불영계곡은 봄에는 연둣빛으로, 여름에는 짙은 초록빛과 가을에는 울긋불긋 형형색색으로, 그리고 겨울은 하얀 색으로 온 세상이 물든다. 사계절 언제 찾아도 좋을 만큼 진경을 자랑해서 드라이브 코스로도 좋다. 굽이굽이 이어지는 길 따라 절경이 이어진다.

계곡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가 계곡의 중간지점에 2개소(불영정, 선유정)가 있으며, 불영계곡이 S자를 그리는 풍경을 한눈에 보려면 도로변에 위치한 선유정에 올라야 한다. 세월의 흔적만큼이나 이곳에는 의상대·창옥벽·조계등·부처바위·중바위·거북돌·소라산 등 온갖 전설이 얽혀 있는 절경지가 많다.

울진 굴구지 산촌마을

▶굴구지산촌마을= 울진군 근남면 구산리에 위치한 굴구지 농촌체험 휴양마을은 왕피천 하류에서 아홉 고개를 넘어야 마을이 있다고 해 예로부터 구고동 또는 굴구지로 불린 오지마을이다.

맑은 왕피천이 마을을 한 바퀴 휘돌아가고 남수산과 통고산 지맥이 마을을 둘러싸 사시사철 물이 맑고 청정한 자연을 느낄 수 있어, 계곡 트레킹에 최적의 장소로 인기다. 또한 왕피천 탐방로 2구간이 마을을 지나면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굴구지산촌마을에 위치한 삼층 석탑은 2층 기단을 구비한 평면 방형의 통일신라시대 삼층석탑이다. 규모는 작지만, 신라석탑의 전형양식을 잘 계승했다고 평가 받는다. 시기는 통일신라 후기, 9세기 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탑이 있는 곳은 청암사라는 절이 있었던 곳으로 전해 내려오며, 통일신라시대에 청암사가 불에 타면서 석탑만 남았다.

1968년 복원, 그 해 12월 19일 보물 제498호로 지정되었다. 2004년에 해체, 수리했으며, 2006년에는 주변을 발굴 조사하여 금동 불상 및 철마, 중국 동전, 명문기와, 자기 등 다량의 유물이 출토되었다. 구산리 삼층 석탑은 울진 지역에 유존하는 가장 오래된 석탑으로, 울진 지역의 불교사와 석탑 연구에 귀중한 자료이다. 탑이 있는 마을 이름은 ‘탑동’으로, 사람들이 탑을 보고 소원을 빌며 돌았다고 하여 붙여졌다고 한다.

굴구지 산촌 마을 인근 계곡

▶왕피천 생태탐방로= 실직국(울진-삼척-봉화-태백-동해-영덕) 왕이 사로국의 화친을 가장한 기습에 급히 피신했다고 알려진 왕피천은 경북 영양군 수비면에서 발원해 울진군 서면과 근남면을 거쳐 동해로 흘러드는 65.9km의 물길이다. 산과 절벽으로 둘러싸여 접근이 쉽지 않은 대표적인 오지인 왕피천은 국내 최대 규모의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꼽힌다.

왕피천 계곡은 2013년 12월에 환경부로부터 생태관광 육성을 위한 환경적 보전 가치가 있고 생태계 보호의 중요성을 체험·교육할 수 있는 전국 ’12곳의 생태관광지역’으로 선정되었다. 강을 따라 걷다보면 산을 타고 오르기도 하고, 어느새 바위들 사이로 길을 만들다가 이내 다시 발목까지 차오르는 왕피천의 생태탐방로는 다양한 생태자원과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즐길 수 있는 트레킹 명소다.

생태탐방은 사전에 예약 후 가이드와 동행해야 한다. 생태경관보전지역인 왕피천유역을 보호하고 멸종위기 동식물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오지탐방이기 때문에 탐방객의 안전도 중요하다. 수,목,일은 당일코스, 금토는 당일 또는 1박2일로 이용 가능하다. 월요일, 화요일은 쉰다. 홈페이지(wangpiecotour)를 통해 원하는 구간을 예약할 수 있다.

왕피천 하구 케이블카
울진 매화면 이현세 만화거리

▶이현세 벽화마을= 마을의 가로수도 매화나무로 심어져 있는 매화리 벽화마을은 울진군 매화리에서 태어난 만화가 이현세의 대표 작품들로 조성된 벽화거리다. 매화마을은 작가의 작품사용권을 공식 승인 받아 담장에 그림을 그려 벽화마을을 조성했다. 마을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2017년 12월 매화면사무소에서 매화복지회관에 이르는 250미터의 벽에 50컷의 그림이 완성되었다.

매화마을의 자랑인 매화 만화도서관은 이현세 만화 속 장면으로 가득 차 있으며, 이현세 작가의 작품과 작가가 직접 추천한 책 1,500여 권이 소장되어 있어 방문하는 사람은 누구나 무료로 편안하게 만화를 볼 수 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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