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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달동네 창신동의 잃어버린 10년…다시 오세훈표 재개발 [부동산360]
부동산| 2023-02-27 14:30
창신동 한 다세대주택 옥상에서 내려다본 노후 주택들. 비를 막기 위한 지붕 천막이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기왓장을 올려놓은 집 등이 눈에 띈다. [고은결 기자]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봉제 거리’로 잘 알려진 서울시 종로구 창신동 북측이 5000가구 규모 매머드급 재개발에 시동을 걸고 있다. 이 지역은 지난 십여 년간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발 방향성이 흔들려, 여전히 수십 년 전 모습 그대로인 곳이다. 창신 9·10구역이 지난해 말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 (신통기획) 대상지에 선정된 가운데, 창신12구역도 신통기획 공모에 재도전하며 ‘강북 랜드마크’로 비상하겠다는 목표다. 개발에 찬성하는 주민들은 차 한 대도 들어가기 힘든 비좁은 길, 거미줄처럼 얽힌 전선 더미 등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2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창신동 재개발추진위원회’는 지난 21일부터 주민들로부터 창신 12구역 재개발 신청(사전검토 요청) 동의서를 접수받고 있다. 창신 12구역 추진위는 창신 9·10구역이 먼저 선정되자, 12구역 내 주민들 사이에서도 재개발 의지가 강해져 동의율 요건 30%를 충분히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창신동 북측구역은 신통기획이 8만㎡ 이상 면적이 경우 감점이 되는 점을 고려해, 후보지 선정 전략으로 9·10·12구역으로 나눠 신통기획을 접수했다. 이에 9·10·12구역의 재개발 추진위원회는 통합 개발을 구상하며 한 사무실을 쓰고 있다.

앞서 신통기획 후보지에 선정된 창신 9·10구역은 지난 20일 신탁 설명회를 진행하는 등 신탁 방식 정비사업을 검토 중이다. 12구역은 올해부터 신통기획에 주민이 제안하면 사업속도를 단축할 수 있는 자문 방식이 도입됨에 따라, 주민제안 방식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추진위는 3개 구역의 재개발이 모두 순항하면, 5000가구 규모 아파트가 들어서 종로구를 넘어 강북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종권 창신12구역 재개발추진위원장은 “종로구 마지막 퍼즐인 창신동이 재개발되면 경희궁자이를 뛰어넘는 입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창신동 재래시장 뒤편 주택가 방향의 한 골목길. 정면에 다세대주택 주민들이 사용하는 공중화장실 문이 보인다. [고은결 기자]

과거 봉제공장이 밀집했던 창신동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서울시 재개발 정책의 바람을 심하게 탔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과거 임기 중이었던 2007년 뉴타운으로 지정했지만, 박원순 전 시장이 지난 2013년 뉴타운에서 지정해제했다. 이듬해 인근의 숭의동과 묶어 도시재생 사업 1호로 지정했다.

이렇게 ‘도시재생 1호’ 지역이 됐지만 2015년부터 약 4년간 11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도 열악한 주거환경이 개선되지 않자, 개발을 원하는 주민들 사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좁고 가파른 비탈길, 공동 화장실을 써야 하는 다세대 주택, 거미줄같이 얽힌 전선 등 문제점이 많은데 기념관, 지원센터 건립 등 실생활과 동떨어진 곳에만 예산이 쓰여졌다는 것이다.

개발에 찬성한다는 창신동 한 주민은 인근 주택 지붕에 덧씌운 천막을 손으로 가리키며 “왜 천막 위에 기왓장들을 늘어놓는지 아느냐. 바람에 날릴까 봐 그런다”며 “수십 년 전과 비슷하다. 노후화된 동네가 전혀 관리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도시재생사업 이후 창신동 인구는 계속 줄어, 2016년 기준 2만2800여명에서 올해 1월에는 1만8784명(주민등록인구)까지 감소했다. 주민들이 동네를 떠난 빈자리는 중국·베트남·네팔 등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 유학생들이 채워, 골목시장에서 외국어 간판을 단 식당, 마트 등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런 가운데 9·10구역이 먼저 신통기획 후보지로 선정되고, 12구역도 다시 공모에 도전하며 개발 기대감은 한층 커진 분위기다. 관건은 주민들의 의견 수렴이다. 창신동 봉제 골목에 있는 '이음피움 봉제역사관'이 이달 28일을 끝으로 폐관하는 등 시의 ‘도시재생 지우기’가 속도를 내는 가운데, 도시재생을 선호하며 여전히 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도 있다.

다만 뉴타운 지정 해제 후 사라진 개발의 꿈을 다시 기대하는 주민이 늘고 있다는 게 추진위의 설명이다. 강대선 10구역 재개발추진위원장은 “지금은 골목마다 거미줄, 해충 등이 가득하지만, 창신 북측이 통개발되면 약 5000가구가 새로 들어서 강북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다"며 "과거 뉴타운을 기대했던 주민들이 이제서야 다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k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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