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장기채 ‘활짝’ 회사채 ‘글쎄’…SVB에 울고 웃는 채권ETF [투자360]
뉴스종합| 2023-03-16 10:06
[로이터]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실리콘밸리은행(SVB) 등 미국 지역은행들의 잇단 파산으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살아나면서 한국과 미국의 장기 국채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이 급증하고 있다. 반면, 국채 대비 신용 위험이 높은 회사채 ETF는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VB 파산 사태 이후 수익률 상위 ETF 10종목 중 6종목이 장기국채 관련 상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수익률이 높았던 ‘KBSTAR 국채30년레버리지KAP(합성)’는 나흘 만에 9.63% 상승했고 이외 종목도 5% 이상 올랐다.

반면, 회사채는 다소 주춤한 모습이다. ‘ARIRANG 미국단기우량회사채’와 ‘KBSTAR 미국단기투자등급회사채액티브’는 각각 -1.34%, -0.60% 수익률을 기록했다. 가장 안전한 국채로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회사채는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장기국채ETF의 강세는 미국 지역은행의 줄파산으로 안전자산인 장기국채에 수요가 몰리면서 금리가 하락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한, 금융위기가 반복될 수 있단 우려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멈출 수 있단 기대감도 반영됐다.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여 수요가 늘어날 경우 금리가 떨어진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15일 3.462%까지 하락해 월초 고점 대비 15% 가까이 하락했다. 특히 스위스 2대 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가 지난해 재무 보고서에서 중대한 약점이 발견됐다고 밝힌 데 이어 최대 주주인 사우디국립은행이 더이상 자금을 투자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하루 만에 3.5% 아래로 내려갔다. 국내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월초 3.84%에서 3.41%로 떨어졌다.

장기 국채 하락세에 서학개미 역시 환호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이달 들어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디렉시온 데일리 20년 이상 미 국채 불 3배(DIREXION DAILY 20+ YEAR TREASURY BULL 3X SHS ETF)’다. 해당 종목은 미국 재무부가 발행한 잔존 만기 20년 이상 채권 가격 하루 변동 폭의 3배를 추종하는 상품으로, 월초 대비 16.69% 올랐다.

증권가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한 후 긴축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책당국의 신속한 반응과 주요 은행들의 견조한 펀더멘털로 일부 은행의 파산이 전체 금융위기로 번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SVB 파산 이후 긴축 중단 가능성을 빠르게 반영하고 있는 시장과는 대비된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번 FOMC에서 연준이 25bp 인상을 단행하고, 5월까지 5.50%를 가느냐 마느냐 정도의 싸움이 나올 것”이라며 “현재 SVB 사태가 시스템 위기로 확산하지 않는다면 미국 연방금리 기대를 중심으로 미국채 10년 3.7% 중심 라인에서 30bp 정도 움직임을 예상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채권 투자의 매력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신용 이벤트에 대한 시장 경계심리는 점차 완화하면서 그간 빠르게 하락한 금리는 다시 되돌려질 가능성이 높다”며 “원화 채권에 대한 보수적인 대응 전략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유승민 삼성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장은 “연준이 단기적인 금융 안정성을 고려해야 하며 이로 인해 3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최종금리 수준이 하향할 것으로 예측한다”며 “3개월 기준 채권에 대한 투자 의견을 기존 ‘축소’에서 ‘중립’으로 상향한다”고 주장했다.

윤선정 NH선물 연구원은 “전일 글로벌 금융권의 시스템 리스크 우려로 인해 은행들의 실질적 기준금리 인상 효과가 불가피해졌다”며 이날 국내채권시장은 안전자산 선호 유입으로 재차 강세를 보일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면서 “시장이 2008년 금융위기와 이번 사태의 본질을 동일하게 본다면 연내 2회 이상의 금리 인하를 기대하며 강세 폭을 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eyre@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