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9월 WGBI 편입하려면…외인 등록제 조기 폐지해야 [홍태화의 경제 핫&딥]
뉴스종합| 2023-03-24 06:33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이 한국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조건으로 ‘시장 접근성 체감도 향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장 접근성 개선 제도 발표와 체감도 향상은 비슷해 보이지만, 의미가 다르다. 체감도는 시장 접근성 개선 제도가 실제로 시작되고, 이에 따른 투자 업계의 긍정적 반응까지 확인돼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 정부는 앞서 시장 접근성 개선 제도를 발표했지만, 대부분 아직 실제 시행되지는 않았다. 3월 편입이 구조적으로 어려운 이유다. 이에 9월 편입이 유력하게 기대되고 있지만, 보다 완벽한 성공을 위해선 4분기로 예정된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 폐지 등을 좀 더 앞당겨 시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4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러셀은 WGBI 편입과 관련 ‘외국인 국채 이자·양도소득 비과세 제도 시행’은 물론, 추가적 시장 접근성 향상 제도 시행과 이에 따른 투자 업계의 긍정적 반응을 대한민국 정부가 이끌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제도 개선 계획만 가지고는 시장 접근성 향상 정도를 측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시장 접근성 향상 제도 계획을 보면 러셀 입장을 일부 이해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외국인 비과세를 제외하면 실질적 제도 개선 대책이 아직 시행되지 않았다.

정부는 1월부터 외국인 국채 이자·양도소득 비과세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거래시간 연장 등 외환시장 구조개선은 7월부터 시행되고, 유로클리어·예탁원 국채통합계좌 개통은 2분기 혹은 3분기 시행을 준비 중이다.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 폐지 등은 오는 4분기가 돼서야 시행된다.

현재 우리나라 시장 접근성 수준은 ‘레벨1(낮은 접근성)’ 단계다. WGBI 편입을 위해선 이를 최소한 레벨2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3월 편입이 불발되면 9월이 편입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4분기가 돼서야 시행되는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 폐지를 적어도 9월 이전 시행해야 하는 이유다.

이미 시장에서는 WGBI 편입 시점을 9월로 보고 있다. 크레디아그리콜(CA)은 지난 21일 ‘대한민국 국채 시장 핸드북’ 보고서를 통해 오는 9월 시장 접근성이 레벨2로 올라서고 편입 발표가 난 뒤, 다음해 3월 공식 편입이 될 것이라고 봤다.

3월 편입, 심지어 9월 편입이 불발되더라도 WGBI 편입은 결국 이뤄야 하는 성과로 평가된다. CA는 WGBI 편입으로 흘러 들어오는 자금 규모를 ‘패시브 자금’으로만 58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액티브 자금 규모 등에 따라 더 증가할 수 있다.

게다가 관찰대상국(Watch List) 지위는 편입이 불발돼도 러셀이 박탈하지 않는 이상 계속 유지된다. 꾸준한 관심과 노력만 있다면 종래엔 편입에 성공할 수 있다. 이미 정량적 요건인 발행잔액 액면가 기준 500억달러 이상, 신용등급 S&P 기준 A- 이상은 충족했다. 시장 접근성 만족도만 제고하면 WGBI 편입이 가능하다.

※‘경제 핫&딥’은 경제 상황과 경제 정책 관련 현안을 보다 깊고 쉽게 설명하는 연재 기사입니다. 경제 상황 진단과 전망은 물론 정책에 담긴 의미와 긍정적·부정적 여파를 풀어서 씁니다. 부작용이 있다면 대안을 제시하고, 또 다양한 의견을 담겠습니다.

th5@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