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아시아 아트허브 홍콩은 지속가능한가? [이한빛의 현장에서]
라이프| 2023-03-27 07:45
아시아 최대 아트페어인 아트바젤 홍콩이 지난 25일 성료했다. [헤럴드DB]

[헤럴드경제=(홍콩)이한빛 기자] 질문은 하나로 요약된다. 과연, 홍콩이 이전처럼 아시아 아트 마켓 허브의 독보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질문 안에는 몇가지 전제가 숨어있다. 홍콩의 변했다는 것 그리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후보군들이 있다는 것.

4년전과 분명 달라졌다는 것은 아트바젤 홍콩이 열리는 컨벤션센터의 전시장에서 뿐만 아니라, 센트럴의 갤러리 지구에서 그리고 10년 넘는 준비 기간 끝 지난해 마침내 개관한 서구룡문화지구의 M+뮤지엄에서도 알 수 있었다.

수백년 전부터 동서양의 관문으로 국제 상업, 무역 도시 역할을 해온 홍콩은 외국인의 비율이 어느 아시아 도시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그러나 코로나19로 글로벌 금융기업들이 다수 떠난 영향인지, 2019년 페어때보다 전시장을 찾은 서양인의 비중이 현격하게 줄었다. 내노라 하는 글로벌 메가 갤러리들이 입점했던 센트럴도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리만머핀, 마시모데카를로 등 갤러리가 빼곡하게 입점했던 페더빌딩엔 가고시안만 남았다. 갤러리 특화 빌딩인 H퀸즈도 서울옥션과 스푸르스 마거스가 빠져나갔다. 농업은행 꼭대기에 자리했던 페로탕은 바다 건너 침사추이로 이전했다.

2021년 3월 비플은 자신의 작업 ‘매일: 처음의 5000일(EVERYDAYS: THE FIRST 5000 DAYS)’이 크리스티 경매에서 6930만달러(약 911억원)에 낙찰돼,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가 톱 3에 랭크됐다. 이후 NFT 광풍이 몰아쳤다. 사진은 M+미술관에서 선보이고있는 비플의 전시작. 아트바젤 홍콩2023에 참여한 LGDR갤러리는 비슷한 작품을 호가 900만달러에 판매하는데 성공했다. [헤럴드 DB]

어딜 가도 북적이며 특유의 바이브가 넘쳐나던 홍콩은 이제 차분해졌다. 아트바젤 홍콩에 참여한 복수의 갤러리들이 입모아 같은 이야기를 한다. 조용해졌다고. 무언가 달라졌다고. 아무리 크리스티에서 900억원 넘는 가격에 작품을 낙찰시키며 NFT 돌풍을 일으켰던 비플의 작업이 호가 900만달러(117억원)에 팔리는 등 세일즈가 좋았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파비오 로씨 홍콩 화랑협회장이 “두 개의 병을 앓고 이제 나아졌다”고 표현했듯이, 홍콩은 정치적 불안과 코로나19를 차례로 겪었다. 시민들의 소요는 잦아들었지만 우려는 여전하다. 정치적 불안감이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고 직결할 순 없으나, 그 모호한 관계를 우리는 짐작한다. 마치 미술관의 부관장을 인터뷰하는데, 국가기관의 직원이 나와 배석하는 것이 아리송한 것 처럼 말이다.

홍콩의 대안은 가능하다. 프리즈가 들어온 서울이 있고, 7월에 새로운 페어를 개최하는 도쿄가 그렇다. 오랜 역사와 풍부한 문화적 자원을 가지고 있었지만 쇠락한 도시 파리를 아트바젤의 새로운 대주주 제임스 머독은 리뉴얼해 전세계 아트씬에 선보였다. 지난해 10월 파리를 찾았던 미술계 관계자들은 ‘파리에 르네상스가 왔다’, ‘벨 에포크가 돌아왔다’고 흥분했다. 도쿄는 같은 맥락에서 매력적이다.

홍콩의 대안은 또한 불가능하다. 아트바젤 홍콩이 독보적 위치를 획득한 데에는 2차 시장의 도움도 있다. 관세가 없는 홍콩은 거래단위가 천문학적인 옥션에게는 천국이다. 크리스티, 소더비, 필립스가 아시아 헤드쿼터를 모두 홍콩에 두는것은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이다. 프리즈 서울이 아트바젤 홍콩에 대항할 정도로 규모가 커진다고 할지라도, 2차 시장은 ‘넘사벽’이다.

정도련 M+뮤지엄 부관장은 “아시아는 너무나 넓고 또 다르다”고 했다. 이제 다극화의 시대다.

2022년 11월 16억2000만 달러(2조1100억원)에 낙찰되며 개인 컬렉션 경매사상 최대규모를 기록했던 폴 앨런 컬렉션의 마지막 경매가 오는 5월 뉴욕에서 열린다. 크리스티는 아트바젤 홍콩기간동안 해당 컬렉션의 프리뷰를 진행했다. [헤럴드DB]
vicky@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