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폐교 위긴데…재정 확보 무리” ‘천원의 아침밥’ 언감생심 지방대생
뉴스종합| 2023-03-27 16:22
‘1000원 학식’을 운영하는 한 대학에서 학생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혜원·김빛나 기자] 저렴한 가격에 학식을 제공하는 ‘천원의 아침밥’ 사업이 대학가에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재정이 열악한 지방 대학들에게는 여전히 ‘언감생심’이다. 지방에 있는 대학생들은 학교의 재정난으로 정부차원의 ‘아침밥 복지’도 누리기 힘든 상황이다.

27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응한 지방대 대학 관계자들은 1000원 학식 도입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학생 복지, 혹은 홍보 차원에서 도입을 검토했다가도 신입생 감소에 따른 재정난 우려에 무산된 곳들이 많다.

전라북도 소재 A 대학은 올해 천원의 아침밥 사업 참여를 적극적으로 검토했지만 끝내 무산됐다. 이 대학 관계자는 “교내 학생식당에서 조식을 운영하지 않고 있어, 사업에 참여하려면 근무시간을 늘리거나 인력을 더 뽑아야 했는데 재정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결론이 났다”고 했다.

올해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었던 제주시 소재 B 대학 관계자도 “사업 취지가 좋아 참여하고 싶지만 재학생이 400명 정도라 예산을 확보하기가 아무래도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다. 대구시의 C 대학은 “워낙 고물가 상황이니 (사업 참여가) 어렵고, 학식 뿐 아니라 다른 복지들도 요즘 같은 상황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올해 신입생이 정원에 미달했던 경남 소재 D 대학은 “폐교 위기를 겪고 있어 1000원 학식을 운영하면 홍보 차원에서도 좋을 거란 이야기가 내부적으로 있었지만 지금의 학생식당 운영도 재정적으로 어려워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입학 경쟁이 치열한 일부 대학을 제외하면 대학 재정난은 이미 보편적 현상이다. 지난해 11월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발표에 따르면 2021년 전국 156개 사립대는 1555억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학령인구가 줄어든 영향이다. 사립대학들은 2016년까지는 매년 흑자였지만 2017년 2066억원 적자로 들어선 뒤 5년 연속 손해를 보고 있다.

다만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주관하는 농림축산식품부는 ‘재정’을 중심으로 참여 대학을 선정한다. 천원의 아침밥 운영비는 대부분 학교 몫이기 때문이다. 학생이 1000원, 정부가 1000원을 부담하고 나머지 예산은 학교가 부담한다. 대학가에서 사업이 인기를 끌자 정부에서도 올해 7억원이었던 관련 예산을 15억원으로 늘리기로 했지만, 이 기준은 유지될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참여 대학 선정 과정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보는 것은 재정”이라며 “식단이 부실하게 나가지 않도록 대학교가 어떻게 자체적으로 재원을 확보할지를 검토하고, 현장에서 실제로 잘 운영되고 있는지 현장점검도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방이거나, 재정적으로 어려운 대학에 있는 학생일수록 인프라가 열악하고 일자리가 부족해 오히려 지원이 필요하지 않느냐”며 “재정이 양호한 대학을 우선적으로 선정한다는 것은 오히려 형평성 측면에서 어긋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민정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집행위원장도 “재정 부족으로 학식 가격을 올리는 대학들이 많은 상황에서 재정이 충분한 학교만 지원한다면 소외되는 곳들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3일 전대넷은 역시 대학생 2065명 중 1164명(56.1%)이 ‘식비’가 가장 부담됐다고 답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천원의 아침밥 사업 확대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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