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정부 출산정책, ‘혼인 부부→출산 아동’ 중심으로 변화해야”
뉴스종합| 2023-03-29 08:03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연합]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한국산업연합포럼(KIAF)은 ‘인구오너스(Demographic Onus) 시대 도래에 따른 산업계 영향과 대응 방안을 주제로 29일 ‘제34회 산업발전포럼’을 개최했다.

KIAF는 기계, 디스플레이, 바이오, 반도체, 백화점, 석유, 석유화학, 섬유 시멘트협회, 엔지니어링, 자동차, 전자정보통신, 전지, 조선해양플랜트, 철강, 체인스토어 등 16개 단체로 구성된 협회다.

인구오너스는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들고 부양해야 할 인구가 늘어나면서 경제성장이 지체되는 현상을 말한다.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은 인사말에서 “인력 부족, 나아가 인구 감소는 장기적으로 국내 수출산업 기반 약화의 핵심 요인이 될 우려가 있다”며 “과학적 원인 진단과 출산율 저하를 먼저 겪었던 유럽연합(EU) 등의 경험을 토대로 실효성 있고 예측 가능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EU의 경우 인구정책은 개별회원국에서 다뤄지고 있으나, 산업계의 인력부족 대응은 EU집행위 차원에서 이뤄진다”며 “EU는 노동 시장에 불참하고 있는 여성인력과 노령인구의 노동시장참여 촉진, 외국인 활용을 위한 이민확대정책, 노동인력 대체를 위한 자동화, 정보화 확대와 기술 혁신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출산보조금 지급 등 물질 여건 개선을 위한 정책을 전반적으로 검증해 효과 없는 정책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남녀 사귐 기회를 확대해주고, 조기입학과 학교 잔류 기간 단축 등으로 성인인식 연령대를 20대로 낮추면서 출산을 희망하는 남녀 파트너에 대한 의료 지원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결혼에 대한 젊은 층의 인식이 변화되는 점을 감안, 정부의 각종 출산장려책도 혼인 부부 중심에서 혼인여부와 관계없이 출산 아동 중심으로 변화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남희 저출산고령화정책기획센터장은 ‘저출산고령화 대책 현황과 정책과제’ 발표에서 “우리나라는 2020년부터 인구 자연감소, 즉 출생아 수보다 사망자 수가 많은 축소사회가 진행 중”이라며 “2022년 인구 자연감소는 12만3800명”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인구구조가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어 핵심생산연령인구(25~49세) 비중은 2020년 51%(1908만명)에서 2070년 46.2%(803만명)로 감소 전망이고,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15.7%에서 46.4%로 증가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황 센터장은 향후 정책 과제로 “저출산 고령화 대책의 우선순위를 설정하여 집중적으로 수행함으로써 정책 실효성을 제고하고, 인구정책과 사업 간의 연관성을 높여야 한다”며 “인구구조 변화는 기업 존폐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에 기업 참여를 제고할 방안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허진욱 인천대 교수는 ‘인구구조 변화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 발표에서 “장기경제 성장률은 올해 2%를 소폭 상회하는 수준에서 2070년 0.2%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경제성장률 하락의 주요 원인은 노동공급 감소로 볼 수 있는데, 노동공급은 1991~2019년 경제성장에 1%p 정도 기여했으나, 2031~200년에는 성장기여도가 마이너스로 전환되고 그 폭도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강종구 한국은행 국장은 ‘인구 고령화와 산업구조 간 관계’ 발표에서 “인구 고령화는 부가가치와 고용의 측면에서 제조업의 비중을 낮추고 서비스업 비중을 상승시키는 결과를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제조업에서는 섬유와 저기술 제조업 부문의 비중이 크게 하락하고, 서비스업에서는 부동산과 보건복지의 비중이 대폭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또 “인구고령화로 제조업 부문에서 국내 수요가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해외시장 개척 등을 통해 국내 수요 부진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상대적 생산성과 수익성이 높은 고기술 제조업 분야에서는 대학교육의 질적 확대를 통한 인적자원 확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지정토론에서 최유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출산‧고령사회의 적응에 반드시 법률이 필요한 것은 아니며 유효노동인력의 수요 예측 및 공급과 교육에 관한 사항, 산업에 구조조정에 관한 사항들은 정책으로 수행할 수 있다”며 “다만 정책의 체계적 운용, 권한과 예산 부여를 위해서는 법적 근거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발전법’은 제4조 중·장기 산업발전전망의 수립, 제6조 부문별 경쟁력 강화시책 등 산업구조나 산업발전을 대비할 수 있는 조항을 두고 있다”며 “이러한 조항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조사나 권한을 구체화하고, 인구변동에 따른 산업별 변화를 조사해 장기적인 전망을 예측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재량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구직활동조차 하고 있지 않은 청년(15~34세) 비구직 니트(NEET)가 100만 명을 넘는 현실을 고려하면 가까운 장래(20년 정도)에 노동부족이 발생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적어도 향후 20년 가량은 노동력 부족이 아니라 일자리 부족이 중요한 문제일 가능성이 크므로 정책도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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