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韓영상물 보면 ‘사형’· 구금시설서 자궁검사까지…北 인권보고서 공개
뉴스종합| 2023-03-30 12:35
북한인권보고서 표지 [통일부]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북한에서는 한국 영상물을 시청하고 유포하다 발각되면 처형된다. 또 구금시설에서는 소지품을 검사한다며 나체 검사를 하는가 하면, 여성의 질 내부까지 직접 확인하고 자궁검사까지 자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일성 초상화를 손가락으로 가리킨 한 임산부는 공개처형되기도 했다.

통일부가 2017∼2022년 탈북한 탈북민 508명의 증언을 바탕으로 작성해 30일 공개한 '2023 북한인권보고서'에는 이처럼 심각한 북한의 인권유린 상황과 열악한 북한 주민의 인권 실태가 고스란히 담겼다.

통일부는 31일 북한인권보고서를 공식 발간할 예정으로, 보고서는 2017년부터 매년 작성됐지만 일반에 그 내용이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국경지역에서 사법절차를 거치지 않고 즉결 처형하는 사례들이 지속해 수집됐다.

2019년 북중 국경지대에서 밀수 현장에 동원된 한 짐꾼은 절도를 하다 발각돼 경비초소에 억류됐다. 감시가 허술한 틈을 타 중국으로 도망가려던 이 짐꾼은 보위원에 의해 현장에서 사살됐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2020년 이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국경봉쇄 지역에 출입할 경우 사전경고 없이 발견 즉시 사살한다"는 방침에 따라 봉쇄지역에 출입한 사람이 실제로 사살된 경우도 있었다.

교화소에서 도주하다 붙잡힌 수형자가 처형되는 것을 목격한 동료 재소자들의 증언들도 지속해서 나왔다.

보위부가 관리하는 구금소 등에서는 2014년 동성애를 이유로 남성 피구금자가, 2013년에는 성매매를 이유로 여성 피구금자가 비밀 처형됐다는 진술도 나왔다.

북한에서는 살인 등 강력범죄뿐 아니라 마약거래, 한국영상물 시청·유포, 종교·미신행위 등의 이유로 사형이 집행되는 경우도 많았다.

한 탈북민은 "2018년 평성시에서 18명에 대한 공개재판이 있었다"며 "그중 1명이 성경을 소지하고 기독교를 전파한 행위로 사형을 선고 받고 곧바로 공개 총살되는 것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2020년 양강도에서는 한 남성이 중국에서 한국 영상물을 유입해 주민들에게 유포한 행위로 공개 총살됐고, 2018년에는 하이힐, 화장품 등 한국제품을 몰래 팔다 체포된 사람들이 역시 공개 총살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청소년과 임신한 여성도 예외는 아니었다.

2015년도에는 원산시에서 16∼17세 청소년 6명이 한국 영상물을 시청하고 아편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사형을 선고 받고 곧바로 총살됐다.

2017년에는 집에서 춤추는 한 여성의 동영상이 시중에 유포됐다고 한다. 이 여성은 당시 임신 6개월이었는데, 손가락으로 김일성의 초상화를 가리키는 동작이 문제가 돼 공개 처형됐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북한 여성들은 특히 가정, 학교, 군대, 구금시설 등에서 각종 폭력에 노출돼 있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구금시설에서 소지품을 검사한다며 나체 검사를 하는가 하면 여성의 질 내부까지 직접 확인하고 남성 계호원에 의한 자궁 검사까지 자행되고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 밖에 생체실험이 당사자 동의 없이 실시되고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생체실험은 주로 83호 병원 또는 83호 관리소로 불리는 곳에서 조현병 등 정신질환자나 지적장애인을 대상으로 이뤄졌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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