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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숫자 힘에 기댄 처참한 실패” 野 “입법권에 도전, 국민에 반기”
뉴스종합| 2023-04-04 11:22

국회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하자 여야는 극명하게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국가 재정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윤 대통령의 거부권을 옹호했다. 반면 과반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은 입법권을 무시하는 ‘독선적 국정운영’이라며 윤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며 거부권에 맞선 강도 높은 실력 행사를 예고하고 있다.

우선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거대 야당의 일방적인 법안 처리에 제동을 거는 합법적인 권한 행사라는 점을 부각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우리 당은 이미 수차례 걸쳐서 양곡관리법이 우리 농업 전반과 국가 재정에 미칠 악영향과 민주당의 일방적 강행처리의 부당성을 지적했다”며 “여소야대 상황에서 이런 무리한 법 막을 방법은 재의요구권(거부권)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3일 엑스포 실사단이 국회를 방문하기 직전에 국회에서 삭발투쟁 같은 극한 투쟁을 해야 했는지 어처구니없고 부끄럽기까지 하다”고 지적했다.

주 원내대표는 의석 수를 앞세워 법안을 일방적으로 처리해온 민주당을 겨냥해서도 비판 수위를 높았다.

그는 “임대차3법, 4대강보 해체, 북핵 정책, 탈원전 정책, 소득주도성장정책, 광고물 관리법 모두 민주당이 숫자의 힘으로 우리 당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밀어붙인 뒤 처참한 실패했다”며 “그럼에도 반성, 사과는커녕 계속 같은 실수를 반복하며 밀어붙이고 있는데, 누가 주도하는지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강조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런 실패가 한두 번도 아니고 계속 반복되고 있음에도 이를 고치지 못하는 정당이 내년 선거 어떻게 치르려고 하는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응한 민주당의 강경 투쟁에 맞서 여론전을 펼칠 태세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우려되는 부작용을 대외적으로 알리고, 거부권에 대한 민주당의 대응을 정치 공세로 규정하면서다.

한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의원은 민주당이 양곡관리법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 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을 언급하는 것을 두고 “긴급 현안질의를 열고 탄핵을 이야기하고 삭발을 감행하고 이런 것들은 민주당의 전형적 수법이라 새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우리는 여당답게 대정부 질문을 통해 양곡관리법의 부작용을 알릴 것”이라며 “민주당의 공세는 결국 우리에게 부담을 주려고 하는 것인데, 우리가 부담을 느끼지 않으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원내지도부 의원은 “우리 당은 이미 양곡관리법 부작용에 대한 농민 의견을 수렴해 정부 측에 거부권을 행사해달라고 요청했고 그 입장은 변함없다”며 “민주당이 같은 법안을 또 발의한다고 해서 정부여당이 양곡관리법에 반대하는 이유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 않냐”고 말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국회 입법권에 대한 도전으로 규정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절박한 농심을 매몰차게 거부하는 행위이자 국회 입법권을 정면으로 거부하는 일”이라며 “전체 농민에 대한 무관심과 무책임의 극치도 모자라 거부권 행사를 반대해온 국민한테도 반기를 든 셈”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이번 거부권 행사를 규탄하는 장외 투쟁을 진행하는 동시에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과정에 관여한 사람들의 책임을 추궁할 예정이다. 이승환·신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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