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원하는 기업 뜰 때까지” 버티는 취준생들…정장 대여소, 스터디룸도 ‘텅’
뉴스종합| 2023-05-18 10:14
서울 중구 청년일자리센터에서 한 시민이 스터디룸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안효정 수습기자] 공공기관 취업을 희망하는 김모(26) 씨는 지난 1년 간 정규직 공개채용을 딱 한 곳만 지원했다. 예술을 전공한 김씨가 전공을 살릴 수 있는 기관이 한 곳밖에 없어서다. 김씨는 “공채가 매년 한 번씩 열리는 데다 뽑은 인원이 적어 경쟁이 치열하다”며 “공채가 뜨지 않는 시기에는 계약직으로 일하면서 취업 준비를 계속한다”고 말했다.

공채를 기다리는 마음이 편한 건 아니다. 그는 “공공기관 채용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말을 들으면 막막하다. 끊임없이 (공부를) 하고 있다”며 “진짜 (원하는) 일자리가 없다”고 말했다.

채용 시장 문이 좁아지면서 쉬거나 단기 일자리를 하며 구직활동을 안 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경기불황·수시 채용 전환으로 원하는 일자리가 사라지자 휴식기에 들어간 것이다. ‘취업준비생의 메카’라 불렸던 신촌 일대의 스터디카페과 취업정장대여소를 찾는 취업준비생의 발길도 줄었다.

18일 신촌·홍대 일대의 스터디카페와 무료정장대여소를 돌아본 결과 취업준비생 손님이 줄었다는 사장님이 많았다. 신촌 T스터디카페 대표는 “코로나19 상황이 끝나고 상황이 나아질 줄 알았다”며 “내 입장에서는 그룹 모임이 많아야 좋다. 그런데 기업이 신규 채용을 대규모로 안 해서 그런가 여러 명이서 공부하는 그룹 스터디가 줄어 매출 회복이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청년들에게 취업 정장을 무료로 대여해주는 M 대여소 직원은 “지난해에는 월 평균 1000명 정도 방문했으나 올해는 한 달에 500명 정도로 줄었다”고 말했다. 다른 무료정장대여소 직원도 “이번 달엔 좀 늘긴 했는데 지난해나 재작년에 비해서는 50~60% 줄었다”고 말했다.

[연합]

취업 준비생도 과거와 달리 공채 시즌에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공고가 뜰 때까지 기다렸다 공부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대학생 김이솔(26) 씨는 “요즘 공개 채용 공고가 많이 올라오는데 다 넣지 않고 선호하는 직무에 맞춰 5곳을 넣었다”며 “직무 선호도에 맞춰서 골라 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원하는 공고나 직무가 아니면 아예 쉬는 취업준비생도 있었다. 기업 재무·회계팀 직무를 지망하는 취업준비생 김모(28) 씨는 “한동안 공채가 안 뜰 것 같아 요즘은 그동안 모아둔 돈으로 친구를 만나거나 독서 모임을 간다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오랜 취업 준비로 마음이 지쳐 딱 한 두 달만 더 쉬고 다시 공부하려 한다”고 말했다.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청년들은 통계상으로도 늘고 있다. 지난 10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 취업자 수는 13만7000명이 줄어 6개월 연속 감소를 기록 중이다. 동시에 청년층 실업자 수는 5만5000명 줄어 모순적인 수치가 등장했다. 통계청은 해당 통계에 대해 청년층 취업자가 감소한 부분들이 실업자로 가지 않고 비경제활동의 쉬었음 인구로 전환되는 양상을 보인다는 분석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휴식기를 가지는 청년들이 당분간 계속 늘 것으로 전망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고용 시장이 워낙 경직적인데다 경기 불황이 겹치면서 일자리를 구하고 있는 청년층이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다”며 “양질의 일자리를 공급하던 반도체 등 제조업 경기가 악화하면서 좋은 일자리가 없어 정규직을 포기하거나 구직을 대기하는 청년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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