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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두헌의 현장에서] 오락가락 답 못내는 경찰대 개혁 논의
뉴스종합| 2023-05-24 11:24

경찰대학 존폐 등 경찰제도 개혁방안을 논의해온 국무총리 직속 자문기구인 경찰제도발전위원회가 오락가락하는 행보로 신뢰를 잃고 있다. 위원장이 “표결로 정하겠다”고 공언해놓고 갑작스레 “논의를 더 해야겠다”며 임기를 연장하는 일이 반복되면서다.

경찰제도발전위원회는 지난 23일 마지막 회의로 예고했던 제12차 회의를 열었으나 경찰대 개혁권고안 등에 관해 위원 간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다며 위원회 존속기한을 재연장하기로 했다. 박인환 위원장은 애초 마지막 회의를 앞두고 위원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표결’이라도 진행해 권고안을 확정, 발표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표결 방식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과 함께 추가적인 의견수렴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반영해 기한을 연장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이 같은 오락가락 행보가 앞서 지난 2월 위원회 존속기한을 1차 연장했을 때와 판박이라는 점이다. 행정안전부 홈페이지에 공시된 지난 2월 7일 경찰제도발전위 제7차 회의 회의록을 보면 경찰대 개혁 관련논의에 대해 “의견이 모아지지 않을 경우 필요 시 표결하기로 함”이라고 써 있다. 위원회 출범 후 6개월 논의 끝에 표결로 결론을 내겠다더니 막판에 이를 뒤집고 “논의를 더 해보겠다”고 한 것이다. 이번 2차 연장과 상황이 똑같다.

논의가 진전된 것도 전혀 없다. 폐지 측 주장은 경찰대 졸업생들이 시험 없이 바로 경위로 임용되는 것이 불공정하고, 세금으로 교육받은 경찰대 졸업생이 로스쿨로 이탈하는 문제 등을 지적한다.

반대 측에서는 그동안 우수한 경찰대 졸업생이 경찰 임용돼 경찰 발전에 크게 기여해왔다는 점을 주장한다. 9개월째 똑같은 말만 되풀이하는 논의다.

앞서 1차 연장 당시 일부 위원 사이에서 “정치적으로 타이밍이 좋지 않아서 연장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는 검사 출신 정순신 변호사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아들의 학교폭력 논란으로 하루 만에 낙마하는 등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한 경찰제도발전위원은 “검사 출신 대통령에 검사 출신들이 핵심 요직을 장악한 정부에서 검사 출신 인사가 논란 끝에 경찰 2인자 자리로 가려다 낙마한 상황에서 ‘경찰대 폐지’라는 개혁안을 내놓기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대 힘을 빼겠다는 ‘답’은 이미 정해놓고, 정무적 상황을 고려해 결론만 미룬 것 아니냐는 추정이다. 이번 재연장 역시 ‘최대한 숙의 끝에 결론을 냈다’는 명분쌓기용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심지어 경찰제도발전위원회가 내놓을 결론은 ‘권고안’이라, 설령 경찰대 폐지 결론이 나더라도 국회 입법을 통해 법이 바뀌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위원회 권고안이 실제 입법화할지도 미지수다. 무언가를 개혁한다는 건 그것이 아무리 조그만 것이라도 쉽지 않다. 무의미한 임기 연장이었다는 비판을 피하려면 마지막 결론을 내는 방식은 조금 더 세련될 필요가 있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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