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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조작’ 라덕연의 회사 이름, 왜 ‘호안’일까? [유혜림의 株마카세]
뉴스종합| 2023-06-04 07:01
라덕연 호안투자자문 대표 [연합·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쓰는 '호시탐탐(虎視耽耽)'의 유래를 아시나요. 호시탐탐은 호랑이가 눈을 부릅뜨고 먹잇감을 노려본다는 뜻입니다. 남의 것을 빼앗기 위해 형세를 살피며 가만히 기회를 엿본다는 의미를 담고 있죠.

여기, 한 인물의 유튜브 채널에도 두 눈을 부릅 뜬 호랑이 한마리 그림이 박혀 있습니다. 매서운 눈매에 선명한 줄무늬. 그리고 '호안(虎眼)'이라는 빨간 글씨가 담겼습니다. 바로 SG 증권발 폭락 사태의 주범인 라덕연 호안투자자문 대표의 채널입니다.

[호안스탁 유튜브 채널 갈무리]

호안, 자본시장의 먹잇감을 그렇게 호시탐탐 노렸던 걸까요. 이곳에서 라 대표는 종목 분석, 주식 강의 등 콘텐츠를 만들며 2017년 2월부터 채널을 운영했습니다. 동영상은 무려 278개. '하락장도 무섭지 않다!! 나에게는 선물옵션 헷지가 있으니 ㅎㅎ'라는 제목의 콘텐츠도 보이네요.

회사 이름에도 어김없이 '호랑이의 눈(호안)'이 등장합니다. 라 대표는 2014년부터 투자자문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머니사이언스인베스트(2014년 7월)'라는 상호로 유사투자자문업자 신고를 합니다.

이후 2016년 주식회사 호안을 설립하고 선물 거래와 주식, 채권 등 투자자문을 했습니다. 또 '호안스탁'이라는 이름을 내건 홈페이지를 열고 주식과 선물·옵션 투자 방송을 유료로 제공했죠. '호안스탁' 유튜브 채널도 이 때 열립니다.

라 대표는 오프라인 투자 세미나도 본격적으로 진행합니다. 2019년 3월 '라덕연 투자 세미나'를 열고 투자자를 모집하고, 자신이 이끄는 호안을 "돈 버는 기술을 가진 숙련된 기술자들의 모임"이라고 소개하기도 했죠.

라 대표는 느슨한 투자자문 업체 등록제도를 교묘히 이용했습니다. 유사투자자문업과 투자자문업을 등록하고 폐업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투자자를 모집했죠. 2019년 역시 라 대표가 다단계 방식으로 투자자를 모집해 대리 투자에 나선 시점으로 추정됩니다.

라덕연 일당의 '자금 저수지'로 추정되는 법인에도 '호안'은 빠지지 않습니다. 라덕연 대표가 대표이사로 선임된 에베레스트파트너스(경영컨설팅), 스페테딕(가구) 외에도 골프, 리조트, 뷰티 등 다양한 업종의 법인들이 있습니다.

특히, 경영컨설팅 업체로 분류된 '호안에프지'에도 눈길이 가네요. 여기 대표는 라 대표 최측근으로 알려진 변모씨입니다. 앞서 법원은 지난 8일 라 대표의 체포영장을 발부하자 검찰은 다음 날인 9일 라 대표와 호안에프지 대표 변모씨, 전직 프로골퍼 안모씨를 차례로 체포했습니다.

주요 혐의는 자본시장법 위반(시세조종, 무등록 투자일임업), 범죄수익은닉법 위반 등. 변씨는 고액 투자자들을 전담 관리한 역할을 한 의혹을 받습니다. 안씨 역시 고액 투자자 모집을 전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선명한 왕(王)자 무늬 아래 번뜩이는 눈빛. 매서운 호랑이 눈이 주는 '위압감'은 때론 사자를 압도합니다. 처음에는 호랑이의 눈으로 수익을 발굴하겠다는 의지를 담았을지는 몰라도 하나둘 진상이 밝혀지는 지금은 그저 먹잇감을 찾는 탐욕의 눈에만 그칠 뿐입니다.

fores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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