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취업 준비 기간 ‘또’ 늘었다 “月200만원 써도, 보장 못해”
뉴스종합| 2023-08-29 17:37
[연합]

[헤럴드경제=안효정·박혜원 기자] “취업 준비 기간은 자꾸 길어지는데 나가는 돈은 많다보니 오롯이 공부에만 집중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돈도 벌어야 하니까요. 언제까지 일과 공부 병행해야 할까요. 내년에 된다는 보장도 없는데.”

취업 준비생 김모(29) 씨가 기자에게 털어놓은 얘기다. 김씨는 지난해 8월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을 졸업해 현재 중등 임용시험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11월 응시한 시험에서 떨어져 ‘취업 재도전’에 나선 김씨는 올해가 아닌 내년을 기약한다고 했다. 늘어난 취업 기간만큼 김씨의 지출 부담이 커져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취업 준비를 할 수 있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김씨는 인터넷 강의비 65만원, 스터디카페 이용료 20만원, 월세 50만원, 교통비 5만원, 식비 60만원 등 매달 200만원 이상을 썼다.

대학 졸업생의 취업 준비 기간이 4년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4년제 대졸자의 첫 취업 평균 소요 기간은 8.2개월로 전년 동월(7.8개월) 대비 4개월 증가했다. 2020년엔 7.2개월, 2021년엔 7.7개월이었다.

준비 기간이 늘게 되면 투입되는 비용도 커지기 마련이다. 앞서 언급한 김씨의 경우 취업 준비 기간이 1년 늘어날 때마다 최소 1800만원 이상의 지출을 감당해야 한다.

김씨는 생활비를 줄이기 위해 자취를 접고 올해 2월 가족이 거주하는 경기도 집으로 들어갔다. 또 공부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고자 학원과 학교에서 강사로 주3회 일하고 있다. 그럼에도 김씨의 월 평균 지출 금액은 150만원이다. 김씨는 “취업 준비에 드는 돈을 모으려면 일이 불가피한데, 일을 하다 보면 취업 준비에 쏟을 시간과 체력이 줄어들어 걱정”이라며 “일과 공부를 병행하는 시간만큼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지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취업 비용이 늘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김씨만이 아니다. 취업콘텐츠 플랫폼 캐치가 이달 11~18일 청년 구직자 1588명을 대상으로 취업 비용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52%(829명)가 ‘작년에 비해 취업 준비 비용이 늘었다’고 답했다. 이중 28%(441명)는 취업 준비 비용이 ‘조금 늘었다’고 답했고, 24%(388명)는 ‘매우 늘었다’고 했다. 응답자 61%는 취업 준비 비용이 지난해보다 증가한 원인으로 ‘취업 준비 기간이 늘어나서’라고 답했다. 응답자 16%는 ‘수강료, 교재, 자격증 등 전반적인 취업 물가가 올라서’(16%)라고 했다. 졸업 후 첫 취업까지 3년 이상 걸린 청년도 32만4000명(8.4%)에 달한다. 첫 취업에 2년 이상 걸린 청년까지 범위를 넓히면 59만1000명(15.3%)이다.

기업 취업을 희망하는 한모(25) 씨도 김씨처럼 취업 준비 비용과 생활비 마련을 위해 과외 아르바이트를 3개씩 하고 있다. 한씨는 취업 준비 기간을 1년 이내로 예상하고 졸업했지만 3년이 다 되어가도록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 한씨는 “자격증 시험 응시료와 학원비만 해도 월 평균 40만원이 넘는다. 여기에 외식비, 교통비 지출까지 더하면 어지러울 정도”라며 “과외 아르바이트는 구직 전까지 필수가 됐다”고 했다.

2년 전 대학을 졸업한 이후부터 회계사 시험 공부를 하고 있는 이모(28) 씨 역시 경제적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씨는 학원을 다니는 달엔 학원비 30만원, 교통비 6만원, 식비 70만원 등 기본적으로 100만원 이상이 든다고 했다. 학원을 다니지 않는 달에도 인터넷 강의비 30만원, 교재값 10만원, 스터디카페 15만원, 생활비 40만원 등을 써 총 지출액은 비슷했다.

이씨는 “아직까지 부모님 지원을 받고 있지만 시험 준비 기간이 2년이 다 되어가니 매번 마음이 무겁고 눈치가 보인다”고 했다. 이씨는 내년 2월에 1차 시험을, 8월에 2차 시험을 앞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와 정부가 취업 준비생 청년의 부담을 해소를 위해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취업 준비에 드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청년들이 노동 시장에 원활히 진입할 수 있도록 지자체와 중앙 정부가 직업 훈련 프로그램 등을 풍성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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