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개고기버거' 진짜 나왔다…한국서 개고기 사라질까 [채상우의 미담:味談]
뉴스종합| 2023-11-25 23:22
.
편집자주
음식을 통해 세상을 봅니다. 안녕하세요, 맛있는 이야기 '미담(味談)'입니다.
[안용근 교수 제공]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주문하신 개고기버거 나왔습니다."

뜨거운 감자였던 '개 식용'의 종지부가 눈 앞에 다가왔다. 정부가 '개 식용 금지법'을 연내 제정하기로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개 사육, 유통, 판매가 금지된다.

오랜 기간 개 식용을 반대해온 이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한 가지 찝찝한 우려감은 남아있다. '법으로 막는다고, 개 식용이 근절될까'라는 의구심이다.

음식을 법으로 금지시키는 것이 무력화됐던 사례는 역사를 통해 이미 숱하게 드러난 사실이다. 이 때문에 개 식용이 음지에서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재탄생하지 않을까.

완벽한 개 식용 근절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되짚었다.

개고기버거·개고기주스…생각지도 못한 개고기 요리들
[안용근 교수 제공]

보신탕·전골·수육에만 국한됐던 개고기가 다른 모습으로 재탄생하면 어떤 음식이 등장할까.

이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한 사례가 있다. 한국식품영양학회 회장을 겸임하고 있는 안용근 충청대학 식품영양학부 교수는 개고기를 이용한 다양한 식품 개발을 실제 행했다.

안 교수가 현재까지 개고기를 이용해 만든 식품은 ▷햄버거 ▷돈까스 ▷마요네즈 ▷수프 ▷순대 ▷식초 ▷장아찌 등 27개에 달한다. 여기에 개 기름을 활용한 화장품까지도 개발했다. 그가 만든 '개고기음료'는 개의 소화액을 희석해 만들었다.

[안용근 교수 제공]

안 교수는 "개고기는 훌륭한 고단백질 식품으로 다른 육류에 비해 몸에 거부반응이 적어 소화도 잘 된다"며 "지방질에는 불포화지방산이 많고 콜레스테롤이 매우 적어 고혈압을 예방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개고기를 다양한 요리에 적용하려는 시도는 최근의 일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처럼 보신탕과 전골, 수육 등 서너가지 요리에 국한된 상황이 이례적이라는 게 안 교수의 설명이다.

[안용근 교수 제공]

안 교수는 "조선시대만 하더라도 개장국, 동아개찜, 개순대 등 굉장히 많은 종류의 개고기 요리가 존재했다"며 "개고기 요리가 담긴 요리책도 '활인심방', '음식디미방', '산림경제', '고사십이집' 등 굉장히 다양했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축산물위생관리법상 개는 가축의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개를 도살하거나 가공 등을 할 수 없다"며 "개고기를 활용한 다양한 식품 생산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이런 문제를 하루빨리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음지화됐다 다시 돌아온 음식들…'식욕'은 막지 못하는 걸까
러시아에서 세안용 오일로 술을 만드는 장면. 이 술로 인해 러시아인들이 집단 사망하는 등 문제가 됐다. [연합]

역사적으로 국가가 금지시켰던 음식이 음지화됐던 일은 흔한 일이었다.

대표적인 음식이 '술'이다. 많은 나라에서 술에 취해 일어나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주'를 시행되곤 했었다.

미국에서는 1919년부터 1933년까지 약 14년간 금주법이 시행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시기 오히려 술로 인한 사건 사고는 더욱 활개를 쳤다. 밀주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밀주사업에 마피아까지 뛰어드는 지경에 이르렀다. 밀주는 정상적으로 만든 술과 달리 공업용 에탄올이나 메탄올을 섞어 만들기도 해 목숨까지 위협했다.

미국 작가 빌 브라이슨은 금주법을 두고 "역사상 이보다 더 기만적인 법도, 이보다 더 위선적인 법도 없었다.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많은 술을 마셨다."고 비평하기도 했다.

소련에서는 1972년과 1985년 두 차례 금주령이 시행됐다. 이때 소련 인민들은 술 대신 산업용 알코올뿐 아니라 알코올 성분이 들어간 향수, 광택제, 살충제, 접착제 등 주변의 온갖 것을 술 대신 마셨다. 당연히 몸에 이상이 없을 리 없었다. 수 많은 인민이 목숨을 잃었지만, 그들은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이런 것들을 먹어댔다.

조선시대 소고기를 먹지 못하는 '우금령'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가 소고기 소비를 끊지 않았다.

불교 영향이 강했던 동북아시에서는 육류가 제한되기도 했다.

대표적인 나라가 일본인데, 675년 덴무 덴노에 의해 시행된 육식금지령이 무려 1200년간 이어졌다. 그렇다 하더라도 일본인들은 여러가지 편법을 들어 적게나마 육류 섭취를 멈추지 않았었다. 고기를 말린 뒤 가루를 내 경단처럼 둥글게 빚어 고기의 형태를 없애 먹기도 했다.

조선시대에는 1392년 태조가 조선을 설립한 뒤부터 1834년 순조 집권기까지 '우금령'을 시행해 소고기를 먹지 못하게 막았다. 태종은 소고기를 먹은 이의 재산을 몰수했으며, 세종 7년에는 소고기를 먹으면 태형 50대에 이르는 처벌을 했으니 사실상 사형이나 마찬가지였다.

무서운 형벌에도 소고기 먹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영조 때에는 설과 추석 등 명절에만 약 3만 마리의 소가 도축됐다는 기록이 있고, 조선 후기에는 하루 1000마리의 소가 소비됐다고 한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소가 병에 걸려 죽어 어쩔 수 없이 먹는다"는 등 관아에 핑계를 대곤 했다. 관아에서도 거짓임을 알더라도 그냥 묵인하고 실제 처벌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개=가족, 인식의 변화로 '금기' 돼야
중국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개고기 모습.

결국 법만으로 강제하는 것은 인간의 식욕을 억제하기 어렵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증명했다. 물론 법으로 강제하지 않았을 때보다 소비가 크게 줄겠지만, 자칫 잘못된 방향으로 음지에서 소비될 수도 있다는 것도 배웠다 .

그렇다면, 완벽에 가까운 금식(禁食)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를 위해서는 개고기가 사회문화적으로 '금기'의 영역에 자리잡아야 한다.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참는 것이 아니라 '먹을 수 없는 존재'로 자리매김하는 수밖에 없다.

식인을 예로 들어보자. 인간이 인간을 먹는 행위는 고대시대부터 근현대까지 세계 곳곳에서 이뤄졌다. 식인은 종교적인 이유로 또는 전쟁 상황에서 공포감을 주기 위해 또는 배고픔을 이겨내기 위해 행해졌다. 심지어 아즈텍 문명과 고대 중국에서는 인간을 요리해서 먹는 풍습이 있었고 중국에서는 인육 시장까지 있었다는 설도 있다.

하지만, 문명의 발달과 함께 식인이 인간성에 위배된다는 것이 사회 통념으로 자리잡은 뒤 우리는 스스로 식인을 금기하고 있다.

이슬람에서 '돼지고기' 역시 마찬가지다. 종교적인 이유로 시작된 금식이지만 1000년이 지난 지금, 이슬람 국가에서 돼지고기 금식은 통념으로 자리잡았다. 종교적 신념을 지키기 위해 억지로 참는 것이 아닌, 인간과 마찬가지로 못 먹는 존재다.

한국에서 개에 대한 인식이 가축에서 인간과 함께 하는 동반자로 변화하고 있다. 미래에는 반려견을 가족과 동일시하는 문화가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그 때가 오면 법으로 강제하지 않더라도, 개고기를 먹는 행위는 사회적 금기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정에서 개고기의 음지화가 이뤄질 수 있지만, 이 역시 시간이 지나 인식의 변화가 완성되고 나면 해결되지 않을까 전망해본다.

123@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