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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인수 키포인트, 가격·재무안전성·사업시너지”
뉴스종합| 2023-11-24 11:37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주도하는 HMM 경영권 매각전에서 동원과 하림이 본입찰에 응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가능성을 높이는 3가지 요인으로 가격, 재무안정성, 사업시너지가 지목되고 있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MM 매도자 측은 이달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전날 마감한 본입찰에는 동원과 하림 2곳이 참여했다. 동원의 경우 지주회사 동원산업이 지분 100%를 소유한 동원로엑스(육상 물류)를 인수 주체로 설정했다. 하림지주는 과반 지분을 보유 중인 팬오션(벌크선사)을 앞세우고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와 손잡았다.

▶가격 눈높이 6조원대, 잔여 영구채 협상 관건=입찰자 두 곳 모두 매도자 눈높이에 맞는 가격을 써내면서 유효 경쟁은 성립됐다. 입찰가격은 6조3000억~6조4000억원으로 알려졌다. 외부 자금 조달에 적극성을 보였던 하림이 동원보다 높은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KDB산업은행 측의 희망 매각가는 HMM 시가를 반영한 6조원대 초반에서 언급된다. 매각 대상인 HMM 보통주 57.9%와 최근 1개월 종가를 대입한 시장가치는 6조1812억원을 기록 중이다.

매도자가 HMM 매각 이후에도 액면금액 1조6800억원에 달하는 미상환 영구채를 보유하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거래 가격에 경영권 프리미엄이 반영되지 않은 이유로도 꼽힌다.

해당 영구채의 보통주 전환을 가정한 시장가격은 5조원을 훌쩍 넘고 있다. 그만큼 매도자 측이 영구채 원리금만 상환 받을 가능성은 낮다. 영구채를 보통주로 전환하면 HMM 지분 약 33%를 확보한다. 이는 HMM 새 주인의 예상 주식 소유 비율 39%와 6%포인트 차이에 불과하다. 결국 잔여 영구채의 처리 방법 역시 이번 협상에서 중요할 전망이다.

▶기업구조조정 성공 사례, 재무안정성 입증 필수=본입찰의 첫 관문인 가격 문턱을 넘어선 만큼 거래 성사 가능성에는 한발 다가섰다. KDB산업은행 측은 재무안정성을 핵심 평가 잣대로 입찰자를 검토할 것으로 관측된다.

HMM의 경우 KDB산업은행이 주도한 기업구조조정 가운데 손꼽히는 성공 사례다. 유동성 위기에 빠졌던 HMM에 7조원 규모 공적 자금을 지원해 10년 만에 경영 정상화를 이뤘다. 선대 대형화를 통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기반을 만들었으며 세계 3대 해운 동맹인 디 얼라이언스(THE Alliance)에 정회원으로 가입하며 노선, 서비스 네트워크 역시 확보했다. 예정대로 HMM 매각이 이뤄지면 KDB산업은행은 지원금을 초과하는 회수 성과가 기대되고 있다.

HMM을 민영화로 전환하는 시점에 새 주인의 재무안정성은 더없이 중요한 상황이다. 과거 금호산업이 대우건설을 무리하게 인수했다가 자금 압박에 알짜 자산을 정리하고 3년 만에 KDB산업은행에 재매각했던 사례가 있다. 이번 M&A를 앞두고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HMM 새 주인과 주주 간 계약을 통해 회사 자산을 사적 용도로 활용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강조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림과 동원 모두 HMM 인수 이후 재무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근거와 계획을 앞세워 매도자를 설득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양사 모두 자기자본 투자 비율을 높여 거래 구조를 설계한 것으로 알려진다. 자산 효율화를 통한 유동성 확보, 타인자본 조달 등 여러 선택지를 고려해 인수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하림, 국내 대표 국적선사 vs 동원, 종합 물류 기업=재무적투자자(FI)와의 맞손 등 자금력을 총동원한 하림그룹은 국내 대표 국적 선사로서 도약한다는 인수 후 시너지 효과도 강조하고 있다. 하림은 지난 2015년 국내 최대 벌크선사 팬오션을 인수하고 물류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해왔다. 본래 STX 소속으로 법정관리까지 밟았던 팬오션은 인수 이후 빠르게 실적을 개선했다는 평가다.

2015년 7월에는 법정관리를 졸업했고 2017년에는 매출액 2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지난해 팬오션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6조4204억원으로 전년 대비 39.1% 늘었고 영업이익은 7896억원으로 전년 대비 37.8% 증가했다. 이 과정에서 축산업에서 식품 사업 전반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면서, 그룹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가 커진 것이 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하림그룹은 팬오션 인수를 통해 곡물 유통 분야까지 사업을 확장하는 이득을 봤다.

또한 HMM 인수에 성공할 경우 물류분야에서 시너지 효과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HMM은 앞선 경영 악화로 벌크선 사업부를 매각했고, 현재는 컨테이너선 분야 사업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이에 컨테이너선 운임 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아 왔다. 하림이 HMM을 인수할 경우 팬오션이 벌크선 분야, HMM이 컨테이너선 분야를 영위하면서 사업중복을 막고, 시너지 효과 창출이 가능하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동원그룹은 HMM을 인수해 육상과 해상을 잇는 종합 물류 체계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원양어업으로 사세를 키운 동원은 바다를 기반으로 한 해운업이 낯설지 않다는 점에 힘을 싣고 있다. 2016년 동부익스프레스(현 동원로엑스)를 인수해 육상 물류 사업을 펼치고 있는 동원은 동원로엑스의 물류 사업을 기반으로 항만, 해상 운송까지 사업을 확대, 종합 물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다.

특히 동원의 강점은 현재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동원 부산항만 터미널’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HMM이 주로 영위하고 있는 컨테이너선 사업 분야는 운임지수 급락으로 영업수익이 감소하고 있다. 동원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항만 터미널을 활용할 경우 해상 운임 하락에 대한 대비와 다른 사업에 대한 병행이 가능해진다. 또한 동원 입장에서는 인수를 통해 ‘복합물류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 육상(동원로엑스)과 해상물류(HMM), 이를 이어줄 터미널(부산항만 터미널)까지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IB업계 관계자는 “HMM은 국내 최대 컨테이너사임에 따라 인수자가 회사를 더 성장시킬 역량이 있는지가 매우 중요하다”며 “인수자의 재무 역량은 물론 사업 시너지도 우협 선정의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미·김성우·심아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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