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킬러문항 없으니 더 불안” 입시컨설팅·논술 문전성시…사교육은 ‘불패’
뉴스종합| 2023-11-28 10:17
서울 소재 한 대학교에서 열린 논술고사에 응시한 수험생들이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킬러문항 배제 영향이요? 학부모랑 수험생들이 더 혼란스러워졌어요. 예상과 다른 난이도에, 입시업체를 낀 재수생들까지 겹치니 정보를 얻기 위해 돈을 쓸 수밖에 없어요.” 최근 수능을 치른 고3 학부모 이모(48)씨는 이같이 말했다.

사교육 부담을 줄이기 위한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 없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진 직후, 사교육 시장이 되레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킬러문항 대신 중고난도의 준킬러 문항이 늘며 학부모와 수험생들의 불안감이 더욱 높아진 탓이다. 특히 정시 원서 전략을 짜는 컨설팅 업체엔 상담 수요가 몰리며 상담료가 예년보다 2배 가까이 오른 곳도 있다. 정시 대신 수시모집 논술고사에 승부를 거는 수험생이 늘어 논술학원 역시 호황이다.

28일 입시업계에 따르면 강남구 소재의 한 입시업체는 지난해 40만원선이었던 정시컨설팅 가격을 올해 60만원으로 올렸다. 이곳은 수능 직후 선착순으로 컨설팅 고객을 모집했는데, 하루 만에 마감됐다. 한 입시업계 관계자는 “예상과 다르게 ‘불수능’으로 출제되면서 학부모들 사이 불안감이 높아지며 입시컨설팅 가격도 대체로 오른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헤럴드경제가 다수 입시업체에 문의한 결과 올해 정시컨설팅 가격은 60~100만원대로 형성됐다. 이는 사교육 수요가 집중된 서울 강남 일대뿐 아니라 지방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다른 입시업체 관계자는 “서울은 서울대로 인플레이션이 있고, 지방은 컨설팅 업체가 많이 없기 때문에 가격이 (서울과) 비슷하다”고 했다.

대치동 학원가. [연합]

올해 입시 컨설팅 업체에 수요가 몰린 것은 ‘불수능’에 킬러문항이 사라진 영향까지 겹치면서다. 당초 입시 업계에선 킬러문항 배제로 올해 수능은 예년 대비 쉬울 것이라는 예측이 주로 나왔다. 그러나 정작 수능에선 준킬러 문항이 다수 출제되면서 표준점수 등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EBS와 입시업체 등에 따르면 올해 수능 국어는 지난해 수능이나 9월 모의평가보다도 어려운 수준이었다. 수학 역시 최상위권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한 문제가 여럿 나오면서 어려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 소재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올해의 경우 표준점수나 백분위를 예측할 수 없다며 불안해하는 이들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산 기간 비대면 수업으로 학부모들 간 교류가 줄어든 탓에 정보를 얻으려는 수요가 수 년 사이 더욱 몰렸다는 분석도 있다. 경기 소재 한 입시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 전후 문의 내용을 비교해보면, 대형 입시업체 분석을 못 믿겠으니 정보를 달라는 것이었다면 최근엔 업체 분석을 그대로 들고 오는 경향이 많아졌다”고 했다.

최근까지 이어진 수시전형 논술고사 수요도 늘었다. 수능 직후 급하게 논술고사로 전략을 돌린 수험생들도 늘면서, 수능 직후부터 단기간 집중반에 등록한 이들이 모였다. 서울에 거주하는 학부모 B씨는 “학교마다 전략이나 유형이 달라 각각의 수업을 등록해야 하기 때문에 각각 결제를 했다”고 했다. 실제로 대학별 논술고사 응시율은 대체로 전년 대비 높아졌다. 서강대 응시율은 전년 대비 3.6%포인트, 경희대는 1.4%포인트, 건국대는 3.0%포인트 등으로 올랐다.

한편 전날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22 초·중·고 사교육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고3 학생들은 진로·진학 컨설팅 사교육에 월평균 9만원을 지출해, 1년으로 환산하면 108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술 사교육비는 고1 때 월평균 17만원에서 수시 준비가 본격화되는 3학년에는 33만원으로 급증했다. 연평균으로 보면 논술에만 396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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