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히틀러가 샀던 조각상 돌려줘” 독일 요청에, “죽어도 싫어” 伊반발
뉴스종합| 2023-12-05 09:53
[AP=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독일 국립박물관이 나치의 수장 아돌프 히틀러가 사들였다가 이탈리아에 반환된 고대 로마 조각상을 재반환해달라고 요청했다.

이탈리아 정부 측은 이에 "죽는 한이 있어도 안 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에 따르면 독일 뮌헨에 있는 국립고미술박물관은 최근 로마 국립박물관에 있는 '원반 던지는 사람' 조각상의 반환을 요청했다.

그리스어 원어를 따 '디스코볼루스 팔롬바라'(Discobolus Palombara)로도 불리는 이 조각상은 그리스 조각가 미론이 기원전 450~440년에 만든 청동상이다. 원작은 전해지지 않는다. 그 대신 로마 시대인 기원후 2세기에 원작을 대리석으로 본따 만든 2점이 남아있다. 이들 작품 2점은 현재 영국박물관과 로마 국립박물관이 각각 소장 중이다.

히틀러는 지난 1937년 로마를 찾았을 때 이 조각상을 눈여겨봤다.

히틀러는 당시의 감정을 잊지 못하고 1년 뒤 이 작품을 500만 리라(현재 가치로 약 212억원)에 사들였다. 이후 이 작품을 국립고미술박물관에 전시했다.

그런 뒤 이 작품은 제2차 세계대전 후인 1948년 이탈리아로 다시 반환됐다.

당초 로마 국립박물관이 먼저 뮌헨 국립고미술박물관에 이 조각상의 대리석 받침대를 반환해달라고 요청했었다. 이런 와중에 뮌헨 국립고미술박물관이 요청을 거절하고 되려 조각상을 돌려달라며 맞불을 놓은 것이다.

뮌헨 국립고미술박물관은 당시 독일 정부가 이탈리아 당국의 허가를 받고 조각상을 합법적으로 구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보도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분노하고 있다.

젠나로 산줄리아노 문화부 장관은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안 된다"며 "이 작품은 국보다. 절대적으로 이탈리아에 남아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다만 이탈리아와 독일의 외교 문제로 이번 일이 커지지 않도록 독일 정부를 겨냥한 비판은 하지 않았다. 그는 "독일 정부는 이 요청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믿는다"며 "나와 클라우디아 로스 독일 문화부 장관은 매우 친한 관계"라고 강조했다.

한편 전쟁 도중에도 예술품에 각별한 관심을 보인 히틀러는 그 스스로도 젊은 시절에는 화가 지망생이었다.

그는 빈 예술학교 시험에 응시했다가 떨어졌고, 이후 정치인의 길로 들어섰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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