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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수평 카카오 기업문화...14년 뒤 부메랑 되다
뉴스종합| 2023-12-12 11:22
11일 경기 성남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진행된 사내 간담회 ‘브라이언톡’에서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 겸 이니셔티브센터장이 발언하고 있다(왼쪽). 2009년 카카오톡 출시를 앞두고 전 직원이 참여한 강원 홍천 워크숍.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현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가 팔짱을 끼고 서서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카카오 제공]

2009년 겨울,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현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와 전 직원은 강원 홍천으로 워크숍을 떠났다. 카카오 신화의 시작이 된 카카오톡 출시를 앞둔 시점이었다. 당시 워크숍은 사진으로 남아있다. 사진에는 김 센터장과 10여명 남짓 한 전 직원이 숙소 거실에 둘러앉아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이 담겼다. 취기가 오른 듯 얼굴이 붉어진 김 센터장은 스스럼없이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김 센터장이 직원들과 동그랗게 둘러앉아 토론을 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과거 카카오는 이 사진이 카카오의 자유분방하고 수평적인 문화를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자율·수평의 상징이었던 카카오의 기업 문화가 14년 뒤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스타트업 시절에 멈춰있는 기업 문화가 각종 내홍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결국 창업자인 김 센터장이 칼을 빼들었다.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수평 문화를 비롯해 카카오 사명까지 바꿀 각오로 쇄신하겠다는 초강수를 뒀다.

12일 카카오에 따르면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을 함께 맡고 있는 김 센터장은 11일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전 직원을 대상으로 가진 간담회에서 “지금의 상황에 참담함을 느낀다”고 입을 뗐다.

그는 “성장 방정식이라고 생각했던 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며 “더 이상 카카오와 계열사는 스타트업이 아니다. 규모가 커지고 위상이 올라가면 기대와 책임이 따르기 마련인데 그동안 사회의 눈높이를 맞춰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사명까지 바꿀 각오로 과거와 이별하고 새로운 카카오로 재탄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항해를 계속할 새로운 배의 용골을 다시 세운다는 생각으로 모든 것을 재검토하고 새롭게 설계해 나갈 것”이라며 “카카오라는 회사 이름까지도 바꿀 수 있다는 각오로 임하겠다”고 공언했다.

당장 김 센터장은 수평 문화 등 그룹 문화 전면을 손질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과거에 말씀드린 적 있듯이 ‘문화가 일하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기에, 현재와 미래에 걸맞은 우리만의 문화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며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영어 이름 사용, 정보 공유, 수평 문화 등까지 원점에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느슨한 자율 경영 기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카카오로 가속도를 낼 수 있도록 구심력을 강화하는 구조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확장 중심의 경영 전략을 리셋하고 기술과 핵심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김 센터장은 “미래 성장동력을 기준으로 모든 사업을 검토하고 숫자적 확장보다 부족한 내실을 다지고 사회의 신뢰에 부합하는 방향성을 찾는 데 집중하려고 한다”고 계획을 밝혔다.

내년 경영진의 대대적인 변화도 예고했다. 김 센터장은 “새로운 배, 새로운 카카오를 이끌어갈 리더십을 세워가고자 한다”며 “내년부터는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이끌어내고, 쇄신의 진행 상황과 내용은 크루들에게도 공유하겠다”고 했다.

이어 “시간이 많지 않기에 지체하지 않고 새로운 카카오로 변화를 시작하려고 한다”며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고, 희생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이 여정에 카카오와 계열사 크루 여러분이 함께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경영진도 단단한 각오로 임해주시길 요청한다”며 “저부터도 부족한 부분에 대한 날선 질책도, 새로운 카카오그룹으로 쇄신에 대한 의견도 모두 경청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세정·이영기 기자

20k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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