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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안 하는’ 국회, 예산도 민생법안도 공회전…리더십 부재 때문?[이런정치]
뉴스종합| 2023-12-20 09:27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 [연합]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21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본업’을 외면하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국회 선진화법 시행 이후 '최장 지각 처리'라는 기록을 세울 가능성이 높아지고, 국회 통과가 시급하다며 여야가 추린 20개 민생법안에 대한 논의는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진영논리에 갇힌 거대 양당의 극한 대립이 타협의 틈을 좁히는 환경에 여야 ‘리더십 부재’라는 당내 사정까지 겹친 결과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원내지도부 차원에서 정부 예산안과 민생법안 처리를 위해 각각 별도의 협의기구를 가동하고 있지만 논의에 진전이 없다.

우선 예산안 처리는 당초 여야가 합의한 처리 시한(20일)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 합의한 처리 시한을 하루 앞둔 전날 여야 원내대표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로 구성된 '예산안 2+2 협의체'는 비공개로 막판 협상을 진행했지만 아직까지 합의안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결위 야당 간사인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비공개 회의 후 헤럴드경제에 “아직 발표할 내용이 없다”며 “대기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간 여야는 총예산 656조9000억원 가운데 56조9000억원 규모의 주요 항목별 증·감액을 놓고 줄다리기를 해왔다. 협상을 통해 최대 쟁점이었던 연구개발(R&D) 예산 증액 문제에 대해선 공적개발원조(ODA) 예산 삭감분을 활용해 일부 복원하는 식으로 일정 부분 의견 접근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새만금 및 권력기관 특수활동비, 지역화폐 등 쟁점 예산의 세부 사업 증·감액을 두고 입장차가 여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른바 ‘시트 작업’으로 불리는 기획재정부의 예산명세서 작성 시간을 고려하면 20일 오전까지 협상이 타결돼야 그날 안에 본회의를 열어 원만한 예산안 처리가 가능할 전망이다.

만약 20일에도 여야가 합의에 실패한다면 국회 선진화법 시행 이후 ‘최장 지각 처리’라는 지난해 기록(12월 24일)을 갈아치울 가능성이 있다. 여야가 합의한 다음 본회의는 이달 28일이다. 이미 내년도 예산안은 법정 처리 시한(12월 2일)을 훌쩍 넘긴 상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

또한 여야는 민생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위해 여야 정책위의장과 원내수석부대표로 구성된 ‘2+2 협의체’도 가동 중이다. ‘2+2 협의체’ 역시 전날 3차 회의를 열었지만 정당별로 제시한 10건의 법안에 대해 각 당 상임위원회 간사들과 논의 후 재차 협의하기로 했다.

이양수·박주민 원내수석은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양당이 제출한 법안을 각 당에서 상임위 간사들과 논의 후 다시 만나기로 했다”고 전했다. 박 원내수석은 “전반적으로 의견을 교환하다 보니 (오늘 회동에서) 합의를 이룬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2년 유예를 비롯해 ▷산업은행 본점 소재지 부산 이전을 위한 한국산업은행법 ▷우주항공청 설치법 ▷개식용 금지 및 폐업 지원 특별법 등을 제안했다.

민주당은 ▷서민을 대상으로 법정 이자율 초과 시 계약을 무효화하는 이자제한법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 ▷전세사기 피해자 선(先) 구제 방안을보장하는 전세사기 피해 구제 특별법 ▷입점 업체를 대상으로 한 온라인 플랫폼의 갑질을 방지하기 위한 온라인플랫폼법 등을 제시했다.

현재 국회 의사일정을 사실상 결정하는 교섭단체는 국민의힘과 민주당뿐이다. 교섭단체는 국회에서 의사진행에 관한 중요한 안건을 협의하기 위하여 일정한 수 이상의 의원들로 구성된 의원단체를 의미한다. 국회법 제33조에 따르면 20인 이상의 소속의원을 가진 정당은 하나의 교섭단체가 된다. 교섭단체인 양당이 지도부 차원의 협의체를 구성하면서까지 21대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안건으로 ‘예산안’과 ‘민생법안 20개’를 지목한 상황이다.

하지만 두 협의체 모두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타협보다는 정쟁에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대 양당의 기득권을 유지시켜온 이른바 ‘반사이익 정치구조’에 기인한 현상이다. 여야가 일하는 국회를 함께 외치지만, 정작 상대 당과을 겨냥한 정치 공세로부터 얻는 ‘정치적 이익’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구조적 문제에 더해 양당의 내부 사정도 ‘일 안 하는 국회’라는 오명에 힘을 실어주는 형국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당의 리더십이 사실상 발휘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여야 지도부가 협상을 이어가지만 예산안과 민생법안 처리는 결국 최고의사결정권자의 결단이 필요한 사안이다. 현재 국민의힘 당 대표는 공석이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도 체제’에 대한 당 안팎의 반발에 직면해 내우외환에 몰린 처지다.

n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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