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외계+인’ 2부 최동훈 감독 “완성본만 52개…수정할 게 없을 때까지 편집했다”[인터뷰]
라이프| 2024-01-11 10:47
[CJ ENM 제공]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외계+인’ 1부는 감독이자 관객으로서 만들고 싶고 보고 싶은 욕망으로 만든 영화였어요. 영화 성적을 받고 나선 ‘다 내 책임이다’며 집 밖에 안 나가고 일만 했어요. 스스로를 학대하면서도 독려했죠. 그래도 재밌게 살았어요.”

10일 개봉한 ‘외계+인’ 2부으로 다시 돌아온 최동훈 감독은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외계+인’ 1부의 흥행 참패를 겪었을 때 느낀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지난 2022년 개봉한 ‘외계+인’ 1부는 150만명을 동원하는데 그치며 처음으로 최 감독에게 쓴 맛을 안겼다. 최 감독은 ‘타짜’, ‘도둑들’, ‘암살 등으로 연이어 흥행 신화를 쓴 흥행 메이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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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배를 마신 최 감독은 더 집요해졌다. 2부의 편집 구성을 두고 거의 재창조 수준의 작업을 거쳤다. 보고 또 보고, 고치고 또 고쳤다. 하나의 편집본이 완성되면 음악감독과 컴퓨터 그래픽(CG) 팀에 보내 음악과 CG를 입혔다. 그 완성본을 관객의 시선으로 또 봤다. 그러고선 또 수정을 거쳤다. 이를 수없이 반복했다. 완성된 2부 편집본만 52개. 이 과정에서 최 감독은 2부를 150번 넘게 봤다.

“집에서 혼자 불을 끄고 ‘난 아무것도 모른다’는 관객의 시선으로 완성본을 매번 봤어요. 그러고선 메모지에 수정 사항을 적었죠. 52번째 완성본을 만들고 나니 메모에 적을 게 없더라고요. 더 이상 고칠 게 없었어요. 한 자도 적지 않을 때까지 편집한 거죠.”

그는 2부의 몰입도를 극대화하는데 초점을 뒀다. 1부를 보지 않은 관객들을 위해 1부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넣었고, 전개 속도도 기존보다 빠르게 했다. 그는 최종판에 대해 ‘가장 맘에 드는 편집본’이라며 자신했다.

“몰입 방식의 최선을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1부에서 펼쳐졌던 것을 어떻게 깔대기처럼 모이게 해서 종결 지을지 고민했죠. 또 어떻게 하면 등장 인물들의 어드벤처를 체감하면서 따라갈 수 있을 지 드라마적 조율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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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외계+인’ 2부에 더욱 심혈을 기울일 수 있었던 것은 ‘외계+인’ 1부의 뒤늦은 흥행 덕이었다. ‘외계+인’ 1부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뒤늦게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얻었다.

최 감독은 “OTT에서의 인기가 2부를 작업할 수 있는 동력이 됐다”며 “영화라는 건 언제나 어렵고 긴장되고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안되는, 영화 감독의 숙명이구나 깨달았다”고 말했다.

최 감독이 ‘외계+인’ 시리즈를 본격 기획하고 2부까지 내놓는 데 장장 6년의 시간이 걸렸다. 시나리오 작업에만 2년을 투자했다. 그가 내놓은 작품들 가운데 가장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인 작품이다. 그가 ‘외계+인’을 ‘손이 많이 가는 아이’에 비유한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다른 작품들은 독립해서 잘 사는 의젓한 애들이었다면 ‘외계+인’은 우여곡절 많고 정성과 사랑으로 보살펴야 하는 아이처럼 느껴졌어요. 하하.”

그래도 그가 ‘외계+인’에 애정을 가득 담아 작업할 수 있었던 것은 영화를 통해 그만이 상상하는 세계를 표현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리얼리즘의 세계에서 산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많은 부분은 상상의 세계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희망을 품거나 기대를 하거나 두려움이나 공포감 등을 느껴야 현실의 세계를 더 견딜 수 있죠. 그 관점에서 상상의 세계로 더 들어가 만든 것이 ‘외계+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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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선 각자 캐릭터의 고유성과 서사가 돋보인다. 주인공 이안(김태리 분)과 무륵(류준열 분) 뿐만 아니라 썬더(김우빈 분), 무륵이 거느리는 고양이 캐릭터 우왕이(신정근 분)와 좌왕이(이시훈 분), 맹인 검객 능파(진선규 분), 관세청 조사관 민개인(이하늬 분), 두 신선 청운(조우진 분)과 흑설(염정아 분) 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탄탄한 조화를 이룬다. 이러한 최 감독의 연출 방식은 전작인 ‘타짜’, ‘도둑들’, ‘암살’ 등에서도 힘을 발휘한 바 있다.

“제 데뷔작인 ‘범죄의 재구성’(2004)땐 주인공이 5명이었어요. 그때 ‘영화를 어디서 배웠냐’는 등 비웃음이 많았죠. 제 기준에선 자신이 주인공이라고 생각하고 사는 사람이 5명이 있었던 것 뿐이었는데 말이죠. 보통 주연을 위해 조연이 봉사하고, 조연을 위해 단역이 봉사한다고 생각하는데,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특정 장면에서 조연이나 단역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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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감독의 작품들은 대부분 시간이 흘러도 계속 사랑받는다. ‘타짜’, ‘도둑들’, ‘암살’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타짜’의 경우, 개봉이 한참 지난 뒤 곽철용(김응수 분)의 캐릭터와 명대사가 회자되면서 다시 인기를 끌기도 했다. 최 감독은 ‘타짜’처럼 ‘외계+인’ 역시 관객들의 기억에 남는 영화가 되길 바랐다.

“아직도 사람들이 ‘타짜’를 봤다고 하면 고맙고 신기해요. 진짜 좋은 영화는 오래 기억할 수 있는 캐릭터가 있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영화를 본 관객들이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해주면 가장 좋을 것 같아요. 외계+인’의 운명이 궁금해지네요.”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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