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새 비은행 부동산대출 24.9% 급증
연체율 2015년 이후 최악…2.5배 이상 뛰어
한은 “익스포저 많은 기관 리스크 관리해야”
[연합] |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 개시로 겨우 부도 위기를 넘겼지만, 건설·부동산 업종의 대출 부실에 따른 금융 불안은 앞으로 더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고금리에 따른 부동산 경기 부진으로 관련 대출의 연체율·부실채권 비율 등 건전성 지표가 사실상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10여년 만에 가장 악화된 탓이다. 특히 비은행권에선 이들 부실 지표가 1년 사이 약 3배로 급등하면서 리스크(위험) 관리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 여의도 63아트 센터에서 바라본 서울의 모습 [연합] |
15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금융업권별 건설·부동산업 기업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전체 금융권(은행+비은행)의 건설·부동산업 대출 잔액은 608조5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역대 최대 수준으로 2022년 3분기보다 4.8%, 2021년 같은 때(497조6000억원)보다는 22.3%나 불었다.
건설업과 부동산업을 따로 살펴봐도 두 업종의 대출 잔액은 지난해 3분기(115조7000억원·492조8000억원)가 가장 많았다. 특히 지난 2년 비은행권(저축은행·새마을금고 제외 상호금융조합·보험사·여신전문금융회사 합산)의 부동산업 대출 잔액이 155조원에서 193조6000억원으로 24.9% 뛰었다.
문제는 이들 대출의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3개월 이상 연체채권·NPL)비율 등 부실 지표가 빠른 속도로 높아졌다는 점이다.
지난해 3분기 비은행권 건설·부동산 대출 연체율은 각 5.51%, 3.99%에 달했다. 2015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2022년 3분기(1.77%·1.55%) 이후 1년 만에 각 3.1배, 2.6배 지표가 악화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 또한 저축은행 대출 중 건설업 7.34%, 부동산업은 5.97% 수준이다. 1년 전 2.20%, 2.52%보다 3.3배, 2.4배 늘었다. 부동산업은 2018년 4분기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고, 건설업은 2013년 1분기(35.36%) 이후 10년6개월 만의 최고치다.
상대적으로 부동산 익스포저(위험노출액)이 적은 은행권에서마저 건설·부동산업 연체율(0.58%·0.15%)은 각각 2015년 3분기(3.65%), 2010년 3분기(2.63%) 이후 8년, 13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은행권 두 업종 고정이하여신비율(0.92%·0.27%) 또한 2011년 1분기(10.23%), 2010년 3분기(6.35%) 이후 약 13년 만에 최고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은의 통계로 미뤄 현재 금융권의 건설·부동산 관련 대출 건전성 지표는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전후 수년간 급등한 시기 이후 가장 나쁜 상태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 |
먼저 이창용 한은 총재는 태영건설 사태에 대해 “태영건설 사례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중에서도 위험관리가 잘못된 대표 사례”라며 “태영건설 사태가 금융 시스템 위기로 확산할 가능성은 작다”고 평가했다.
다만 지난해 말 한은은 여러 차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2금융권 부실 심화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한은은 지난해 12월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부동산 경기 부진 등의 영향으로 건설·부동산업 연체가 꾸준히 발생하면서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며 “최근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매각 노력은 연체율 상승세를 제약하겠지만, 향후 부동산 시장의 하방 리스크를 감안하면 연체율의 추가적 상승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같은 달 금융안정보고서에서도 “높은 금리 수준이 지속될 경우 비은행권의 취약부문 부실 자산관리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면서 “금리 상승기에 앞서 대출 규모가 늘어난 부동산 관련 업종 연체율의 상승 폭이 최근 확대되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한은은 이어 “일부 부동산 관련 익스포저가 많은 예금취급기관의 경우 적극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며 “부동산 경기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부실자산 상·매각 등을 통한 관리에 소극적으로 임하면 부실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고 금융기관의 선제적 조치도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2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건설업 경기 침체에 따라 연체율이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업권별로 감독 규정에 따라 대손충당금을 적립하고 있다. 캠코의 부동산PF 정상화 지원 펀드의 경우 금융사가 수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할인율 협상이 이뤄진다면 사업성이 부족한 사업장을 정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moon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