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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감고 심호흡...무죄 선고 후 속기사에 “수고하셨다”
뉴스종합| 2024-02-06 11:33

“주문. 피고인들 모두 무죄를 선고한다.”

지난 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그룹 부당합병 및 회계부정 사건 1심 재판 현장. 지난 2020년 10월 시작돼 3년 5개월이 걸린 1심 재판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무죄 선고는 재판부가 판결문을 낭독한 지 50여분 만에 나왔다.

이 회장을 포함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살(미전실)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피고인들은 무죄 선고에도 얼떨떨한 모습으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가 재판부가 일어서고 나간 후에야 비로소 실감이 나는 듯 미소를 지었다. 본지 기자를 포함한 30여명의 기자들과 방청객들로 꽉 찼던 방청석도 잠깐의 정적이 흐른 뒤에야 “와, 무죄”라는 소리와 함께 술렁이기 시작했다.

107차례 열린 재판 기간 중 96차례 법정에 출석한 이 회장은 선고 내내 굳은 표정으로 있었다. 재판 시작 전에는 눈을 감고 깊은 심호흡을 하며 긴장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판결문 낭독 내내 물을 마시거나 마른 입술을 적시며 꼿꼿한 자세를 유지했다. 무죄 선고가 이뤄진 후에는 긴장이 풀린 듯 표정이 다소 편안해졌다.

자리에서 일어난 이 회장은 가장 먼저 법원 속기사에게 다가가 “수고하셨다”며 인사를 건넸다. 옅은 미소가 번졌다. 다른 피고인들도 웃으며 서로 인사를 나눴다. 20여명의 변호인단 역시 법정에서 나와 서로 등을 토닥이며 “고생 많았다”고 격려했다.

무죄 선고를 받고 재판장을 나오는 길에 이재용 회장은 굳은 표정을 유지했다. 소감과 등기이사 복귀 계획에 대해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차량에 탑승했다.

뒤따라 나온 변호인단이 대신 한마디를 전했다. 김유진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이번 판결로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가 적법하다는 점이 분명히 확인됐다고 생각한다”며 “현명한 판단을 내려준 재판부에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삼성 관계자들 분위기도 선고 전과 후가 확연히 달랐다. 선고 전에는 전부 긴장된 모습으로 초조한 표정을 지었지만, 재판이 끝난 후에는 “수고하셨다”며 밝게 인사를 건내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일단 1심 선고에 대해서는 안도하는 분위기고, 경영 정상화에 대한 다짐을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날 법원에는 이재용 회장의 지지자들도 여럿 보였다. 재판에 방청객으로 참석한 한 지지자는 선고가 끝나자 “이 회장님 축하드립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른 지지자는 삼성 관계자들에게 대신 꽃다발을 전달하며 “이 회장님께 전해드려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 2022년 10월 삼성전자 회장에 취임한 후에도 평균적으로 한달에 1~2번 꼴로 꾸준히 법정에 출석해왔다. 경제사절단 동행 등 불가피한 해외 출장으로 불출석한 10여회를 제외하면 총 96차례 직접 법정에 섰다. 공판 1회에 통상 6~7시간이 걸린다고 가정하면, 약 600 시간을 법원에서 보낸 셈이다. 지난해 10월 27일 취임 1주년을 맞았던 날에도 별도 행사를 열지 않고 법정에 출석했다. 김민지 기자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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