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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범죄 저질러도 공공기관 잘만 다녔다…징계제도 구멍 ‘숭숭’
뉴스종합| 2024-02-14 14:01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공공기관들이 임용 결격사유를 살피지 못해 범죄 기록이 있는 임용 예정자를 채용할 수 있는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범죄를 저질러도 수사 결과를 통보받지 못하거나, 기관들이 징계 양정기준을 완화해 솜방망이 처벌을 한 사례도 확인됐다.

급기야는 성폭력범죄로 벌금형을 받은 직원이 정직 등만 받는가 하면 마약 투약이나 성범죄를 저질러놓고 체포 및 복역 사실이 드러나서야 기관이 해임이나 퇴직처리를 한 사례도 있었다.

감사원은 14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공공기관 임용·징계제도 운영실태 분석’을 공개했다. 감사원은 일부 공공기관이 정부지침과 달리 징계시효·양정기준을 완화해 운영하는 것을 파악하고 한국철도공사 등 279개 공공기관과 기획재정부를 대상으로 감사를 열었다.

감사원은 공공기관의 임용·징계 관련 규정 실태 전반을 분석하고 문제사례를 점검한 결과 공공기관이 임용예정자의 결격사유를 확인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부적격자가 공공기관 직원으로 채용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공공기관이 임용결격사유를 보려면 경찰청, 지자체 등이 보유한 범죄기록·수형사실 등을 봐야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임용 결격사유를 법령으로 정하고 있는 등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공공기관의 경우 공기업·준정부기관 임원의 임용 결격사유만 법령에 규정되어 있고 예금보험공사 등 6개 기관 외에는 임용 결격 사유가 내부 규정으로만 명시돼있다. 이 때문에 결격사유를 관계기관에 조회할 법적 근거가 없다.

감사 결과 273개 공공기관이 지자체·행정정보공동이용시스템 등에 결격사유를 조회하지 못하고 있었고 국소비자원 등은 법령상 근거가 없는데도 임용예정자 등록기준지 지자체를 통해 규정에 어긋나게 결격사유를 확인하는 등 혼선을 일으키기도 했다. 결격사유 검증 수단이 없어 부적격자를 채용할 가능성이 그대로 방치된 것이다.

이밖에 공기업·준정부기관 임원은 임용 결격사유에 해당하면 당연퇴직 대상이지만 공기업·준정부기관 직원 및 기타공공기관 임직원에는 같은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것도 감사 결과 드러났다.

점검결과 철도공사 등 141개 기관은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가 확정되더라도 ‘직무수행에 지장이 없으면’ 당연퇴직시키지 않도록 규정하는 등 당연퇴직 규정을 완화해 운영하고 있었다.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거나 성폭력범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직원이 정직 등 징계만 받고 계속 근무하는 경우도 있었다.

철도공사는 2020년 5월 특수상해로 징역 1년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직원을 정직 처분하는 데 그치는 등 금고 이상 형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직원(8명)에 징계(4명)·불문경고(4명) 조치만 하고 당연퇴직시키지 않았다. 한전KPS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은 소속 직원에 대해 정직 3개월의 징계처분만 했다는게 감사원 측의 설명이다.

아울러 수사기관으로부터 소속 임직원 관련 수사결과를 통보받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철도공사는 소속 직원의 필로폰 투약·매매 사실을 파악하지 못하다가 2023년 3월 근무지에서 체포된 후에야 당연퇴직 조치를 취했다.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는 성폭력 범죄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소속 직원이 선고 전날부터 연차를 내 파악하지 못하다가 뒤늦게 복역 사실을 파악해 해임처분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이런 점을 토대로 공공기관 임용·징계제도 운영실태 분석결과를 기재부에 통보하고, 제도개선 및 공공기관 지도·감독 시에 참고자료로 활용하도록 조치했다.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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