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작스런 파병 발언에 EU 혼란
러시아에서는 “자살 행위” 평가
과거에도 외교 발언 구설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직접 군대를 파병하는 방안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파병 발언으로 유럽연합(EU)이 혼란에 빠졌다. 나머지 유럽 국가들이 진화에 나섰지만 러시아가 직접 충돌을 경고하는 등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스웨덴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으로 유럽내 안보 긴장감이 커진 상황에서 뒷일을 고려하지 않은 경솔한 발언이라는 비난도 나온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마크롱의 발언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유럽연합의 혼란을 부추겼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년 동안 러시아 군대를 저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서방 동맹국들의 단결을 악화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로이터는 마크롱을 ‘외교 방해자’라 지칭하며 “그가 기자 회견에서 한 발언은 금기를 깨고 전통적인 사고에 도전하길 좋아하는 외교 방해자로서의 명성에 걸맞았다”고 보도했다.
앞서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 지도자들과의 국제회의를 마친 뒤 파병 관련 질문을 한 기자에게 “관련 내용도 자유롭게 논의됐으나 오늘 지상군 파병에 대한 합의는 없었다”며 “다만 어떤 것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러시아가 승리하지 못하도록 필요한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
러시아는 즉각 비난을 쏟아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크라 파병시 러시아와 나토의 직접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마크롱 계획은 자살 행위”라고 평가했다.
마크롱의 발언은 스웨덴의 나토 가입 직후 나와 러시아의 분노를 더욱 자극했다. 중립국인 스웨덴이 나토에 가입하면서 러시아는 발트해 인접국가 중 유일한 나토 비가입국이 됐다. 국경선 근처 서방 국가들의 군사적 동맹이 강화되면서 러시아와 유럽 간 긴장감도 커졌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러시아군 보병전투차량이 도네츠크 인민공화국 내 베셀로예 마을을 점령하기 위해 우크라이나군 진지를 향해 맹렬한 공격을 퍼붓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 영상 캡처] |
인근 유럽 국가는 사태 진화에 나섰다. 독일,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폴란드, 체코 지도자들은 우크라이나 파병 계획이 없다며 빠르게 프랑스와 거리를 뒀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경제기후부 장관 겸 부총리는 “프랑스가 파병을 운운하기보다 우크라이나에 무기나 더 보내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나토 관계자도 우크라이나에 지상군을 파병하는 계획 같은 것은 아예 없다고 잘라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돌발 발언이 외교 문제로 번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대만 문제에 있어 미국과 중국 어느 편이든 들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 도마에 올랐다. 당시 마크롱은 정치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최악은 유럽이 이 사안에 있어 추종자가 돼 미국의 장단과 중국의 과잉 대응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미국을 비판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마크롱의 발언 후 외교 참사라는 비난이 쏟아졌고 유럽연합은 “개별국 정상의 발언”이라 해명했다.
이에 마코 루비오 미국 연방 상원의원은 “(유럽이 대만 문제에 그런 입장을 취한다면) 우리는 중국이 제기하는 위협과 대만 문제에 집중하고 우크라이나와 유럽은 당신네들이 알아서 하라고 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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