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인대 폐막일 개정안 통과
총리, 中 2인자에서 공산당 이념·지도력·지시 이행…충실한 정책 집행자로 ‘약화’
‘총리 책임제’ 형해화·사실상 공산당의 국무원 장악 평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리창 총리. [AP]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통제권이 한층 강화되는 방향으로 국무원 기본법이 개정될 예정이다. 인민해방군의 통수권을 쥔 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겸 공산당의 최고 권력인 총서기를 겸한 시 주석이 이젠 국무원 총리 책임제를 형해화함으로써 마오쩌둥에 버금가는 절대권력의 자리에 올랐고, 앞으로 중국에서 총리가 더는 ‘2인자’로 불리기 어렵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5일 개막한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국무원 기본법 개정안을 폐막일인 11일 통과시킬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개정안은 국무원이 공산당의 이념, 지도력, 지시를 더 철저히 따라야 한다는 조항을 포함해 당의 충실한 정책 집행자로서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국무원이 “마르크스레닌주의, 마오쩌둥 사상, 덩샤오핑 이론이라는 '3개 대표' 중요 사상, 과학발전관,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행동 지침으로 삼는다”는 공산당 지도 이념을 준수토록 규정했다.
개정안에는 당 중앙위원회의 권위와 중앙 집권적, 통일적인 영도와 결정, 지시를 견지해야 한다는 조항도 들어갔다. 또 국무원이 전인대에 업무보고를 하도록 규정하는 내용도 담겼다. 국무원 조직에 그동안 포함되지 않았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도 들어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SCMP는 지난해 국무원의 업무 규칙에 당과 시 주석에 대한 충성을 규정한 조항이 추가된 지 1년 만에 국무원 기본법이 개정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1982년 개헌에 맞춰 제정됐던 국무원 조직법은 제2조에서 “국무원은 총리 책임제를 실시한다. 총리는 국무원의 업무를 지도한다”고 규정했으나, 이번 개정으로 사실상 총리 책임제가 유명무실화했으며 공산당의 국무원 장악이 법제화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리창 총리는 지난 5일 개막식 업무보고에서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의 권위 있고 집중된 통일 영도를 견지하면서, 당 중앙의 결정과 안배를 잘 관철하는 집행자·행동파·충실한 행동가(實幹家)가 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리훙중 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은 전날 국무원 기본법 개정안은 공산당-국가 개편 작업의 하나로 시 주석이 이끄는 당 기구의 정책 수립과 의사 결정 권한을 더 강화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4일 러우친젠 전인대 14기 2차회의 대변인이 전인대 폐막 후 총리 기자회견을 개최하지 않는다고 발표한 바 있다. 중국이 개혁개방의 길을 걷기 시작한 1993년부터 30년간 국무원 총리가 2인자이자 경제 분야 수장으로서 가진 고유 권한으로 여겨져 온 전인대 폐막 후 총리 기자회견을 단칼에 없앴다는 분석이 나온다.
익명의 베이징대 중국 정치 분야 연구원은 전인대의 국무원 기본법 개정이 “공산당과 국가 관계를 재정의하는 마지막 단계”라며 “이를 통해 시 주석은 공산당을 이끌고 중국이 나아가야 할 전반적인 방향과 정책을 결정하는 반면 리 총리는 시 주석의 충성스러운 정책집행자로서 (사안마다) 입법 기관인 전인대 승인을 받아야 하는 걸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외교가에선 이번 국무원 기본법 개정을 그동안 중국의 최고 권력층으로 불려 온 ‘7인 상무위원 체제’가 더는 권력 분점이 아닌 ‘시 주석과 6명의 부하 체제’라는 점이 각인됐다고 본다.
마오쩌둥 사후 덩샤오핑 주도로 공산당 상무위원들에게 분야별로 권력을 나눠 통치했던 집단지도체체가 2022년 10월 제20차 당대회로 시 주석의 3연임 이후 역사적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yckim645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