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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순이’ 손명순 여사, 65년 동반자이자 동지였던 YS 곁으로 [종합]
뉴스종합| 2024-03-08 09:12
김영삼 전 대통령 부인 손명순 여사가 7일 별세했다. 사진은 지난 2011년 3월 4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회혼식에서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부인 손명순 여사에게 입맞춤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김영삼 전 대통령 부인 손명순(95) 여사가 지난 7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김 전 대통령이 2015년 11월 22일 서거한지 약 9년 만이다. 손 여사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폐렴 증세가 악화돼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세상을 떠났다.

1929년 1월 16일 경남 김해 출신의 손 여사는 9남매 중 장녀로 태어났다. 마산여고와 이화여자대학교 약학과를 졸업했다. 손 여사는 약학과를 수석입학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김 전 대통령과의 결혼 시기는 1951년이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정계에 막 입문해 장택상 국회부의장 비서관으로 있던 시절이다.

두 사람은 중매로 만나 한 달 만에 백년가약을 맺었다. 당시 이화여대는 재학생의 결혼을 금지했었는데, 주변 친구들이 비밀리에 결혼한 것을 지켜줘 재학 중 아이를 낳고 졸업까지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손 여사는 김 전 대통령과 사이에 둔 아들 김현철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 등 2남 3녀가 있다. 김 이사장 아들이자 손 여사의 손자인 김인규 전 대통령실 행정관은 4·10 총선 출마를 선언하고 부산 서구·동구에서 국민의힘 후보 경선을 진행 중이다.

손 여사는 김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까지 약 65년간 부부의 연을 이어왔다. 김 전 대통령이 격동의 정치 인생을 보내는 동안 손 여사는 조용한 내조를 하며 곁을 지켰다. 서울 상도동 자택에 찾아오는 김 전 대통령 측근들에게 매번 시래깃국을 내준 일화는 손 여사의 내조 스타일을 보여주는 일화이기도 하다. 손 여사는 매번 손님들을 대접하면서도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 적이 없었다고 한다.

김 전 대통령 재임 시기에도 손 여사는 외부 활동을 자제하는 등 불필요한 논란을 차단하는 등 묵묵한 모습을 보였다. 이 때문에 손 여사의 내조 스타일을 두고 ‘전통적 영부인’의 모습에 가까웠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손 여사는 고된 길을 걷는 남편을 위해 손님을 챙겨주는 것 외에도 가난을 참고, 남편에게 용기를 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고 한다.

이처럼 조용하게 움직였지만, 결정적일 때는 단호한 결단을 내리며 정치적 동반자의 역할을 톡톡히 하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이 1983년 신군부에 맞서 단식투쟁을 할 때, 외신에 직접 전화를 걸어 실상을 제보하기도 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국내 언론에서는 단식투쟁이 보도되지 못했는데, 외신에서 이런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당내 경선 때에는 대의원들을 일일이 찾아가 한 표를 호소하는 등 움직이기도 했다.

손 여사와 김 전 대통령은 2011년 결혼 60주년을 기념하는 회혼식을 열었는데, 김 전 대통령은 인생에 잘한일 중 하나로 “60년 전 손명순 여사를 제 아내로 맞이한 일”을 꼽았다. 또 “김영삼의 오늘이 있음은 제 아내의 한결같은 사랑과 내조 덕택이었다는 것을 고백한다”고 말했다.

특유의 사투리로 김 전 대통령은 손 여사를 맹순이(명순이)라고 부르며 애정을 과시해왔다. 김 전 대통령은 손 여사와 잠자리에 함께 누울 때는 늘 “맹순이 잘 자라” 하며 손을 꼭 잡았다고 한다. 손 여사는 그런 김 전 대통령에게 늘 존댓말을 썼다.

손 여사는 김 전 대통령이 떠난 날 아침 서거 소식을 듣고 “안 추웠는데 춥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슬퍼렜던 신군부에 맞선 야당 정치인의 아내로 시작해 14대 대통령 영부인이 되기까지 김 전 대통령과 65년 역사를 함께 해온 손 여사의 소회가 응축된 말이기도 하다.

손 여사의 장례는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주최로 가족장(5일장)으로 치러진다고 김현철 이사장이 밝혔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이라고 전했다. 8일 오전 9시부터 조문객을 받으며 발인은 11일 오전 8시다. 손 여사는 국립서울현충원 김 전 대통령 묘역에 합장될 것으로 전해졌다.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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