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이산화탄소, 노화 억제 물질로 재탄생
뉴스종합| 2024-05-23 11:37
이수연(앞줄 맨 오른쪽)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광주친환경에너지연구센터 박사 연구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공]

지구온난화 주범으로 꼽히는 이산화탄소가 세포 노화를 억제하는 물질로 재탄생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이수연 광주친환경에너지연구센터 박사 연구팀이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항산화·항암 효과를 지닌 카로티노이드로 전환하는데 성공했다고 23일 밝혔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에너지 관련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74억t으로 전년 대비 1.1% 늘어나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해 역대 가장 더운 4월을 경험하는 등 우리나라도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한 기후변화에 직면한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고자 세계적으로 이산화탄소 전환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에틸렌, 프로필렌 등 고부가 화학 물질로 전환하는 기술은 탄소 감축과 더불어 산업에 활용 가능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탄소중립 실현의 핵심기술로 부각되고 있다.

최근 유망한 이산화탄소 전환 기술로 미생물전기합성(MES)을 통한 화학 물질 생산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미생물전기합성은 주로 미생물이 포함된 물을 전해액으로 만들고 전해액에 이산화탄소를 녹여 미생물의 양분으로 활용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하지만 미생물이 성장하는 상온·상압 환경에서는 이산화탄소가 물에 녹는 양이 매우 적어, 미생물의 양분 부족이 발생하고 최종 전환되는 물질의 생산성이 떨어지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이산화탄소 흡수제인 모노에탄올아민을 전해액에 녹여 미생물(로도박터 스페로이드)이 활용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증가시켰다. 이를 통해 미생물의 이산화탄소 소모량을 늘리고 에너지 생산·생장과 대사활동도 함께 촉진해 전환되는 물질의 생산 효율을 높였다.

연구팀은 전환 물질의 범위도 넓혔다. 기존의 미생물전기합성 기술은 낮은 이산화탄소 농도로 인해 부탄올, 에탄올 등 낮은 탄소수를 지닌 물질을 생산한다. 반면 연구팀의 기술은 높은 탄소수를 지닌 카로티노이드를 생산할 수 있다.

세포의 노화를 억제하는 효능으로 화장품, 보충제 등에 활용되는 카로티노이드는 전통적으로 미생물 발효를 통해 생산되는데, 안전성과 원료 수급 등의 문제로 제한적인 생산만 가능했다. 또 카로티노이드는 40개의 탄소원자로 구성돼있어 미생물이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섭취해야 생성할 수 있다. 연구팀은 높은 이산화탄소 농도를 통해 기존 기술 대비 생산성을 약 4배 향상시킴으로써 미생물전기합성 분야에서도 카로티노이드 생성을 가능하게 했다.

이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미생물전기합성을 통한 이산화탄소를 고부가가치 물질로 전환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며 “바이오에너지·바이오화학 분야에서 친환경적이며 높은 잠재력을 가진 플랫폼 케미컬 기술로, 온실가스 감축과 재활용을 통한 탄소중립 달성에 기여할 것”이라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유럽화학회(ECS)가 발행하는 화학 분야 국제 학술지 ‘켐서스켐(ChemSusChem)’ 최근 호에 게재됐다. 에너지연은 특허등록을 마치고, 원천기술도 확보했다.

구본혁 기자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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