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이혼했더라도 혼인무효 가능”…대법, 40년만 판례 변경
뉴스종합| 2024-05-23 14:32
연합

[헤럴드경제=윤호 기자]이미 이혼으로 혼인관계가 해소된 사람도 전 배우자를 상대로 소송을 통해 혼인이 무효임을 확인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이는 지난 1984년 대법원이 “과거의 법률관계 확인으로서 확인의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이혼 배우자의 혼인무효 소송을 받아들이지 않은 이후 40년 만의 판례 변경이다. 조희대 대법원장 취임 이후 첫 번째 내린 전원합의체 판결이기도 하다.

23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대법원장 조희대, 주심 대법관 노태악)는 이혼한 A씨가 전 배우자 B씨를 상대로 낸 혼인무효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청구를 각하한 원심을 파기·자판하고 1심 서울가정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01년 12월 B 씨와 결혼했다가 2004년 10월 이혼했는데 2019년 “혼인 의사를 결정할 수 없는 극도의 혼란과 불안·강박 상태에서 혼인에 관한 실질적 합의 없이 혼인신고를 했다”고 주장하며 주위적으로 혼인무효를, 예비적으로 혼인취소를 청구했다.

1심과 2심은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라 혼인무효와 혼인취소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1984년 2월 “혼인관계가 이미 이혼신고에 의해 해소됐다면 혼인관계의 무효 확인은 과거 법률관계의 확인으로서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대법원은 “이혼으로 혼인관계가 해소된 이후에도 과거 일정기간 존재했던 혼인관계의 무효 확인을 구할 이익이 있다”고 판례를 변경했다. 혼인관계를 전제로 해 수많은 법률관계가 형성된 만큼, 그 자체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것이 관련된 분쟁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유효·적절한 수단일 수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대법원은 “이혼 후 혼인무효 확인 청구에 대해 포괄적 법률분쟁을 일거에 해결하는 수단으로서 확인의 이익을 긍정했다”며 “신분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무효인 혼인 전력이 잘못 기재된 가족관계등록부의 정정을 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는 등 국민 법률생활과 관련된 분쟁을 실질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권리구제방법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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