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내구성10배·성능20%↑” 韓 연구진…세계최고 ‘수소’ 생산기술 확보
뉴스종합| 2024-06-03 12:00
음이온교환소재(HQPC-TMA)를 개발한 한국화학연구원 이장용(왼쪽) 박사 연구팀. [한국화학연구원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국내 연구진이 친환경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 기술의 성능과 내구성을 동시에 잡을 핵심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한국화학연구원 이장용·김성준 박사 연구팀은 최근 연구 논문에서 음이온 교환막 수전해 장치에 적용 시, 해외 상용 소재 대비 성능 및 내구성이 월등히 향상된 고분자량화 폴리카바졸계 음이온교환 소재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급격히 커지고 있는 음이온교환막 시장에서 우수 소재에 대한 높은 수요를 충족시킬 뿐 아니라, 국내 산업계의 빠른 상용화와 시장 선점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린수소 생산 기술 중 음이온교환막 수전해 방식은 기존 기술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함께 갖춘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전해질막 및 이오노머(전극 바인더)로 활용되는 음이온교환 소재의 낮은 성능 및 내구성이 상용화에 걸림돌이었다.

연구팀에서 개발한 음이온교환소재(HQPC-TMA) 및 이를 이용해 제조한 고품위 전해질막.[한국화학연구원 제공]

최근에는 미국, 캐나다, 독일 등 기술 선진국을 중심으로 우수한 음이온교환소재가 개발되어 상용화되고 있다. 국내 기업에서도 상용화에 힘쓰고 있으나, 핵심 부품인 교환막과 전극을 만드는 소재 대부분을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어 국산화가 절실하다.

화학연 연구진은 튼튼하고 분자구조 조절이 용이한 폴리카바졸(PC, Polycarbazole)계 소재를 설계, 분자량을 높이는 기술을 적용하여 수소 생산 성능과 내구성을 높인 이온교환소재(HQPC-TMA)를 개발했다. 이 소재로 만든 음이온교환막 및 셀은 기존 상용화된 소재보다 10배 우수한 내구성과 20% 이상 높은 이온 전도 성능(이온전도도) 등 세계 최고의 성능을 나타냈다.

이장용 박사팀은 2020년 우수한 음이온 전도 성능 및 화학적 안정성을 갖는 폴리카바졸 기반의 음이온교환소재(QPC-TMA)를 개발한 바 있다. 이번에 개발한 소재 (HQPC-TMA)는 이전 소재에 사슬 연장기(chain extender)를 도입하여 분자량을 더욱 증대시키고, 정제 과정을 추가해 저분자량 물질은 효과적으로 제거함으로써, 성능과 내구성 모두 개선시킨 소재다.

연구팀의 실험 결과, 개발 소재(HQPC-TMA)는 80℃의 고농도 알칼리 용액(3M KOH 수용액)에서 2,500시간 경과 후에도 이온전도도가 거의 100% 유지될 정도로 매우 높은 화학적 안정성을 보였다. 이는 상대적으로 온화한 일반 평가 조건에서 초기 음이온전도도 대비 97% ~ 60%의 이온전도도 보존율을 보인 기존 소재들에 비해 우수한 결과다.

실험에 사용한 전기화학 평가 장치, 수전해 셀의 양극으로 담수 및 해수 전해액이 공급되며 전기에너지를 주어 수소를 생산한다. 수전해 셀의 앞쪽에 놓인 물품들은 개발된 음이온교환소재(HQPC-TMA)를 활용하여 제작된 수전해 셀의 핵심 소재(전극 및 전해질막).[한국화학연구원 제공]

또한 이 소재를 음이온교환막으로 활용, 비귀금속 전극과 결합한 수전해 셀을 제작하여 1000시간 동안 가속 평가를 실시한 결과, 동일 조건에서 기존에 보고된 가장 낮은 수전해 셀 열화 속도 대비 약 10배 느린 성능 감소 수치를 보여 개발 소재의 내구성이 매우 우수함을 다시 확인했다.

특히 이를 활용한 수전해 셀은 기존 해외 우수 소재보다 월등한 수소 생산 성능을 보였다.

연구팀은 현재 규모를 키우는 대용량 합성 연구와 대면적 강화막 제조 연구를 준비하고 있다. 해당 기술은 전기화학적 CO₂ 전환 장치 또는 연료전지에도 활용될 수 있어 다양한 분야에서 상용화가 기대된다.

이영국 한국화학연구원장은 “음이온교환막 수전해 기술이 상용화까지 이어져 핵심 소재 국산화 및 수소 경제 달성에 이바지하고, 우리나라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입을 통해 신규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에너지 과학기술 분야 국제학술지 ‘에너지 앤드 인바이런멘털 사이언스’에 4월 30일 온라인 공개됐다.

nbgkoo@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