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헤럴드광장] 엔비디아, AI 그리고 공정거래법
뉴스종합| 2024-06-07 11:07

엔비디아가 애플의 시가총액을 넘보면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청바지를 입고 일선 엔지니어들과 현장 토론을 마다하지 않던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컴퓨터 게임용 그래픽 카드를 만들던 엔비디아를 AI 시대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엔비디아는 챗GPT 열풍과 함께 급성장한 생성형 AI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GPU는 AI 모델 학습 및 추론에 필수적인 하드웨어로 서버용 GPU 시장 98% 점유하고 있고, 2024년 1분기 매출총이익률(Gross Margin)은 78.4%를 기록했다.

공급 부족 현상에 따라 발생한 전무후무한 수치의 시장점유율과 이익률이다. 이에 더하여 최근 엔비디아는 칩 공급 부족 현상에 편승하여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그럼에도 공급이 부족하여 엔비디아 칩을 사려면 연말까지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고, 그마저 필요한 만큼 공급받기도 힘들다. 이는 AI 개발 비용 상승을 초래하여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들도 AI 기술 개발 경쟁 참여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젠슨 황은 엔비디아의 성장은 끊임없는 혁신의 결과라고 강조한다. GPU 및 병렬 컴퓨팅 플랫폼 쿠다(CUDA) 등 기술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였고, 그 결과 AI 시대를 선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젠슨 황의 말처럼 엔비디아의 혁신이 AI 기술 발전에 기여했다는 점을 부정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엔비디아의 독점적 지위가 경쟁을 저해하고 혁신을 가로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간과할 수 없다. 경쟁사들은 엔비디아가 쿠다 기술을 독점하고 GPU 공급을 제한하거나 불공정한 가격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독점적 행위가 계속된다면 시장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AI 칩 시장의 혁신을 저해하여 궁극적으로는 소비자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

혁신을 통해 경쟁에서 승자가 된 엔비디아 앞에 공정경쟁이 문제가 되는 공정거래법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AI 혁명은 미래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며 엔비디아의 반도체 칩은 그 핵심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필수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엔비디아의 독점은 AI 기술 발전과 미래 사회의 모습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미 2021년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엔비디아의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 ARM 인수에 대한 독점 금지 조사를 하여 인수를 포기하게 만든 적이 있으나 혁신을 앞세운 엔비디아의 독점을 막기에는 충분하지는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거래법은 AI 시대에 반도체 칩 사장에서 독점을 견제하고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공정거래법을 통해 독점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규제하고 경쟁자의 새로운 도전을 지원함으로써, AI 기술 발전을 위한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기존의 공정거래법은 제조업 중심의 시장을 규제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기 때문에, 급변하는 기술 환경과 플랫폼 기반의 AI 시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따라서 공정거래 당국과 입법자는 AI 시대의 새로운 경쟁 환경을 반영하여 엔비디아와 같은 빅테크기업의 독과점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인석 법무법인 YK 대표변호사

notstr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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