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지방 학원은 지금 “의대반 포모증후군”…모집 경쟁 휘말린 입시 업계
뉴스종합| 2024-06-11 09:16
학원가 의대 입시 설명회 현장. [연합]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지방 학원가에서 의대반 ‘포모증후군’이라도 생긴 것 같습니다.”

부산에서 100명 규모 수학학원을 운명하는 원장 A씨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포모증후군(Fear Of Missing Out·FOMO)은 특정 열풍에서 자신만 소외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현상을 이른다.

A씨는 “학원가에서 상위권 학생을 모으기 위해 너도나도 급하게 의대반을 만들고, 당장 의대에 합격할 수 있는 것처럼 과장 홍보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우리 학원은 의대반을 신설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글을 학원 홍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11일 입시 업계에 따르면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비수도권 중·소형 학원들의 의대반 신설이 이어지고 있다. 의대 증원이 서울권을 제외한 비수도권 국립대를 중심으로 대규모로 이뤄진 데다, 지역 출신 인재를 뽑는 ‘지역인재’ 전형 비율도 높아진 영향이다. 의대 입시 사교육은 기존에 주로 대형종합학원 위주로 이뤄졌지만, 수험생 관심이 높아지며 학원가 전반이 수요 대응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최근 의대반 개강을 홍보한 학원들은 50~100명대 규모의 중·소형 학원이 많다. 최근 전 수강생 60명 규모인 전주의 한 영어·수학 전문학원도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한 의대 입시반을 꾸렸다. 이 학원 관계자는 “문의가 많이 들어와 기존부터 의대 입시 준비를 해왔던 학생들을 중심으로 정원을 추렸다”고 했다.

울산의 한 30명 규모 수학 논술 교습소도 의대 입시를 대비하는 초등반을 올해부터 만들기로 했다. 충남 아산의 한 수학 전문 학원도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생까지를 대상으로 하는 의대반 수강생을 모집하고 있다. 이처럼 학원가 의대반이 대부분 초등학생 대상으로 몰린 것은 의대 입시 연령이 하향 평준화된 데다, 지역인재 전형을 노리는 수도권 학부모들을 유치하려는 영향도 있다.

학원가 내부에선 의대반 개설이 일종의 학원들 간 경쟁이 됐다는 호소도 나온다. 충남의 한 학원 관계자는 “의대반이 있어야 입시 흐름에 제대로 대응한다는 느낌이 학부모나 학원들 사이 형성돼, 5명 안팎 소규모로라도 일단 의대반 이름으로 만들어놓고 선행학습을 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털어놨다. 다른 학원 관계자는 “목표의식이 있는 학생이라면 몰라도, 학부모 요구에 의해 어려서부터 의대반 명목의 교육을 받던 학생들은 오히려 고등학교에 가서 의욕을 잃는 경우가 더욱 많다”고 지적했다.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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