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골프 실력 보고 직원 뽑는다”는 美 기업들[원호연의 PIP]
뉴스종합| 2024-06-15 11:01
[123RF]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골프 실력이 업무 상 필요한 능력이라는 생각은 영업직 등 일부 직군에서만 통용되던 생각이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영업 뿐 아니아 금융, 컨설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골프가 직원을 고용하고 평가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금융, 컨설팅, 영업 및 여타 업계에서 하이브리드 근무 시대를 맞아 비지니스 골프가 다시 크게 유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미국인들이 경기를 치른 골프 라운드 수는 5억3100만 라운드에 달했다. 니콜라스 블룸 스탠포드 대학 경제학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평일 라운드는 2019년 이후 거의 2배로 증가했고 대부분의 라운드는 업무 시간 중에 진행됐다.

블룸 교수는 “2019년이라면 골프장에서 회의를 하는 것이 문제가 됐을 것이지만 2024년에는 업무 성과만 낸다면 아무도 문제를 삼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기업들이 골프를 업무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여기게 된 것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많은 업무가 비대면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임직원들이 남은 시간에 골프장에서 사람을 만나서 라운드를 하고 클럽하우스에서 친목을 쌓는 일이 게으름을 피우는 것이 아니라 업무적 노력을 하는 것으로 간주되기 시작했다.

아마추어 골프 대회에도 출전하는 한 월스트리트 대형은행의 재무 고문은 장기 투자 계획을 관리하는 업무를 하기 때문에 오전 10시면 업무의 90%을 끝낸다. 나머지 업무 시간에는 기존 고객이나 잠재적인 고객과 골프를 치는 경우가 많다. 그는 인기가 높은 회원제 골프장 회원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평소 가보기 힘든 골프 코스를 경험하기 위해 그와 약속을 잡는다.

그는 “파트너와 라운드를 즐기고 서로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전반에는 일 얘기를 하지 않는다”며 “후반이 되면 상대방이 참지 못하고 투자 전략에 대해 묻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미국 명문 회원제 골프장 들은 가입을 원하는 인물들이 어떤 산업에 종사하는지에 따라 회원을 유치하는 유치하는 경향이 있다보니 특정 골프장의 회원권을 얻게 되면 잠재적인 제품 고객이나 투자자을 확보하기 쉬워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국의 골프장들은 코스에서 휴대전화 사용에 대한 깐깐한 규칙을 점차 완화하고 있다. 카트에서 이메일을 확인하거나 샷과 샷 사이에 잽싸게 업무 전화를 받는 것이 더이상 금기가 아니다.

골프에 대한 기업들의 접근법이 달라지자 골프를 잘치는 사람을 직원으로 뽑으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한 기업에서 수석 채용 담당자 역할을 하는 숀 콜은 “에이스 골퍼를 뽑아 달라는 요청이 너무 많아 채용 후보자의 이력서에 골프 핸디캡을 기록한다”면서 “골프 만으로는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순 없겠지만 골프를 치지 않으면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프로 골프 출신의 인물들은 자신의 뛰어난 골프 실력으로 제2의 삶을 개척하기도 한다. 수년단 마이너 투어에서 뛰었지만 선수로서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던 맷 파르지알레는 ㅈ난 2022년 매사추세츠 주 웰즐리의 한 보험회사에 입사하게 됐다. 이 회사는 그의 골프 실력이 대형 고객을 유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그를 고용했다.

그의 상사인 칩 깁슨 최고경영자(CEO)는 “파르지알레는 골프 실력 만큼이나 관계 구축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 때문에 보험 영업에 능숙하다”고 말했다. 이어 “골프 라운드는 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기회이며 업무 시간에 골프를 치는 사람들이 업무를 소홀히 한다는 것은 오해”라고 말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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