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탄소중립 신드롬’을 기대하며 [김형렬의 건설人sight]
뉴스종합| 2024-06-19 11:04

최근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단어 중 하나가 ‘신드롬’인 듯 하다. 본디 질병으로서 ‘증후군’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진 이 단어는, 요즘에는 ‘ㅇㅇ앓이’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SNS라는 간편한 창구와 유튜브와 같이 빠르고 감각적인 영상매체가 확산되고, 개인의 경험과 감정이 급속도로 여러 사람들에게 전파되면서 더욱 빈번하게 쓰이는 듯하다.

여전히 눈길을 끄는 신드롬 중 하나가 ‘푸바오 신드롬’일 듯 싶다. 사람들이 푸바오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가지각색이겠지만,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원인 중 하나는 푸바오가 우리나라에서 중국으로 되돌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이는 푸바오가 멸종 위기종인 자이언트판다여서, 번식을 위해 세계 최대 서식지인 중국 쓰촨성으로 거처를 옮길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연유로 ‘푸바오 신드롬’은 멸종 위기종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신드롬을 일으킨 푸바오 외에도, 좀 더 절실하게 우리가 ‘신드롬 급’의 관심을 가져야 할 게 있다. 바로 북극곰이다. 푸바오가 중국으로 돌아가며 눈물을 흘렸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구온난화로 살 곳이 점차 줄어들며 멸종 위기에 처한 북극곰의 눈물은 수년째 회자되고 있다. 그만큼 지구 온난화 문제가 꾸준하기 때문이리라. 문제는 이제부터는 북극곰만의 눈물이 아니라 인간의 눈물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케냐에서는 지난 2년간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다 금년 3월부터는 기록적인 폭우로 사망자 수가 2백명을 넘어섰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인류의 대표적인 노력이 탄소중립일 것이다. 2015년 국제조약인 파리협정에서 지구온도 섭씨 1.5도 상승 억제를 위해 2050년까지 전 지구적 탄소중립을 결의했다. 우리나라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40% 감축하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를 2021년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비록 더딘 걸음을 내딛고 있지만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2023년도 4대 부문(전환, 산업, 건물, 수송) 탄소 배출량은 총 5억 8,860만t(추정)으로 2022년 6억 580만t 대비 2.8% 줄어들었다. 이는 2010년 이후 최저치인 바, 원전 및 신재생 등 무탄소 에너지 비중을 늘리고 화력발전을 줄인 효과로 분석된다.

국내 주요 지자체 역시 도시를 설계하는데 있어서 탄소중립 실천을 필수요소로 고려하고 있다. 2023년 4월 수립된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에 따라 탄소중립 기본계획을 각각 수립 중이다. 2030년까지 서울은 2005년 대비 42%, 부산은 2018년 대비 45%, 광주는 2018년 대비 45% 감축을 공언했다.

행복도시는 건립 초기부터 고효율, 저탄소 에너지 공급시설인 LNG 열병합발전소를남·북측에 각각 1개씩 도입했다. 특히, 북측 열병합발전시설은 수소혼소 가능설비로기존시설 대비 CO2를 10%이상 추가로 줄일 수 있다. 사진은 LNG에 수소 30%를 혼합하는 설비를 추가로 도입한 행복도시의 수소 열병합 발전소인신세종복합발전소(전력 630MW+냉난방용 열 340Gcal/h)로 오는 9월 준공 예정이다. [출처 남부발전]

특히,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선도적인 탄소중립 도시조성을 위해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4% 탄소배출 감축과 함께 탄소중립 시기를 2040년으로 정했다. 탄소중립 시한을 국가 목표보다 10년 앞당겼다는 것은 도시건설과 인구가 증가하는 여건 속 도전적인 목표라 할 만 하다. 지금까지의 성과는 가히 성공적이다. 행복도시의 탄소배출량은 77만tCO2(2021년 기준)로 전국 광역시도 중 가장 낮다. 1인당 배출량(2.74tCO2)을 광역시도별로 비교해도 결과는 같다.

탄소중립의 실현은 에너지 분야에서 어떠한 에너지원을 발전에 사용하는지도 매우 중요하다. LNG 열병합발전은 에너지 이용효율이 일반발전보다 높아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한 대표적인 에너지원 중 하나이다. 일반발전의 에너지 이용효율이 49.9%인 반면, LNG 열병합발전은 80.7%(전력 42.1%, 열 38.6%)에 달하며, CO2 배출량도 화력발전 대비 40% 수준으로 가히 친환경적이다.

행복도시는 건립 초기부터 고효율, 저탄소 에너지 공급시설인 LNG 열병합발전소를 남·북측에 각각 1개씩 도입했다. 특히, 북측 열병합발전시설은 수소혼소 가능설비로 기존시설 대비 CO2를 10%이상 추가로 줄일 수 있다. LNG에 수소 30%를 혼합하는 설비를 추가로 도입한 결과다. 또한, 태양광 50MW, 지열에너지 155MW, 연료전지 5.6MW 등 신재생에너지 총 211MW를 도입했다. 이들이 감축하는 CO2 양만도 약 10만t으로 소나무 약 4400만 그루가 연간 흡수하는 수준이다. 친환경 차량의 운행 편의를 뒷받침하는 연료 인프라 확충도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주요 수단이다. 전기버스 11대, 전기차 4382대 등 친환경차가 전체차량 등록대수 대비 10% 수준이며, 전기차 충전시설은 총 3906기로 차량 1대당 0.89기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행복도시는 도시 내 57개 건축물이 ZEB인증을 받았다. 사진은 제로에너지 단독주택(로렌하우스, 60세대)으로 ZEB 인증 2등급을 받았다.에너지자립률은 83%에 달한다. [출처 LH]

건축 분야에서는 제로에너지건축물(ZEB, Zero Energy Building) 인증제를 도입해 탄소중립에 힘쓰고 있다. 제로에너지건축물은 단열성능 최적화와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발전 등으로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는 녹색건축물이다. 행복도시는 도시 내 57개 건축물이 ZEB인증을 받았고 특히, 공동주택 중 전국 최초로 ZEB 3등급 인증을 받은 6-3생활권은 에너지 자립률이 67%에 달한다. 이를 위해 용적률 인센티브, 취득세 감면 등의 혜택을 제공 중이다.

이와 함께, 다른 어느 수단보다도 강력한 탄소중립 수단은 자연의 원래 모습을 복원하는 일일 것이다. 각 지자체가 녹지율 제고에 몰두하는 이유도, 단순히 미관 목적을 넘어 가장 근원적인 해결책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최근 조성된 신도시들의 녹지율은 대체로 30%를 넘어선다. 동탄2 31.4%, 광교 41.7%, 송도 32.4% 수준이다. 행복도시는 52.8%에 달하며, 배출량 대비 감축량도 약 8%로, 동탄2의 4%, 광교의 3% 수준보다 높다.

이러한 감축노력에도 불구하고, 갈 길은 먼 듯 하다. 온실가스 최대 배출국인 중국, 인도, 러시아의 실질적인 감축이 의문시 되고, 탄소중립 선도국인 영국, 독일은 에너지 안보 위기로 화석연료로 회귀 중이라는 지적도 있다. 향후 2030년까지 유럽연합의 연평균 감축률은 1.98%에 불과하나, 우리나라의 감축률은 연평균 4.6%에 달한다. 온실가스 감축목표치와 전망치 간 차이를 보여주는 감축격차율도 34.2%로 G20 평균 25.0%를 크게 상회한다. 감축률 제고를 위해 정부는 산업부문 녹색 경쟁력 강화를 내세워 450조원 이상의 정책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하지만,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상 목표달성이 쉽지만은 않아 보이고, 곳곳에서 탈원전 주장이 커지게 된다면 이 역시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북극곰의 눈물’은 임계점까지 몰린 지구가 우리에게 보내는 마지막 경고일 수도 있다. 때마침 미국의 MIT Technology Review가 우리나라를 아시아 유일 ‘녹색 선도국(Green Leader)’으로 인정했다. 이제는 민관을 가리지 않고 실천방안을 ‘천천히 서둘러야(Festina Lente)’ 할 시점이다. 봄 답지 않게 유난히 따가운 햇살과 북상하는 국내산 열대과일이 단순히 신기한 볼거리에 그치지 않고, ‘탄소중립 신드롬’의 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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