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이루트 공항 내부고발자, 英 텔레그래프에 폭로

레바논 베이루트 라피크 하리리 국제공항[EPA]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영국의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23일, 이스라엘과의 전면전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는 레바논의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베이루트 라피크 하리리 국제공항에 이란제 무기를 대량으로 은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내부 고발자는 이 신문에 헤즈볼라가 공항에 이란산 팔라크 로켓, 파테흐-100 단거리 미사일, 차량 탑재용 탄도미사일, 최대 사거리 320㎞의 M-600 미사일 등을 저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레이저 유도 대전차 미사일과 부르칸 단거리 탄도미사일, 사이클로나이트라고 불리는 폭발성 화학물질 RDX도 보관 중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베이루트 시내 중심부에서 단 6.5㎞ 떨어진 이 공항이 이스라엘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될 위험이 있다고 내부 고발자는 우려했다.

익명을 요구한 공항 관계자는 “이란에서 온 직항기에서 내린 수상한 대형 상자들로 인해 상황이 복잡해지고 있다”며 “무기들이 공항에 도착한 후, 나와 동료들은 진행 중인 수상한 활동을 알게 되어 두려움을 느꼈다”고 전했다.

그는 또한 베이루트 공항이 공격을 받으면ㄴ, 2020년 베이루트 항구의 대규모 폭발 사고와 비슷한 참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엄청난 인적, 물적 피해뿐만 아니라 베이루트가 세계와의 연결이 끊길 것”이라며 “공항에서 재앙이 일어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경고했다.

헤즈볼라가 민간 공항을 무기 수송에 사용하는 것에 대한 의혹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지난해 10월 가자지구에서의 전쟁 발발 이후 이러한 상황이 더욱 악화되었다고 내부 고발자는 지적했다.

다른 내부 고발자도 “수년간 헤즈볼라가 베이루트 공항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것을 목격했다”며 “전쟁 중에도 이런 행동을 계속한다면, 공항이 공격의 목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자체 폭발이나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인해 사망할 수도 있으며, 나뿐만 아니라 공항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위험에 처할 것이며, 레바논은 큰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헤즈볼라는 지리적, 군사적으로 이스라엘에 가장 큰 위협을 가하는 군사 조직 중 하나다.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당시 설립되었으며, 이란 혁명수비대의 지원을 받고 있다. 1980년대에는 항공기 납치 등으로 악명을 떨치고 1990년대에는 하마스와 같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처럼 자살 폭탄 공격을 테러 수단으로 사용했다.

한편, 헤즈볼라는 1992년부터 선거에 참여하며 레바논 정치계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러한 정치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장기 내전 이후에도 무장 해제를 거부하며 레바논군보다 더 강력한 군사 조직을 유지하고 있다.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하마스를 지지하며 거의 매일 이스라엘과 무력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최고위급 지휘관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사망함에 따라,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였고, 이스라엘도 무력으로 강경 대응하면서 양측 간의 전면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