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엔저 지속에 일학개미 ‘잔인한 6월’
뉴스종합| 2024-06-28 11:17

엔화 가치가 달러당 160엔대로 추락하며 약 38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자 ‘일학개미(일본증시 국내투자자)’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올 들어 가파르게 상승하던 일본 증시 마저 답보 상태에 빠지면서 최근 발생한 환차손에 수익률이 더 깎일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일본은행(BOJ)이 오는 7월 금리 인상과 테이퍼링을 동시 발표한다면 엔화가 소폭이나마 안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2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투자자는 이달 일본 증시에서 2082만달러(약 28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달 일본 증시에서 2억624만달러를 매수하고 2억2706만달러어치를 매도하면서 지난해 3월 이후 월 기준 첫 매도 우위를 보였다.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 기조에도 좀처럼 엔화값이 안정화되지 않고 증시도 박스권에 머물자 매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달 들어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2.2% 올랐는데, 이는 코스피 지수(5.6%) 상승 폭보다 적은 수준이다.

이달 일학개미가 가장 많이 매도한 상품은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미국채 엔화 헤지’ ETF(상장지수펀드)였다. 국내투자자들은 미국채와 엔화 가치 상승에 베팅하는 이 상품을 4591만달러(약 637억원)어치 팔아치웠다. 이 상품은 엔화로 만기 20년 이상의 미국 초장기채에 투자할 수 있어 향후 미국의 금리가 내려가면 채권 가격 상승과 더불어 환차익까지 노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투자자들이 대거 몰렸다.

그러나 ‘슈퍼 엔저’ 현상에 일학개미들의 평가손실이 커지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이미 지난달 16일부터 심리적 마지노선인 155엔을 넘어서더니 전날 160.84엔에 거래됐다. 이는 일본 거품경제가 한창이던 1986년 12월 이후 3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미국채 엔화 헤지 ETF’ 수익률은 올 들어 6.71% 떨어졌는데, 환차손까지 포함하면 원화 기준 손실은 더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엔화 가치가 바닥을 친 만큼 향후 반등하는 데 베팅하는 일학개미도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이번주(24일~27일) 4거래일 동안 TIGER 일본엔선물 ETF를 29억1800만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는 지난 한 달간 순매수한 규모(약 31억원)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이 상품은 국내에서 엔화에 투자할 수 있는 유일한 ETF로 엔선물지수를 추종한다. 해당 ETF의 최근 3개월 간 수익률(-3.03%)은 마이너스를 나타내면서 저점 매수 구간이라고 본 것이다.

일학개미들의 시선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에 가 있다.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 약세가 계속되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미·일의 금리 차로 엔을 팔고 달러를 사려는 움직임이 강하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의 긴축 강도가 예상보다 강하지 않은 만큼 연준 동향에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BOJ가 금리 인상과 테이퍼링을 동시에 발표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구심이 상존하고 있지만, 우에다 총재가 두 정책 결정이 별개라고 언급하고 7월 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한 바가 있다”면서 “7월 금리 인상과 테이퍼링이 동시에 발표된다면 엔·달러 환율이 소폭이나마 안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유혜림 기자

fores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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