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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억 돈쭐난 ‘기안84 천적’, 이젠 실력 보여줄 시간?…네이버웹툰, 이틀 만에 공모가까지 ‘뚝’ [투자360]
뉴스종합| 2024-07-02 07:53
기안84. [MBC 방송 화면 캡처]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국내 증시에 상장하는 대신 미국 나스닥으로 눈을 돌린 네이버웹툰이 상장 첫날 높은 몸값을 인정받으면서 성공적인 축포를 쐈지만, 이틀 만에 공모가 수준까지 급락하면서 향후 주가 흐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뉴욕증시(NYSE)에서 네이버웹툰의 모기업인 웹툰엔터테인먼트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5.48% 하락한 21.5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이날 전장 대비 1.5% 내린 22.5달러에 거래를 시작, 개장 초 낙폭을 확대하며 장중 한때 공모가격(21달러)을 밑돌기도 했다.

앞서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7일 뉴욕증시에 처음 상장돼 거래 첫날 공모가보다 9.5% 높은 23.0달러에 거래를 마친 바 있다. 개장 초반엔 14%까지 상승폭을 높이기도 했다.

시장에선 네이버웹툰이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초기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현지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 속에 공모가격이 앞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기재된 희망범위(주당 18~21달러) 최상단인 21달러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네이버웹툰의 성공적인 상장으로 김준구 네이버웹툰 최고경영자(CEO)의 ‘성덕(성공한 덕후)’ 스토리도 다시금 주목받기도 했다. 네이버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신생 서비스였던 웹툰을 키우고, 20년 만에 미국 상장사 CEO 자리에 오르게 됐기 때문이다.

김준구 웹툰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뉴욕증시 상장식 후 미국 뉴욕 나스닥 빌딩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직접 네이버웹툰을 일궈낸 만큼, 김 대표는 웹툰 작가와의 연도 깊다. 이말년은 김준구 대표에 대해 “작가들을 참기름 짜듯이 쥐어짜 만화를 그리게 하는 장본인”이라며 “평상시엔 온화하나 만화 한 주 ‘빵꾸’나면 악마로 돌변한다. 기안84의 천적”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기안84는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김준구 대표에게 받은 원고 독촉을 떠올리며 “준구 형님이 아니었으면 나는 이렇게 못 살았다”고 말했다.

웹툰엔터테인먼트는 김 대표에게 막대한 금전적인 보상을 약속한 상황이다. 우선 상장 완료를 조건으로 회사 보통주 1만4815주에 대한 양도제한 조건부주식(RSU)을 부여한다다음 달에는 현금 보너스 3000(약 418억원)를 지급한다. 대표는 웹툰엔터테인먼트 주식 346만1670주를 주당 11.04달러에 살 수 있는 옵션을 보유하고 있다.

공모가가 21달러로 확정되면서 이 가격을 기준으로 보면 미실현 시세 차익이 약 3448만달러(약 479억원)에 달한다. 장 사고팔 수 없는 RSU를 제외하더라도 900억원 상당의 보상이 주어지는 셈이다.

웹툰엔터테인먼트는 IPO로 보통주 1500만주를 발행, 3억1500만달러(약 4367억원)를 조달했을 것으로 보이고, 첫 거래일 종가인 주당 23달러를 적용한 상장 후 기업가치는 약 29억2달러(약 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지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네이버 기업가치 산정에 반영한 웹툰 사업가치(5조원)보다는 낮은 수준의 시총이지만, 글로벌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부담스러운 밸류에이션은 아니다”며 “향후 웹툰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 확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증권가에선 네이버웹툰이 향후 지속적으로 주가 우상향 곡선을 그리기 위해선 ‘물음표’가 달린 향후 성장성에 대한 증명이 필수적이란 지적이 이어진다.

한국투자증권은 네이버웹툰 IPO 증권신고서 제출로 공개된 실적과 이용자 1명당 월평균 결제액(ARPPU) 등 다양한 사용자 지표를 통해 봤을 때 향후 성장성에 의문 부호가 달린다면서 "편하지 않았던 민낯"이란 문장으로 지적했다.

네이버웹툰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지난 2022년 1분기 1억6700만명에서 올해 1분기 1억6900만명으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이었고, 같은 기간 월간 유료 이용자수(MPU)도 760만명에서 780만명으로 정체된 모습을 보였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ARPPU가 그나마 7.8달러에서 11.5달러로 상승했지만, 작년 1분기 이후 1년 가까이 정체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3가지 성장성 증명을 위한 과제로 ▷콘텐츠 다양성 확대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 간 딜레마 해소 ▷지적재산권(IP) 활용 극대화를 꼽았다.

27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서 네이버 웹툰엔터테인먼트의 나스닥 상장을 기념하기 위해 열린 팬 사인회에서 김준구 웹툰엔터테인먼트 대표, 김규삼, 조석, 손제호 등 네이버 웹툰 작가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

정호윤 연구원은 “지난 2년간 네이버는 전사적으로 비용 효율화를 강조해왔고, 이로 인한 보수적인 마케팅 전략의 결과 미국과 유럽 등에서 네이버웹툰 MAU는 2022년 1분기 1억3600만명에서 올해 1분기 1억2300만명으로 감소했다”면서 “장기 성장 과제로 삼은 미국 웹툰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상장 후 전략 변화에 투자자들이 주목 중”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IP 관련 매출이 2022년 1070억원에서 2023년 1410억원으로 외형적으론 늘었지만, 여전히 전체 매출의 10% 이하”라며 “드래곤볼, 원피스, 슬램덩크 등 일본을 대표하는 IP를 보유한 토에이가 전체 매출의 47.5%를 IP로부터 커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갈 길이 멀다”고 덧붙였다.

상장을 통해 모인 자금으로 AI 기술 투자를 대폭 확대, 서비스에 성공적으로 접목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네이버웹툰의 미국 상장이 중단기적으로는 국내 증시에 상장된 모회사 네이버 주가엔 부정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아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의 사업별 가치합산 평가(SOTP) 밸류에이션에서 웹툰 지분가치를 4조6000억원으로 산정했다”면서 “IPO로 인한 지분 희석과 ‘더블 카운팅’ 할인에 따라 보수적 지분가치를 1조9600억원으로 제시하며, 네이버 주가엔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라고 짚었다. 이를 근거로 신한투자증권은 네이버의 목표 주가를 기존 20만원에서 18만원으로 10% 낮춰 제시하기도 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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