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꿈틀대는 美 전기차 시장...‘K-배터리’ 반등 신호탄
뉴스종합| 2024-07-04 11:07
미국 전기차 수요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면서 K-배터리가 실적 반등에 성공할지 주목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월 압도적인 판매 증가세를 보이며 미국 내 전기차 판매 톱3에 오른 포드 ‘머스탱 마하-E’가 미국 시카고 매장 외부에 진열된 모습 [AFP]

미국 전기차 시장이 꿈틀대면서 글로벌 시장의 ‘캐즘’(대중화 전 수요 정체기) 시기를 지나고 있는 ‘K-배터리’가 하반기 실적 개선을 이뤄낼 지 주목된다.

4일 S&P 글로벌 모빌리티 신차 등록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4월 미국 전기차 신차 등록대수는 전년 동월 대비 약 14% 증가한 10만2317대를 기록했다.

전체 승용차 신차 등록대수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7.4%였다. 올해 1분기 전기차 평균 비중(6.9%)보다 높아졌다. 전기차 선두 업체인 테슬라의 판매 감소가 두드러진 데 반해 포드, 리비안, 토요타 등이 미국 내 전기차 판매를 주도했다.

톰 리비 S&P 글로벌 모빌리티 산업 분석 담당 부서장은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전기차 가격을 내연기관차 수준으로 낮추고 있으며, 이는 제품 판매를 촉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포드의 경우 지난 4월 압도적인 판매 증가세를 기록했다. 포드 ‘머스탱 마하-E’의 판매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87.1% 증가한 5358대를 기록, 미국 내 전기차 판매 톱3에 이름을 올렸다. 포드 ‘F-150 라이트닝’ 역시 전년 동월 대비 95.7% 증가한 2509대가 팔렸다.

상위 10위권에 든 또 다른 모델을 살펴보면 토요타 ‘bZ4X’는 646.6% 증가한 4666대가 팔렸고, 현대차의 ‘아이오닉5’도 92.6% 성장을 기록, 4078대가 판매됐다. 특히 아이오닉5는 지난 5월 미국에서 4449대가 팔리며 월 최다 판매량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리비안 ‘R1S’는 126.8% 증가한 2855대가, 기아 ‘EV6’는 93.8% 증가한 2178대가 각각 팔렸다.

지난 5월 미국에서 4449대가 팔리며 월 최다 판매량 신기록을 세운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 [현대차 제공]

4월 미국 전기차 시장 상위 10개 모델 중 테슬라 ‘모델Y’와 ‘모델3’만 유일하게 판매 감소를 기록했다. 테슬라의 ‘사이버 트럭’은 2178대의 신규 판매고를 기록했다.

다만 테슬라는 2분기 전체적으로는 판매량이 전분기 대비 늘었다. 테슬라는 최근 공개한 보고서를 통해 지난 2분기 총 44만3956대를 인도했다고 밝혔다.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46만6140대) 대비 4.8% 줄어들었지만, 1분기 인도량(38만6810대)보다 14.8% 증가한 기록이다. 시장분석업체인 LSEG가 집계한 월스트리트 전문가 예상치(43만8019대)를 상회했다.

아울러 테슬라는 2분기 9.4GWh 규모의 에너지 저장기기 제품을 배포했으며, 이는 분기별 실적으로 역대 최고치라고 밝혔다.

배터리 업계는 전기차 시장 전반에서 호재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폭스바겐, 리비안 등 그동안 부진했던 완성차 업체들 역시 전기차 부문 첫 흑자 전환을 목표로 경영 보폭을 확대하고 있다.

테슬라의 대항마로 주목받았던 리비안은 올해 첫 흑자 달성을 목표로 비용 절감을 추진 중이다. 지난 1월에는 밴 생산라인의 가동을 중단하고 부품을 재설계해 자재 비용을 35% 이상 절감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 폭스바겐그룹이 리비안에 2026년까지 50억달러(약 7조원)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향후 미래 전망 역시 밝아졌다. 양사는 2030년 이전 합작회사가 개발한 기술이 적용된 차량을 출시한다는 목표다.

이처럼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의 전기차 판매가 회복세를 보이고 관련 투자도 이어지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의 실적 개선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2분기 배터리 업계가 실적 저점을 기록한 뒤 하반기부터 반등할 것으로 전망한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은 2분기 (고객사 전기차 판매 등) 전방수요가 아쉽지만, 2분기를 저점으로 3분기부터 신차 효과 및 판가 안정화(마진 회복)에 따라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일(현지시간) 르노의 전기차 사업부문 ‘암페어’와 전기차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분야에서 첫 대규모 공급 계약을 맺으며 본격적인 분위기 반등에 알렸다.

LFP 배터리는 중국 제품이 압도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분야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 말부터 2030년까지 총 5년 동안 약 39GWh(기가와트시) 규모 LFP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며, 이는 순수 전기차 약 59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삼성SDI도 전기차 캐즘 위기를 기술 개발 등을 통해 정면 돌파하겠다는 방침이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지난 1일 54번째 창립 기념일을 맞아 “2030년 시장을 리드할 수 있는 초격차 기술경쟁력을 확실히 확보해, 위기를 반드시 극복하고 도약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 사장은 전고체 배터리와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건식극판 등 배터리 신기종·신기술의 적기 개발을 비롯해 폭넓은 라인업 구축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SDI는 오는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고,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시각을 유지한다”고 했다.

포드와 현대차의 미국 내 선전으로 반사 이익이 기대되는 곳은 SK온이다. SK온은 포드 F-150라이트닝과 현대차 아이오닉5에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SK온의 매출 비중 50% 이상을 담당하는 핵심 고객사로 전해졌다. 현대차가 오는 10월부터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에서 아이오닉5 현지 생산에 돌입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SK온과의 동반 상승이 기대되는 지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침체기에 빠졌다고 해도 성장세를 무시할 수는 없다”며 “업체들의 옥석 가리기는 시작됐고, 유망 업체들은 흑자 전환을 기점으로 괄목할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jiyun@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