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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국 회장 “한미 형제들 문제 많아...경영 참여하겠다”
뉴스종합| 2024-07-04 11:29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한미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경영 참여를 선언했다. 한미그룹 오너가(家) 경영권 분쟁 당시 형제 측에 선 지 100일 만에 입장을 180도 바꾼 셈이다.

그는 창업주인 고(故) 임성기 한미그룹 회장의 장·차남인 한미사이언스의 임종윤 이사·임종훈 대표 형제에 대해 “경영상 문제점이 많다”고 평가하며 경영 참여 이유를 밝혔다. 특히 “(경영상 중요한 결정을) 형제가 상의를 안하다시피 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신 회장은 이번엔 모녀 측과 손을 잡았다. 모녀 측 지분까지 추가 인수, 신 회장의 보유 지분이 늘어나면서 한미그룹 내 그의 영향력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신동국 “형제 문제 많아...경영 참여할 것”=신 회장은 4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형제 측의 경영과 관련해 “경영상 문제점이 많다”고 평가하며 경영 참여 이유를 밝혔다.

그는 “주가가 말해주듯 경영 관련 여러 실망감이 있었다”며 “중요한 걸 형제가 나와 상의를 안하다시피 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한미사이언스에 따르면 개인 최대 주주인 신 회장이 모녀인 한미그룹의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의 지분 6.5%(총 44만4187주)를 매수하는 주식매매계약과 함께 공동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약정 계약(의결권공동행사약정)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모녀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15.86%로 줄게 되고, 신 회장의 지분이 18.92%로 증가한다. 이들 3명의 지분 총합은 34.7%다. 직계 가족, 우호지분 등까지 더하면 모녀 측 지분은 48.19%에 달한다. 과반에 근접한 셈이다.

임종윤 이사(12.46%)와 임종훈 대표(9.15%) 측 지분을 합산한 29.07%보다 20%나 많다. 결국 신 회장이 모녀와 손을 잡으면서 그룹 경영권은 모녀 측으로 기울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계약에 대해 송 회장과 신 회장 측은 “그룹 경영권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당사자 중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한 큰 어른으로서 이 같은 혼란과 위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지속가능한 한미그룹 발전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대승적 결단을 내리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계약을 전격적으로 합의한 만큼 앞으로 한미그룹을 둘러싼 어떠한 외풍에도 굴하지 않는 건실한 기업으로 더욱 발전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모녀, 상속세 재원 마련...회사는 전문 경영인 체제로=송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은 이번 계약으로 상속세 납부 재원도 마련하게 됐다. 이를 통해 소액주주들의 정당한 주식가치 평가를 방해하던 오버행(잠재적 매물) 이슈도 해소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임성기 회장이 타계한 뒤 한미약품 일가에 부과된 상속세는 총 5400억원이다. 이 중 절반은 납부를 마쳤지만 아직 2700억원의 상속세가 남았다. 송 회장이 약 1000억원, 임주현 부회장이 약 500억원의 상속세를 내야한다. 임종윤 이사와 임종훈 대표도 약 1000억원의 상속세를 더 납부해야 한다.

한미그룹은 이번 계약을 통해 기존 오너 중심 경영 체제를 쇄신하고 현장 중심의 전문 경영인 체제로 재편, 사업 경쟁력과 효율성 강화를 통해 경영을 빠른 시일 내에 안정화시킬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주주는 사외이사와 함께 참여형 이사회를 구성해 회사 경영을 지원하고 감독하는 한편, 회사의 투명성을 보다 높여 주주가치를 극대화해 진정한 글로벌 플레이어로서 한미의 위상을 다시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100일 만에 반전...임종윤 “법적 조치 검토”= 이런 분위기는 100일 전과 비교하면 누구도 예상 못한 반전이다. 모녀는 상속세 마련을 위해 올해 3월 OCI그룹과 지분을 나누는 방식의 수평적 그룹 통합을 추진했다. 하지만 3월 28일 열린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개인 최대주주인 신 회장이 모녀에 반대하는 형제 측에 표를 던지면서 경영권은 형제 측으로 기우는 듯했다.

하지만 형제가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에 선임된 뒤 진행한 사모펀드 등과 협상이 진척되지 않으면서 회사 주가는 급락했다. 올해 1월 5만원이 넘었던 한미사이언스 주가는 현재 3만원대 초반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신 회장 마음이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형제가 창업주의 연구개발 정신을 이어 한미그룹을 정상화하길 기대했지만 불투명한 경영 계획 등으로 기업 가치를 훼손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권 재점화 가능성은 지난 달 열린 한미약품 주총에서도 감지됐다. 당시 업계에서는 임종윤·종훈 형제가 사내이사로 선임된 뒤 이사회를 통해 임종윤 사내이사가 대표이사가 되는 것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주총 하루 전 한미약품 지분 9.95%를 가진 국민연금은 임종윤 사내이사 선임을 반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주주총회를 통해 형제 모두 사내이사에 선임됐지만 원래 예정됐던 이사회가 연기되면서 대표이사 선임도 연기됐다. 이에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아직 꺼지지 않았다는 관측 등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신 회장의 변심에 대해 형제 측은 반발하고 있다. 임종윤 이사는 자신이 설립한 코리그룹을 통해 “2000억원 규모의 상속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밝히며 모녀와 신 회장이 체결한 의결권공동행사약정에 대해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손인규·고재우 기자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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