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2024년, 1984 빅브라더의 다양한 모습이 세계를 덮치고 있다 [조원경의 현인들의 경제적 조언]
뉴스종합| 2024-07-12 11:08
조지 오웰

에릭 아서 블레어(1903. 6~1950. 1)라는 본명 보다 조지 오웰(George Orwell)이라는 필명으로 널리 알려진 작가가 있다. 그는 인도 제국에서 태어난 영국의 작가이자 언론인이다. 글을 통해 명료한 문체로 사회의 각종 부조리를 고발하는데 앞장섰다. 가난했지만 계기가 있어 명문 이튼스쿨을 다닌 오웰은 학교가 가르친 것은 단순한 암기식 수업이라 혹평했다. 그 속에서 자신은 계급 차별로 인한 따돌림, 약하고 못생겼다는 열등감 속에서 아픈 추억으로 보내기도 했다. 1936년 겨울 조지 오웰은 스페인 내전에서 공화파를 지지하기 위해 참전했다. 전체주의에 대한 비판에 앞장섰으나 본인은 사회주의자였다. 사회주의 독재를 비판하고 민주사회주의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인물이다. 문학 평론, 시, 평론, 소설 분야에서 여러 같은 작품을 남겼다. 《동물 농장》(1945년)과 《1984년》(1949년)은 그 중에서 많은 이에게 사랑을 받았다. 논픽션 작품 중에는 《위건 부두로 가는 길》(1937년), 《카탈로니아 찬가》(1938년) 등이 있다. 2008년 《타임스》는 1945년 이후 위대한 영국 작가 50선에 2위로 조지 오웰을 꼽았다. 조지 오웰의 작품들은 오늘날에도 대중문화와 정치에 영향을 주고 있다. 조지 오웰이 만든 신조어인 빅브라더, 사상경찰, 이중 사고와 같은 언어와 그가 예견한 냉전 체제 등은 여전히 영향력 있는 개념이다. 그는 1984가 세상에 나온 다음 해인 1950년 1월 오랫동안 앓아온 결핵으로 세상을 떠났다. 1984는 삶의 소박한 것들이 박탈된 미래를 묘사하여 전체주의가 얼마나 위험한 것 인지를 충격적으로 묘사한 작품으로 우리에게 남아 있다.

민족주의라는 거대 물결이 유럽전체를 뒤덮었다. 유럽의 많은 젊은이들은 삶이 어두워 보여서인지 그간 ‘금기어’였던 극우를 선거에서 택했다. 무솔리니의 로마 진군을 생각해 본다. 히틀러의 독일 총리 임명을 상기해 본다. 이들 사건은 유럽 내 극우 세력 부상의 계기가 되었다. 이들 전체주의 정부는 전 세계인에게 깊은 상처와 공포를 남겼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레퓌블리크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7일(현지시간) 총선 2차 투표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후 “프랑스는 이주민으로 만들어진 공동체”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들고 있다. 프랑스 총선 결선 투표에서 예상을 뒤엎고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이 극우 정당을 누르고 제1당을 차지했다. 2위는 마크롱 대통령의 범여권이 차지했디. 지난달 1차 투표 결과에서 다수당이 될 걸로 예상됐던 극우 국민연합(RN)은 3위로 내려앉았다. [AFP]

미국 우월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상,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 결정 역시 상처를 남겼다. 최근 들어 문명사의 가장 큰 특징은 국가권력과 빅테크 기업의 비대화라고 하겠다. 그런 추세 속에서 G1(미국)과 G2(중국)의 패권 전쟁은 오랜 기간 진행되고 있다. 중국의 시진핑도 러시아의 푸틴도 이스라엘 네타뉴 총리도 그 행동에 있어서 자국우선주의와 권력의 사유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는 어느새 CCTV, 정보 통신의 발달로 개인정보 침해가 일상이 된 세상에서 살고 있다. 정보통신 기술은 우리의 생체 정보는 물론이거니와 생활 습관까지 더할 나위 없이 정확하게 포착하려 한다. 그러한 개개인의 정보가 이제 실시간으로 거대한 빅데이터가 되어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인간은 자유롭게 태어났지만, 어디를 가나 사슬에 묶여 있다!“ 장자크 루소가 18세기에 한 이 말은 이제 문학적 수사가 아니라 사실적 묘사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벌써 10년 전 무렵의 일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국가안보국(NSA)에서 일했던 컴퓨터 천재 에드워드 조지프 스노든은 미 정부가 지구의 모든 데이터를 쓸어 모아 개인은 물론 다른 나라들까지 감시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10년 후 중국공산당의 디지털 전체주의는 감시 카메라로 그들 나라 민족을 통제하고 있다. 누군가는 현대의 감시는 지배와 억압의 모습으로만 다가오지는 않는다고 한다. 안전과 돌봄이라는 모습을 지녔기에 프라이버시 자유의 포기는 현대인에게 어쩔 수 없는 숙명인지도 모르겠다.

조지 오웰의 SF소설 ‘1984’는 세계 3대 디스토피아 소설로 뽑히는 명작이다. 오웰은 소설 ‘1984’를 통해 국가가 개인의 사상과 행동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전체주의 독재국가를 비난했다. 사진은 1984년 마이클 래드포드 감독이 제작한 동명의 영화 한 장면. [MGM 제공]

문득 조지 오웰의 소설 ‘1984’ 속 가상의 인물 빅브라더가 생각난다. 이야기는 가상의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세계는 거대한 핵전쟁을 겪은 이후 혁명과 반혁명을 반복하다 3개의 초거대 국가(오세아니아, 유라시아, 이스트아시아)로 통합된다. 오세아니아에는 영국 사회주의사상 아래 1당 독재정권이 만들어진다. 사람들은 피라미드 계급 맨 꼭대기 위에 ‘내부당원’, 그 다음으로 ‘외부당원’, 나머지 85%를 차지하는 ‘프롤’이라고 하는 일반 민중으로 구분된다. 당은 모든 사람의 사생활과 생각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개인의 생각은 있을 수 없다. 그 통제의 매개 수단은 가상의 인물 ‘빅브라더’라는 지도자의 얼굴이 그려진 텔레스크린이다.

텔레스크린은 공공장소와 개인의 집안 곳곳에 설치돼 국민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핀다. 소설 속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 그는 오세아니아의 중앙부처 ‘진리부’에서 일하는 공무원이다. 어느 날부터 그는 자기 일을 하면서도 삶에 대한 회의와 당에 대한 적개심을 갖게 된다. 그는 금기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텔레스크린을 피해 노트에 일기 형식으로 몰래 글을 쓴다. 그는 차링턴이라는 사람이 운영하는 한 골동품 상점에서 물건들을 몰래 구입하며 그와 가까워진다. 한편, 진리부에는 오브라이언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윈스턴은 오브라이언도 당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있을 거라는 느낌을 받는다. 당은 남녀 간의 성행위까지 간섭했다. 당에게 섹스는 생식을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이런 가운데 윈스턴은 진리부의 쥴리아란 여성에게서 쪽지를 받는다. “당신을 사랑한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둘은 연애까지 통제하는 당의 감시망을 피하면서 밀회를 즐기며 사랑하는 사이로 변한다.

성(性)생활의 자기 결정권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중요하다. 문득 섹스와 관련한 경제학 이야기가 떠오른다. 경제학자 중에는 별난 사람들이 많다. 앨런 콜린스라는 경제학자는 ‘전략적 처녀성 상실의 경제학’이란 논문에서 특이한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내용은 이렇다. ‘여성들이 남자보다 섹스 상대를 고를 때 더욱 신중하다.’ 왜냐하면 여성은 아기를 낳으려면 9개월이 걸리지만 남성은 약 90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 여성의 60%는 사랑하기 때문에 순결을 잃지만, 남성은 35%만이 그렇다. 여성은 순결을 잃는 것을 투자한다고 생각해 파트너를 고를 때 신중하지만, 남성은 단지 소비한다고 느낄 뿐이다. 30대 초반의 한 여성이 처녀로 계속 남아있어야 하는 지에 대해 그에게 질문을 하자 그는 이런 대답을 한다.

“당신에게 경험이 많은 친구들과 인생의 진실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눠 보라고 충고하고 싶네요. 모든 투자는 조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하니까요.“

빅브라더의 세계에서는 이런 질문은 어처구니없고 아이를 낳을 것 인지의 여부만 묻게 된다. 질문과 대답의 가치를 떠나 사랑과 섹스는 숭고하다. 윈스턴과 줄리아는 비밀연애를 계속하다가 차링턴의 상점 2층 빈방을 아지트로 삼고 뜨거운 밀애를 이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둘은 오브라이언이 당에 조직적으로 저항하는 비밀조직 ‘형제단’의 일원이라고 생각하고 그를 찾아간다. 오브라이언은 자신이 형제단의 간부라면서 그들을 멤버로 받아들인다. 오브라이언은 금서로 지정된 형제단 책자를 전해준다. 책의 내용은 당의 본질을 폭로하는 내용이었다. 불행히도 둘은 책을 읽다가 긴급 체포된다. 실제 상점주인 차링턴은 비밀경찰이었다. 오브라이언에게 넘겨져 윈스턴은 그에게서 엄청난 고문을 당한다. 오브라이언은 형제단인 것처럼 위장해 당에 불만을 품은 불순분자들을 색출하는 인간이었다. 윈스턴은 오브라이언의 고문에도 마음속으로는 승복하지 못한다. 어느 날 잠꼬대로 줄리아를 부르며 깨어나는 윈스턴을 보고 오브라이언은 그를 공포의 ‘101호실’로 데리고 간다. 오브라이언은 윈스턴이 가장 두려워하는 쥐를 이용해 그를 고문하려 하자 윈스턴은 기급한다. 공포에 질려 차라리 줄리아를 고문하라고 소리 지르고 끝내 줄리아를 배신한다. 그 대가로 윈스턴은 풀려난다. 그는 계속된 감시와 사상교육으로 완전히 황폐화되고 ‘빅브라더’를 사랑하게 된다. 줄리아 역시 초췌한 모습으로 고문을 당하고 그녀를 배신한 윈스턴과 멀어진다. 이제 그들을 지배하는 것은 빅브라더뿐이다.

도널드 트럼프 지지자들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 시내의 85/75번 주간 고속도로에 모여 있다.[AFP]

1954년 영국의 경제학자 데니스 로버스톤은 뉴욕 콜롬비아 대학 설립 20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그는 ‘경제학자들이 무엇을 절약하려하나?’는 질문을 청중에게 던졌다. 그는 경제학의 역할은 ‘희소한 자원인 사랑을 절약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시장 원리를 신봉하는 인물로서 시장이라는 보상체계와 각자의 이기심으로 세상은 잘 돌아간다고 보았다. 이 대목에서 독자는 그가 혹시 아담 스미스를 빅브라더처럼 신봉한 것은 아닐까 하고 궁금해 할 수 있겠다. 그의 생각대로 세상이 작동하려면, 현재 세상에 존재하는 이타심의 양이 한정되어 있다고 전제해야 한다. 우리가 이타심을 하찮은 일에 써버리면 막상 그것이 정말로 필요한 순간에는 바닥이 나 있을 수 있다. 그가 이타적 행위의 진실을 몰랐을 리 만무하다. 로버트슨은 무임승차와 과도한 탐욕의 행태를 보이는 순간 경제는 망가진다고 보았다. 아담 스미스나 그나 세상을 바라보는 문제의 본질은 세상 사람들이 진정 독자적으로 경제적 사고를 하는데 익숙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아래와 같은 돈을 쓰는 4가지 방식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첫 번째는 내 주머니에서 내가 돈을 쓰는 방식이다. 이게 가장 효율적이다. 왜냐하면 내가 번 돈으로 내가 돈을 쓰니 가장 필요한 곳에 아껴서 쓰게 된다. 두 번째는 남의 돈으로 내가 쓰는 경우로 이는 비효율을 야기한다. 회사 돈은 쌈지돈이다. 판공비는 막 쓰는 경향이 있다. 내 호주머니에서 안 나가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내 돈으로 남을 위해 쓰는 경우다. 기부가 그런 경우이다. 이런 경우에는 오히려 효율이 높아진다. 장학금을 준다고 친다면 정말 장학금을 줬는지 확인할 것이다. 물품을 준다면 사치스러운 물품보다는 효율성을 고려해 가성비가 높은 걸 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로 줄 때는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최대한 고려할 것이다. 네 번째는 가장 안 좋은 사례다. 남의 돈으로 남에게 쓰는 경우다. 정치인들이 국민의 세금으로 여기 저기 돈을 쓰는 경우이다. 표만 생각하면 비효율이 극대화되고 과다 지출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심지어 부정부패도 일어난다. 국민 돈으로 정치인들이 온갖 생색은 다 내는데 국민은 그 돈을 받으며 심지어 공짜 돈이라고 고마워하며, 그런 정치인들에게 표를 몰아준다고 생각해 보자. 어찌 빅브라더의 모습이 여기서 보이지 않나! 그런 빅브라더 같은 정치인들이 많고 그런 정치인들에 표 몰아주는 국민이 많을수록 나라는 산으로 가고 지하실로 직행한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장미꽃으로 덮여있다는 이야기가 바로 여기에 적용된다. 시장이 실패할 경우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더 큰 정부 실패를 우리는 우려해야 한다. 시장은 불충분하니 진정 사랑을 주려 한다면 현명한 정치 행위가 필요하다. 지금이야말로 빅브라더의 감시가 아닌 진정한 인류애 같은 브로맨스가 필요한 시기라 하겠다.

bonsang@heraldcorp.com

랭킹뉴스